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htraewtwettru.tistory.com/4528 받은 글 모음
가는 길 - 김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다시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가을 - 김지하 어지럼증을 앓는 어머니 앞에그저 막막하더니집을 나서는데다 시든 낙엽을 밟으니발바닥이 도리어 살갑구나.
가을 - 정호승 하늘다람쥐 한 마리가을 산길 위에 죽어있다 도토리나무 열매 하나햇살에 몸을 뒤척이며 누워있고 가랑잎나비 한 마리가랑잎 위에 앉아 울고 있다
가을 - 조병화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가을이 의젓하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푸른 모자를 높게 쓰고맑은 눈을 하고 청초한 얼굴로인사를 하러 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으로 더웠었지요" 하며 먼 곳을 돌아돌아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높은 구름고개를 넘어오고 있습니다
가을바람 - 강소천
아람도 안 벌은 밤을 따려고밤나무 가지를 흔들다 못해,바람은 마을로 내려왔지요. 싸릿가지 끝에 앉은 아기잠자릴못 견디게 놀려주다 그도 싫어서,가을바람은 앞벌로 내달렸지요. 고개 숙인 벼이삭을 마구 디디고언덕빼기 조밭으로 올라가다가,낮잠 자는 허수아빌 만났습니다. 새 모는 아이 눈을 피해가면서조이삭 막 까먹는 참새떼 보고,바람은 그만그만 성이 났지요. 저놈의 허수아비, 새는 안 쫓고어째서 낮잠만 자고 있느냐?후여후여 팔 벌리고 새를 쫓아라. 가을바람에 허수아비는 정신차렸다.두 팔을 내저으며 새를 쫓는다.새들이 무서워서 막 달아난다. 가을바람 오늘은 좋은 일 하고마음이 기뻐서 막 돌아갑니다.머리를 내두르며 돌아갑니다. 가을밤 - 윤석중 문틈에서드르렁드르렁"거, 누구요?""문풍지예요." 창밖에서바스락바스락"거, 누구요?""가랑잎예요." 문구멍으로기웃기웃."거, 누구요?""달빛예요."
개구리밥 - 김륭
개구리밥은 먹지 못한다는 걸이젠 알아요개굴개굴 개구리들이밤새도록 볶아요프라이팬에 식은 밥 볶듯 개구리들이무논 가득 울음을 볶아요지글지글 달빛이 끓어올라요와글와글 별빛이 눌어붙어요자장면이나 짬뽕은 싫은가 봐요볶음밥이 입맛에 맞나 봐요개구리들이 달달울음을 볶아요
개울물 소리 - 석용원
비 내리면 산 부풀고 산 부풀면 개울물 넘친다.
비 내리면 산자락 빗소리 모았다가
비 그친 골짜기 개울물 소리로 흘러흐른다.
겨울 - 윤동주
처마 밑에시래기 다래미바삭바삭추어요.
길바닥에말똥 동그램이말랑말랑얼어요.
겨울 들판 - 이상교겨울 들판이텅 비었다.들판이 쉬는 중이다.풀들도 쉰다.나무들도 쉬는 중이다.햇볕도 느릿느릿 내려와 쉬는 중이다.
겨울밤 - 강소천
바람이 솨아솨아솨아 부는 밤문풍지가 부웅붕 우는 밤겨울밤 추운 밤. 우리는 화롯가에 모여앉아감자를 구워먹으며 옛날 얘기를 합니다. 언니는 호랑이 이야기누나는 공주 이야기나는 오늘밤도 토끼 이야기. 감자를 두 번씩이나 구워먹고 나도우리는 잠이 안 옵니다.겨울밤은 길고 깁니다. 우리는 콩을 볶아 먹습니다.강냉이를 튀겨 먹습니다.그래도 겨울밤은 아직도 멀었습니다.
겨울 이야기 - 이상현
겨울은아이들 때문에 찾아온다.알밤처럼단단하게 여물어가는목소리.딱 벌어진가슴으로,눈싸움하는개구쟁이들이 좋아겨울은언제나 눈송이를 터뜨린다.불꽃처럼사방에서 터뜨리는그 눈밭에서아이들은날마다 깔깔대며 자란다.제 키보다큰 눈사람 만들 때,제 몸무게보다더 무거운그 겨울을 혼자서 굴릴 때아이들은부쩍부쩍 자란다.
귀뚜라미 - 방정환
귀뚜라미 귀뜨르르 가느단 소리 달님도 추워서 파랗습니다.
울밑에 과꽃이 네 밤만 자면 눈 오는 겨울이 찾아온다고
귀뚜라미 귀뜨르르 가느단 소리 달밤에 오동잎이 떨어집니다.
귀뚜라미와 나와 - 윤동주
귀뚜라미와 나와 잔디밭에서 이야기했다.
귀뚤귀뚤 귀뚤귀뚤
아무게도 아르켜주지 말고 우리 둘만 알자고 약속했다.
귀뚤귀뚤 귀뚤귀뚤
귀뚜라미와 나와 달밝은 밤에 이야기했다.
귀뚜라미 우는 밤 - 강소천
귀뚜라미가 또르르 우는 달밤엔멀리 떠나간 동무가 그리워져요.정답게 손잡고 뛰놀던 내 동무그곳에도 지금 귀뚜린 울고 있을까? 귀뚜라미가 또르르 우는 달밤엔만나고 싶은 동무께 편지나 쓸까.즐겁게 뛰놀던 지난날 이야기그 동무도 지금 내 생각하고 있을까?
귀뚜라미 우는 밤 - 김영일 또로 또로 또로귀뚜라미 우는밤 가만히 책을 보면책속에 귀뚜라미 들었다 나는 눈을 감고귀뚜라미 소리만 듣는다 또로 또로 또로멀리멀리 동무가 생각난다
그리운 언덕 - 강소천
내 고향 가고 싶다 그리운 언덕동무들과 함께 올라 뛰놀던 언덕. 오늘도 그 동무들 언덕에 올라메아리 부르겠지, 나를 찾겠지. 내 고향 언제 가나 그리운 언덕옛 동무들 보고 싶다, 뛰놀던 언덕. 오늘도 흰구름은 산을 넘는데메아리 불러본다, 나만 혼자서.
그림자와 나 - 강소천
보름밤 앞마당에그림자와 나는 심심하다. 그림자도 우두커니 섰고나도 우두커니 섰고. 그림자는 귀먹은 벙어린 게다.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다. 보름밤 앞마당에서나는 그림자와 술래잡기를 하자고 했다. 그림자도 그게 좋단다.그럼 술래를 정하자고 했다. 그림자도 술래가 되기 싫단다.내가 술래가 되기 싫다니까 그림자가 얼른 손을 내민다.내가 그럼 가위바위보를 하자니까 - 그림자가 주먹을 내고- 내가 '바위'를 내고 아무도 이긴 사람은 없다.아무도 진 사람은 없다. 그림자가 또다시 가위바위보를 하잔다.내가 그럼 또다시 가위바위보를 하자니까 - 이번엔 그림자가 손을 펴내고- 이번엔 내가 '보'를 내고 또 아무도 이긴 사람은 없다.또 아무도 진 사람은 없다. 보름밤 앞마당에그림자와 나는 답답하다. - 장에 간 엄마는 아직 안 돌아오고- 여기서 저기서 개들은 짖고 그림자는 겁쟁인 게다.나두 어쩐지 무서워진다.
그해 여름밤 - 박인걸 쏟아지는 별빛을 물결에 싣고밤새도록 지줄대며 흐른 냇물아반디불이 깜박이던 한여름밤불협화음에도 정겹던 풀벌레 노래소나무숲 방금 지나온 바람가슴까지 닦아내는 고마운 길손왕거미 집 짓던 처마 밑에서꿈길을 거닐던 하얀 바둑이희미한 초승달 별 숲에 갇혀밤새 노 젓다 지친 나그네산새도 깊이 잠든 검은 숲 위로더러는 길 잃은 운석의 행렬수줍어 한밤에 고개를 들고밭둑에 피어나는 달맞이꽃아적막에 잠든 고향 마을에은하수 따라 흐르던 그리움이제는 아스라한 추억 너머로꿈길에 더러 거니는 그해 여름밤
꽃밭 - 윤석중
아기가 꽃밭에서넘어졌습니다.정강이에 정강이에새빨간 피.아기는으아 울었습니다.한참 울다자세히 보니그건 그건 피가아니고새빨간 새빨간꽃잎이었습니다.
꽃밭과 순이 - 이오덕
분이는 달리아가 제일 곱다고 한다.경식이는 칸나가 제일이라고 한다.복수는 백일홍이 아름답단다.그러나 순이는 아무 말이 없다.
순아, 넌 무슨 꽃이 더 예쁘니?채송화가 제일 예쁘지?그래도 순이는 아무 말이 없다.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 순이.
순이는 목발로 발 밑을 가리켰다.꽃밭을 빙 둘러 새끼줄에 매여있는 말뚝그 말뚝이 살아나 잎을 피우고 있었다.거꾸로 박혀 생매장당한 포플러 막대기가!
꽃씨 - 최계략
꽃씨 속에는 파아란 잎이 하늘거린다.
꽃씨 속에는 빠알가니 꽃도 피어있고,
꽃씨 속에는 노오란 나비떼도 숨어있다.
나무 - 이창건
봄비 맞고 새순 트고
여름비 맞고 몸집 크고
가을비 맞고 생각에 잠긴다.
나무는 나처럼
나무야, 나무야! - 박예분 너무 슬퍼하지마!
꽃을 피우지 못한다고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가만히 생각해 보렴,
뒷목 따갑게햇살 내리쬐는 여름날누군가네 그늘에 앉아한숨 쉬어간 적 없었니?
나무와 나 - 강소천
나무들은 제 나이를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한 살씩 나이를 먹을 때마다동그라미를 그려둔대요. 나는 동그라미를 그리는 대신일기장 하나씩을 남겨놓지요. 그 일기장엔날마다 지낸 그대로의 이야기가죄다 적혀 있어요.커서 읽어보면 부끄러울 이야기뉘우칠 이야기들이얼마든지 있을 거예요.
나비 - 이준관
들길 위에 혼자 앉은 민들레 그 옆에 또 혼자 앉은 제비꽃 그것은디딤돌
나비 혼자 딛고가는 봄의디딤돌
냇물 - 유성윤 모래알 따라가는냇물 속에는싱그러운 풀잎도춤을 추지요. 잠자리 따라가는냇물 위에는청개구리 누워서여행 가지요.
노랑나비 - 김영일
나비 나비 노랑나비 꽃잎에 한잠 자고.
나비 나비 노랑나비 소뿔에서 한잠 자고.
나비 나비 노랑나비 길손 따라 훨훨 갔네.
노래하는 봄 - 강소천
아지랑이 아롱아롱 푸른 벌판을꽃보라 흩날리며 오는 꽃수레실로폰에 플롯에 온갖 새소리비리비리 종종종 비리비리종지지배배 꾀꼴꼴 지리지리지나비들도 너울너울 뒤따라온다. 예쁜 꽃들 방실방실 웃는 벌판을흥겨운 목동들의 피리소리에나물 캐던 아가씨 노래부르네.니나니나 삘릴리 니나니나니오아오아 삘릴리 오아오아오수양버들 너울너울 종일 춤추네.
눈 내리는 밤 - 강소천말없이소리 없이눈 내리는 밤.누나도 잠이 들고엄마도 잠이 들고말없이소리 없이눈 내리는 밤.나는 나하고이야기하고 싶다.
늙은 잠자리 - 방정환
수수나무 마나님 좋은 마나님오늘 저녁 하루만 재워주셔요아니 아니 안돼요 무서워서요당신 눈이 무서워 못재웁니다
잠잘 곳이 없어서 늙은 잠자리바지랑대 갈퀴에 혼자 앉아서추운 바람 서러워 한숨 짓는데감나무 마른 잎이 떨어집니다
님의 노래 - 김소월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
긴 날을 문밖에서 서서 들어도 그리운 우리 님의 고운 노래는 해지고 저물도록 귀에 들려요 밤들고 잠들도록 귀에 들려요 고이도 흔들리는 노랫가락에 내 잠은 그만이나 깊이 들어요 고적한 잠자리에 홀로 누워도 내 잠은 포스근히 깊이 들어요
그러나 자다 깨면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잃어버려요 들으면 듣는 대로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잊고 말아요
단풍 - 김종상 빨갛게 익어가는 감을 닮아서잎사귀도 빨갛게 물이 들었네.감나무에 떨어진 아침 이슬은감잎에 담겨서 빨강 물방울. 샛노란 은행잎이 달린 가지에잎사귀도 노랗게 잘도 익었네.은행나무 밑으로 흐르는 냇물은행잎이 잠겨서 노랑 시냇물.
달 - 이원수
너도 보이지. 오리나무 잎사귀에 흩어져 앉아 바람에 몸 흔들며 춤추는 달아.
너도 들리지. 시냇물에 반짝반짝 은부스러기 흘러가며 조잘거리는 달의 노래가.
그래도 그래도 너는 모른다. 둥그런 저 달을 온통 네 품에 안겨주고 싶어하는 나의 마음은.
달밤 - 박용열 달밤달이 밝아서 연잎 위에청개구리 "퐁당"달 따러 가네.
달팽이 - 김종상
학교 가는 길가에 달팽이 한 마리
기다란 목을 빼고 느릿느릿 걸어간다.
어디로 가는 걸까, 조그만 집을 업고.
닭 - 강소천
물 한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또 한모금 입에 물고 구름 한번 쳐다보고
먼 후일 -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의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민들레 - 강소천 길가의 민들레도 노랑 저고리,첫돌맞이 울 아기도 노랑 저고리.민들레야 방실방실 웃어보아라,아가야 방실방실 웃어보아라. 길가의 민들레도 노랑 저고리,첫돌맞이 울 아기도 노랑 저고리.아가야 아장아장 걸어보아라,민들레야 아장아장 걸어보아라. |
바다로 가자 - 강소천 바다로 가자, 바다로 가자.갈매기 오라 손짓하는 바다로 가자. 푸른 물결 속에 첨벙 뛰어들어물고기처럼 헤엄치다, 지치면 모래밭에 나와 앉아쟁글쟁글 햇볕에 모래성을 쌓자. 바다로 가자, 바다로 가자.생각만 해도 속이 시원한 바다로 가자. 한창 더위로 꼼짝 못하는여름 한철은 바다에서 살자.
바람 - 강소천 - 얘, 넌 오늘어디 가 뭘 했니? - 나? 길거리에서바람개비 돌렸지. - 그래, 넌 오늘어디 가 뭘 했니? - 난 오늘 공중에서연 올렸지. - 얘, 오늘 밤엔너 뭐 할테냐? - 난, 숲속에 들어가소롯이 자야겠다. - 나두 일찍이자야겠다. - 아아 고단하다.- 아아 다리 아프다.
발자국 - 작자미상 눈 위를 가면발자국이 따라와요 내가 길을 잃을까봐졸졸 따라와요 눈 위를 가면발자국이 졸졸 따라와요
버들피리 - 강소천
아버지가 밭갈이하시는 시냇가 언덕에나는 동생과 나란히 앉아버들피리를 불었지요.삘릴리 삘릴리버들피리를 불었지요. "이랴 낄낄, 이랴 낄낄."소 몰아 밭 가는 아버지의 목소리가우리들이 부는 버들피리 속에 한데 어울려곱다랗게 곱다랗게 들려옵니다. 졸졸졸 속삭이는 시냇물 소리도,음매애 음매송아지 찾는 엄마소의 목소리도,우리가 부는 버들피리 속에 한데 어울려정답게 정답게 들려옵니다.
벙어리장갑 - 신형건 나란히 어깨를 기댄 네 손가락이 말했지.우린 함께 있어서 따뜻하단다.너도 이리 오렴! 따로 오똑 선 엄지손가락이 대답했지.혼자 있어도 난 외롭지 않아.내 자리를 꼭 지켜야 하는걸.
보름달 - 이종문
밤마다 밤마다 잠도 못 잤는데 어쩌면 포동포동 살이 쪘을까?
날마다 날마다 햇볕도 못 쬐었는데 어쩌면 토실토실 여물었을까?
보슬비의 속삭임 - 강소천
나는 나는 갈 테야, 연못으로 갈 테야.동그라미 그리러 연못으로 갈 테야. 나는 나는 갈 테야 꽃밭으로 갈 테야.꽃봉오리 만지러 꽃밭으로 갈 테야. 나는 나는 갈 테야 풀밭으로 갈 테야.파란 손이 그리워 풀밭으로 갈 테야.
봄 - 김광섭
나무에 새싹이 돋는 것을어떻게 알고새들은 먼 하늘에서 날아올까 물에 꽃봉우리 진 것을어떻게 알고나비는 저승에서 펄펄 날아올까 아가씨 창인 줄은또 어떻게 알고고양이는 울타리에서 저렇게 올까
봄 시내 - 이원수 마알가니 흐르는 시냇물에발벗고 찰방찰방 들어가 놀자. 조약돌 흰 모래 발을 간질이고잔등엔 햇볕이 따스도 하다. 송사리 쫓는 마알간 물에꽃이파리 하나 둘 떠내려온다.어디서 복사꽃 피었나 보다.
비오는 날 - 김용택
하루종일 비가 서 있고하루종일 나무가 서 있고하루종일 산이 서 있고하루종일 옥수수가 서 있고
하루종일 우리 아빠 누워서 자네
빛 - 정유진 나는 항상 직진아무도 말리지 못해요. 나는 항상 일방통행아무도 날 막지 못해요. 때론 오목이가 와서우리 사이를 벌려놓아도 때론 볼록이가 와서우리 사이를 모아놓아도 요것들아그래도나는 항상 직진이다.
사슴뿔 - 강소천
사슴아, 사슴아!네 뿔은 언제 싹이 트니? 사슴아, 사슴아!네 뿔은 언제 꽃이 피니?
산유화(山有花) - 김소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이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새벽종 - 강소천 아름다운 새벽종 소리가내 귓가에 날아와 앉는다. 민들레씨가 바람에 흩날리듯종소리는 종 속에서 마악 쏟아져온다. 종소리는 맑은 공기를 타고 훨훨 날아마을로 집으로 찾아든다. 종소리는 문틈을 새어 방 안으로 들어와앉을 자리를 찾아본다. 일찍이 잠이 깬 아이들의 귓가에만아름다운 종소리는 날아와 앉는대요.
새와 나무 - 이준관
새는 나무가 좋다.
잎 피면 잎 구경
꽃 피면 꽃 구경
새는 나무가 좋다.
열매 열면 열매 구경
단풍 들면 단풍 구경
새는 나무가 좋아 쉴 새 없이 나무에서 노래부른다.
새는 나무가 좋아 쉴 새 없이 가지 사이를 날아다닌다.
새하얀 밤 - 강소천
눈빛도 희고달빛도 희고 마을도 그림 같고집도 그림 같고 눈빛도 화안하고달빛도 화안하고 누가 이런 그림 속에나를 그려놓았나?
서로가 - 김종상
산새가 숲에서 울고 있었다. 바위가 조용히 듣고 있었다.
산새와 바위는 말이 없어도 서로가 서로를 생각한단다.
바람이 구름을 밀고 있었다. 하늘이 가만히 보고 있었다.
바람과 하늘은 말이 없어도 서로가 서로를 사랑한단다.
아기와 나비 - 강소천
아기는 술래나비야, 날아라. 조그만 꼬까신이 아장아장나비를 쫓아가면 나비는 훠얼훨"요걸 못 잡아?" 아기는 숨이 차서풀밭에 그만 주저앉는다. "아기야,내가 나비를 잡아줄까?" 길섶의 민들레가방긋 웃는다.
아무리 숨었어도 - 한혜영
아무리 숨었어도이 봄햇살은반드시 너를 찾고야 말걸땅속 깊이 꼭꼭 숨은암만 작은 씨라 해도찾아내꼭 저를 닮은 꽃방실방실 피워낼걸 아무리 숨었어도이 봄바람은반드시 너를 찾고야 말걸나뭇가지 깊은 곳에꼭꼭 숨은 잎새라 해도찾아내꼭 저를 닮은 잎새파릇파릇 피워낼걸
알코올램프 - 김경옥 팔? 없어요.다리? 없어요.그래도 넘어지지 않아요.넓고 둥근 엉덩이가 받쳐주니까요. 혼자서는 심심해.삼발이와 같이 놀고모래상자랑도 같이 놀고점화기는 떼어놓을 수 없는 친구예요. 점화기가 머리를 스치면보일듯 말듯 아름다운 파란 꽃이 피어나요.이쁘다고 만지지 말아요. 무지무지 뜨거워요.검은 모자를 씌워주세요.한번, 아니아니 꼭 두번.
여름 - 정윤목 여름 사르락흰 눈처럼 빛나던 빛간 데 없고흐려지는 안개비소스락강 만들 때 아이들천방지축 뛰어놀고땀방울기쁜 열기 여름빛쨍쨍하지만은,우수의 습기 가득할 때그리움 더욱 간절하여지고희망조차 옅어지며하나의 이름,묻어둘 때새들의 노래풀들의 소리끊임없는 파도마음과 마음
여름 밤하늘 - 동요아저씨
밤하늘에 별이 보이지 않네요.모두 어디로 갔을까요?깊은밤 숨바꼭질 놀이구름 뒤로 꼭꼭 숨었을까요? 무더운 여름밤견디기 힘들어 차가운 계곡과파도치는 시원한 바다로모두 떠났을까요?
모두 어디에 있을까요?어서 빨리 돌아와검푸른 밤하늘에 예쁜 수정 목걸이를 걸어주었으면정말 좋겠어요.
여름열매 - 이영지 파랗다 잎 곁에서 파랗다 더 파랗다여름이 더운 여름 묶느라 한데 얼려약간은 싱거우면서 떫은 맛이 파랗다파랗다 잎을 닮아 파랗다 더 파랗다여름이 익는 여름 묶느라 한데 묶여약간은 못난 듯하며 열매값이 파랗다파랗다 여름 닮아 파랗다 꼭 파랗다긴여름 더위라도 잊느라 더 파랗다약간은 기다리느라 발걸음이 파랗다
여름의 땅 - 차영섭
여름엔 땅도 바쁘실 거예요사람들은 덥다고 물로물로 가는데땅은 꼭 해야만 할 일이 많거든요겨울 내내 참고 얼지 않게 붙든 뿌리랑봄이 오자 사람들이 뿌린 씨앗이랑봄의 땅이 애써 싹트게 한 식물이꽃을 피우고 열매를 자라게 해야 하거든요좀더 멋있고 튼실하게 키워서가을에 오는 햇빛이 쏘옥 단물들게 하게요.
연필과 지우개 - 안재동 쓰고지우고그 위에다시 쓰고다시 지우고연필도 지우개도닳아 점점 작아지네그러다 언젠가는 둘 다누군가에게서 끝내 버림을받겠네! 애꿎게도 그들의 흔적만종이에 남겠네! 노인 얼굴의 주름살처럼
옹달샘 - 손광세
깊고 깊은 산 속에 옹달샘 하나 맑고 맑은 물 속에 파아란 하늘
조롱박 하나 가득 물 마시면 입 속으로 들어오는 파아란 하늘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 배은진 날씬날씬 기름양듬직듬직 워터군우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사랑해선 안 되는 사이 손 한번 잡아보고 싶어요한번만 안아보고 싶어요하나되지 못한 마음이산산이 부서지네요. 너희들의 소원을 들어주마. 비누도사의 마법에하나된 기름양과 워터군사랑의 상처도 깨끗이 사라지네요.
작은 약속 - 노원호
봄은 땅과 약속을 했다.나무와도 약속을 했다.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새싹을 틔웠다.작은 열매를 위해바람과 햇빛과도 손을 잡았다.비오는 날은빗방울과도 약속을 했다.엄마가 내게 준 작은 약속처럼뿌리까지 빗물이 스며들었다.
조그만 하늘 - 강소천
들국화 필 무렵에 가득 담갔던 김치를아카시아 필 무렵에 다 먹어버렸다. 움 속에 묻었던 이 빈 독을엄마와 누나가 맞들어소나기 잘 내리는 마당 한복판에 들어내 놓았다. 아무나 알아맞춰 보아라.이 빈 독에 언제 누가 무엇을가득 채워주었겠나. 그렇단다.이른 저녁마다 내리는 소나기가하늘을 가득 채워주었단다. 동그랗고 조그만 이 하늘에도제법 고오운 구름이 잘도 떠돈단다.
좀좀좀좀 - 한상순
잠 좀 자라 공부 좀 해라 내방청소 좀 해라 제발, 뛰지 좀 마라 게임 좀 그만해라 텔래비전 좀 그만봐라 군것질 좀 그만해라
엄마 잔소리 속에 꼭 끼어드는 좀좀좀좀
종소리 - 강소천
아름다운 종소리가 새벽 종소리가날아와 앉는다 내 귓가에.민들레 꽃씨가 바람에 흩날리듯종 속에서 쏟아지는 새벽 종소리뗑 뗑 뗑 뗑. 아름다운 종소리는 새벽 종소리는마을로 집으로 찾아든다.일찍이 잠이 깬 아이들의 귓가에만날아와 앉는대요 새벽 종소리뗑 뗑 뗑 뗑.
지층 - 시체놀이 - 조미정 가위! 바위! 보!맨 꼴찌인 수정이는 맨 밑에 눕고, 그 다음으로 진 민정이는수정이 위에, 그 다음으로 진 현지는민정이 위에, 일등인 혜정이는현지 위에, 혜정이가 부러운 수정이,수정이는 혜정이보다 더 한참을 누워있어야 했다.
찻숟갈 - 박목월
손님이 오시면찻잔 옆에따라 나오는 보얗고 쬐그만귀연 찻숟갈.
"손님이 오시면찻숟갈처럼 얌전하게내 옆에 앉아 있어."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네, 아버지."나는대답도 찻숟갈처럼얌전하게 했다.보얗고 쬐그만 귀연 찻숟갈.
코스모스 - 박경용 무얼 먹고 저리도키가 컸을까?하늘 먹고 컸겠지.바람 먹고 컸겠지. 무얼 발라 얼굴은저리 이쁠까?햇발 발라 이쁘겠지.달빛 발라 이쁘겠지. 하늘 먹고바람 먹고나보다 키클라... 햇발 발라달빛 발라나보다 이쁠라...
팔월이 온다 - 홍우희 칠월이 아직 사는연립 우리집 마당개구쟁이 쓰르라미쓰쓰 쓰르렴 쓰쓰 쓰르렴잔소리를 자꾸만여기저기 늘어놓고경비아저씨 대빗자루오냐 그래 알았다싹싹 쓸겠다 싹싹 쓸겠다새로 오는 팔월을단장하고 반길 테다꽃을 떨어낸 열매들아방학을 맞은 아이들아크게 튼튼하게웃으며 자라거라
하늘의 여름 - 차영섭
여름엔 하늘도 힘드실 거예요사람들은 덥다고덥다고 피서를 가는데하늘은 꼭 해야만 될 일이 있거든요산에 산에 나무들도 키워야겠고밭에 밭에 열매들도 익혀야 하니까요.햇살 속에 물감이랑 설탕이랑 몰래 숨겨서과일에게 곱게곱게 색칠도 해주고듬뿍듬뿍 설탕을 뿌려줘야 하니까요
하얀 눈과 마을과 - 박두진눈이 덮인 마을에밤이 내리면눈이 덮인 마을은하얀 꿈을 꾼다.눈이 덮인 마을에등불이 하나누가 혼자 자지 않고편지를 쓰나?새벽까지 남아서반짝거린다.눈이 덮인 마을에하얀 꿈 위에쏟아질 듯 새파란별이 빛난다.눈이 덮인 마을에별이 박힌다.눈이 덮인 마을에동이 터오면한개 한개 별이 간다.등불도 간다.
호박꽃 초롱 - 강소천
호박꽃을 따서는 무얼 만드나?무얼 만드나?우리 아기 조그만 초롱 만들지,초롱 만들지. 반딧불을 잡아선 무엇에 쓰나?무엇에 쓰나?우리 아기 초롱에 촛불 켜주지,촛불 켜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