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자주 흘리는 어린이를 치료한 경우 (조세신보 치험례 31)
생후 30개월 된 W 어린이는, 코피를 자주 흘려서 한의원에 찾아온 환자였다. 평소에도 자주 흘리긴 했지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지내 왔었는데, 최근 들어 상태가 더욱 심해져서 치료를 결심한 경우였다. 평균 일주일에 한번 코피를 흘렸었는데, 한의원에 찾아오기 한 달 전부터 갑자기 대량출혈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특히 잠자면서 코피를 흘린 경우에는 베게와 이부자리까지 다 피로 젖을 정도라, 어쩔 수 없이 응급실에 뛰어가기도 했다고 했다.
보통 이러한 경우, 서양의학에서는 특별한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코의 혈관이 약하니 레이저로 지지자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코의 혈관이 약한 것은 출혈이 코에 나타나는 원인은 되지만, 출혈의 원인이 되지는 못한다. 특히 W 어린이는 지혈인자가 부족해서 피가 잘 멎지 않는다는 진단까지 받았지만,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한의원에 찾아왔었다.
<진단과 치료>
임상적으로 코피가 많이 나는 경우는, 체내에 열이 많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나 열은 상부로 올라가는 경향성이 있기 때문에, 얼굴이 벌게지거나 땀을 많이 흘리게 되거나 피부에 문제가 생기거나, 코피가 터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열이 많아지게 된 원인을 찾아 제거하고, 이미 올라가 있는 열을 제거시켜 주게 되면, 이후 코피는 더 이상 터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체내에 열이 많아지게 되는 원인도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아이에게 열이 많은 경우는 크게 선천적으로 타고난 체질적인 경우와, 후천적인 원인으로 뒤늦게 열 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어른의 경우에는 후천적인 원인으로 과도한 음주나 스트레스 과잉으로 인한 화병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지만, 아이들의 경우는 먹는 음식인 경우가 많다. 특히 몸에 좋으라고 무턱대고 인삼이나 홍삼 제품을 먹여서 병을 만든 경우가 많은데, 부작용이 없다는 장사치의 말에 속아 넘어가 계속해서 먹여온 부모들의 책임이 크다. 소량을 먹었을 경우에는 인삼이나 홍삼제품을 끊기만 해도 증상이 많이 호전되지만, 장기간 과다 복용을 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한의원에서 치료를 해야만 한다. 특히 잘 때나 깨어 있을 때 심하게 땀을 흘리거나, 갑자기 피부에 문제가 생기는 증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빨리 한의원을 찾아가 보는 것이 좋다.
W 어린이의 경우에는 다행히 그런 위험한 제품을 먹지는 않았다. 즉 후천적인 원인이 아니라 선천적인 원인이 코피를 일으킨 경우였다. 원래 타고난 체질이 열 쪽으로 치우친 체질이었는데, 이후 조절해주지 않고 계속 성장하다 보니, 더욱더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면서 코피 증상이 심해지게 된 경우였다. 필자의 경우, 보통 아이들에게는 한약을 한꺼번에 많이 주지 않고 조금만 처방하는 편이지만, 이렇게 체질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장기적으로 처방하기도 한다.
열흘간 한약을 복용하고 난 후에, 밤에 잠잘 때 땀 흘리는 양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이후 계속 약을 복용하였는데, 한약을 복용하면서 단 한 번 추가로 코피를 흘린 이외에는 코피가 더 이상 난적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진맥을 해본 결과 계속 속 열이 남아 있어서 추가로 한약을 더 투약하였다. 보통 체질적인 증상의 경우에는 3개월 정도 한약 복용을 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열을 식혀주는 약은 비교적 쓴 맛이 강한 한약이기에, 이후 더 한약을 복용시키는 것은 실패하였다. 아마 이후에 상황이 안 좋아지면, 다시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성장기의 아이들은 비교적 열이 많은 것이 정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가벼운 열 증상들은 대부분 나타나기 마련인 것이다. 하지만 W 어린이처럼 정도를 넘어서 과하게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한의원에 가서 치료해야 큰 병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