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미 가오리 넙치의 꿈
나는 항상 꿈에 낚시를 가면 물이 말랐거나 채비만 하거나 썩거나 죽은 고기만 잡거나
그런 꿈만 꾼다고 수차례나 언급을 했다.
아내는 허약하거나 심약하거나 건강이 좋지 않거나 그래서 그런 꿈을 꾼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가?’ 하고 수긍을 했다.
요즘 아내가 나이가 들더니 변심(?)했나 건강에 친절도가 상승기류를 탔다.
닭을 사준다. 쇠고기도 먹고 살자,건강식품을 억지로 떠 먹여 주는 등등.......
나는 좀처럼 꾼 꿈을 오전에는 하지 않는다. 나쁜 꿈을 이야기하면 그대로 맞는다며 금지한 아내 때문이고
좋은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징크스가 있다고 말한 탓이다.
그래서 겨우겨우 참다가 꾼 꿈을 잃어버려 들려주지 못한 꿈 이야기도 많다.
어제 오후.
“내가 꿈에 낚시를 갔는데 무슨 일인지 크고 싱싱한 고기들을 많이 잡는 꿈을 꾸었어.”
“그래? 건강이 좋아졌나보네?”
“요즘 잘 먹어서 그런가? 아니 자기는 여름이면 몸이 나잖아?”
“하긴, 근데 말이야 꿈에 잡은 고기는 모두 크고 넓적하고 가자미 가오리 넙치 홍어 같은 것들만 많이 잡았어~”
그렇게 꿈 이야기를 들려주고 꿈에 대한 논평 즉 아내와 난 해몽도 없이 끝이 났다.
저녁이었다.
작은아들한테서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졸업 논문이 완전통과 되었어요,”
“그래 잘했다 수고했다 장하다....그리고 너도 수고했지만 네 아내덕분이다 뒷바라지 하느라고 너보다 더 고생을 했지.......”
아내의 말이 끝나갈 무렵 아들이 엄마가 하는 특별 멘트를 가로채어 말을 했다.
“그래~ 항상 겸손하고 교만하지 말고 감사하고 그래라 아들?.......그럴라고 그러죠 엄마?”
아내는 스틸을 당해 말을 못했지만 표정은 그 말을 들으며 마치 자신이 하고 있는 듯 진지하여 웃음이 났다.
“엄마 성적이 나왔는데요.”
“그래 그럼 휴대폰으로 넣어 주어야지? 성적은?”
“네, a+도 있고 a도 있고 아마 1,2등?”
“그럼 졸업식에 총장상이라도 받겠으니까 여비 생각하지 말고 졸업식에 가야겠네 하하하”
아내는 급 화색이 돌았다.
“아냐 그건.... 학점을 높게 잡아서 나온 성적이 아니고 딱 맞게 잡아서 그런 거니까 다른 사람이 받을 거야 아마.....”
아들이 논문을 한부 보내준다는 말에 형한테도 보내주고 수고한 아내에게 공을 돌리는 처가에도 전해 주라는 말로 전화가 끝이 났다.
그리고 바로 내가 떠오른 꿈 해몽에 들어갔다.
“하하하하 바로 그 꿈이야.”
“뭔데?”
“가자미 가오리 넙치 등 큰 고기들이 모두 A자를 닮았잖아~ A자에 꼬리도 붙고 와 진짜 꿈이 딱 맞네 하하하...”
아내는 웃으며 수긍을 하면서도 한번을 비틀어 말하는 한마디를 던졌다.
“그 고기가 어디 A자야 넓적하기만 한데?”
“아냐 세모잖아 안 그래?”
“그런가?”
“맞다니까~ a에 꼬리도 달렸으니까 a+ 맞고~”
“그런가?”
내 말이 맞아도 억지로 두들겨 맞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아내의 입가에 스르르 미소가 번졌다는 것은 반 이상의 수긍이다.
어제처럼 항상 싱싱한 고기를 많이 잡는 꿈만 꾸고 싶다.
오늘 아침에 간밤에 꾼 꿈이 생각났다.
비온 길을 걷다가 모퉁이를 돌아 서려는데 종이가 있어 주었더니 만 원짜리 지폐였는데 실제 돈 보다 싸이즈가 훨씬 컸다.
주은돈은 써야 한다기에 시장을 둘러보니 꽃과 액세서리를 파는 곳이 많이 보였다.
아내에게 선물을 하자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고린도전서 13장 같은 아내에게 꽃 치장을 시키고 서울행차를 하라고 여비가 생기는 꿈인가?
인생은 꿈으로 산다.
날마다 스토리를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행복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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