2024.06.13.
수면에 대한 주관적 정의
밤에 잘 자는 게 힘들다. 오줌이 마려워서 한두 번은 깬다. 나름 건강한 편이나 한해가 다르게 심약해지고 신체 각 부위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가끔은 소변을 못 가려 기저귀를 차야 할 때를 생각하면 수용하기는 어렵지만 걱정스럽다. 여하튼 밤새 편안히 잠을 잘 자는 게 쉽지는 않다.
구례에서는 그나마 잘 자고 있다. 대략 일주일에 한 번 정도를 제외하면 숙면으로 행복한 편이다. 9시 정도에 누우면 아침 4시 반 언저리에 반짝하면서 깬다. 잠에서 깸과 동시에 아주 잘 잤다는 느낌이 든다. 남들은 이른 새벽에 깨서 어쩌냐고 걱정스러워하지만, 수면시간으로 따지면 만족스러운 정도다. 7시간 30분을 잤으니 말이다. 스스로 만족할뿐더러 따져봐도 만족스럽다.
해지면 자야지. 밤이니까. 해가 뜨면 깨서 일어나는 게 자연의 섭리라고 생각한다. 전등의 발명으로 밤을 잘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따져야 할 게 아니라 누려야 할 문명이라 생각한다. 네온사인 번쩍이는 밤의 문화를 거부하는 것도 절대 아니다. 단지 나는 일곱 시간 이상으로 수면시간을 확보하고, 해 뜨기 전에 일어나는 것을 습관화했다는 게 중요하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니까 내가 정하면 된다.
금방 누웠는데 새벽 기상나팔이 울린다. 군 복무 기간에는 늘 잠이 부족했다. 아니 수면시간은 7시간이지만 체감 수면시간은 10분 정도였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고등학생 때도 비슷한 경험의 연속이었다. 그때는 다섯 시간의 수면과 5분 정도의 체감 수면이었다고 해도 공감할 친구들이 다수 있을 것 같다. 잠이 부족해서 늘 짜증스러웠지만 주위의 격려와 위로로 잘 극복한 것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사실 나는 수면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수면을 등한시하여 생기는 피해, 질병, 사회적인 손해 등은 막대하다고 한다. 수면시간의 작은 차이로도 하루가 천국과 지옥이 될 수도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가장 근원적이고 기본적인 건강 요소가 수면이라는 것을 모를 뿐이다. 알면서 안 하든 몰라서 안 하든 숙면 시간의 확보는 무척 중요하다. 가끔 "잠은 죽어서 자면 된다."라는 말을 듣는데, 알고 보면 부족한 수면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를 안락사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죽기 전에 눈치라도 챘으면 좋겠다.
잠을 잔 건지 안 잔 건지 못 잔 건지 알 수가 없다. 소변 때문이냐고? 뭐 오줌도 마려웠지만 엄청나게 더웠다. 더워서 잠을 못 잔 거 같다. 삼겹살에 소주도 몇 잔 들이켰다. 소화도 되기 전에 잠을 청했더니만 밤새워 뒤척였다. 이렇게 될 줄 알면서 왜 반복하는지 모르겠다. 어찌 보면 이것 역시 등잔 밑이라 어두워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