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다섯 살을 살아왔다. 100세 시대이니 절반의 인생이었다. 그동안 내 삶은 고통 속에서의 몸부림이었다. 즉 공허와 외로움으로 가득 찬 시절이었다. 이런 난 희한하게도 법정 스님의 책을 읽을 때가 마음이 가장 편안했다. 스님의 단순한 삶과 평화로움이 좋았던 것 같다.
내가 마음이 아팠다는 것을 본격적으로 깨닫게 된 것은 스물아홉 살 때였다. 이때 난 정신과 선생님에게 달려갔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머리가 너무 아파서 견딜 수 없었다. 그렇게 나의 마음치유는 시작되었다.
부처는 생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을 안내했다. 그답게 풀어낸 것이 불교가 되었다. 난 그 정도는 되지 못하지만, 나답게 마음치유를 풀어냈다. 그동안 내가 괴로운 이유는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인생이 괴로운 이유에 관해서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이야기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이 아픈 마음을 서술한다는 것이다.
내 마음이 너무 아팠기에, 이것은 내 인생과 결부시켜 생각할 수 없다. 즉 이 주제는 내 삶 그 자체였다. 다행히 요즘 마음이 안정되어 가고, 마음에 여유가 조금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쓸 용기를 얻었다. - 나는 왜 이 책을 쓰려고 하나?
지금부터 나는 한 사람의 정신적 붕괴 과정과 재건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난 2010년부터 정신과에서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이 시간이 벌써 15년이 지났다. 내가 정신을 잃은 발단은 사실 이렇다. 대학 때부터 난 두 가지 길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이 갈등을 25년째 하고 있다.
대학 시절의 나는 모범생 타입이었다. 그런 내게 우연히 자유로운 작가를 만날 기회가 주어졌다. 소설가 헤르만 헤세의 책에 자주 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과 비슷했다. 즉 자유로운 감성과 합리적인 이성의 만남이었다. 문제는 난 분열을 겪는 성격이어서, 이 만남이 내 인생에 심한 불화를 가져왔다.
그러니까 자유로운 사상은 나를 긴장하게 했고, 예민하게 만들었으며, 완벽주의자가 되게 했다. 이것의 간단한 예로는 전쟁을 들 수 있다. 난 적이 있다는 전제에서 항상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을 이때부터 갖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내 정신의 붕괴를 불러왔다.
난 프로이트의 이론에 따르면 자아가 건강하지 못했다. 반면 충동은 너무 강했다. 초자아 또한 항상 나를 감시하고 있었다. 이런 정신적 상태에서 내가 전쟁의 입장을 갖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결과였다. 난 항상 분노했고, 그만큼 피해의식에 시달렸으며, 반대로 과대망상은 엄청났다.
이 모든 것은 나의 분노에서부터 시작된다. 정신과의사 스캇 펙에 의하면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은 심리치료를 잘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의 성장하려는 의지는 분명히 치유에 효과적이다. 그런데 그의 말에 따르면 모든 장점은 단점을 수반한다고 했다. 강한 의지에서 나타나는 최악의 부작용이 분노다.
내가 분노했기에, 즉 내 마음이 불에 휩싸였기에 전쟁의 가치관을 잘 받아들이게 됐다. 한마디로 난 못된 성격이 된 것이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운명은 나를 그쪽으로 이끌고 갔다. 20대 중후반부터 지금까지 20년 동안 나의 마음은 그렇게 분노로 가득했다.
요즘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라는 책을 다시 접하게 됐다. 이 책은 마음의 여유와 평화로움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난 무릎을 세게 쳤다. 내가 지금까지 정반대의 마음을 지향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내가 전쟁하듯이 이기려는 마음이 강했기에, 내 마음은 고통스러웠다. 여기서 내 마음이 그동안 엄청난 퇴행 상태를 겪게 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 과정을 이해하면서 내 마음의 전투는 드디어 종말을 맞게 되었다. 즉 난 더 이상 전쟁하려는 마음을 갖지 않기로 선택했다. 대신, 난 그동안 정신과 선생님으로부터 심리상담을 15년 동안 받아온 과정을 정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이 책은 시작하게 된 것이다. - 서문, 내 마음의 분노와 용서
김신웅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