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산의 알기쉬운 주역
수화기제 화수미제 :
♣ 원문 해석
◆ 수화기제水火旣濟(63) ☵☲
기제는 이미 건넜으니 형통한 것이다. 어린이는 모두 이롭고 올바르다. 처음엔 행복하나 마침내 어지럽게 된다.
괘를 판단하는 말이다. 기제가 형통하다고 함은 어린이는 행복하다는 말이다. 이롭고 바르다 함은 강유剛柔가 다 바르고 지위가 적당한 것이다. 초반에 행복한 것은 유柔한 것이 중中을 얻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어지럽게 됨은 그 도道가 막히기 때문이다.
괘상의 뜻을 본다. 물이 불 위에 있음이 기제다. 군자는 이를 보아 환난을 생각하고 미리 예방한다.
기제旣濟 형亨 소小 이정利貞 초길初吉 종란終亂
단왈彖曰 기제형旣濟亨 소자형야小者亨也 이정利貞 강유정이剛柔正而 위당야位當也
초길初吉 유득중야柔得中也 종지즉란終止則亂 기도궁야其道窮也
상왈象曰 수재화상水在火上 기제旣濟 군자이君子以 사환이思患而 예방지豫防之
♣ 내용 풀이
불(☲) 위에 물(☵)이 있는 것을 기제旣濟라 한다. 기제旣濟는 이미 건너갔다는 뜻이다. 강을 건너가는데 이미 다 건너왔다는 말이다. 할 일을 마친 것이요 일을 완성한 것이다. 병아리가 자라서 독수리가 된 것도 기제旣濟다. 어린이가 자라서 어른이 된 것이다. 어른이 되면 불교에서는 부처가 되었다고 한다. 유교에서는 성인成仁이라 한다. 사람의 인격이 완성되었다는 말이다. 인생의 할 일이라면 바로 성불이요 성인이다. 인격의 완성 그것을 주역에서 수화기제라고 한다. 사랑의 불은 위에서 내려오고 지혜의 물은 위로 올라가서 사랑과 지혜가 일치된 사람을 수화기제요 철인이라 한다. 물이 올라가고 불이 내려오는 것을 또 수승화강水昇火降이라 하는데 건강한 몸의 특징이 수승화강이다. 그러니까 수승화강은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다.
수승화강은 또 대우주의 세계를 말한다. 대우주를 보면 땅에서 물이 올라가고 하늘에서 불이 내려오는 모습이다. 대우주를 사는 생명의 상징이 나무다. 사람도 본래 수승화강이다. 머리는 원래 물이고, 발은 불이다. 머리는 물이 되어 차갑고, 발은 불이 되어 뜨거운 것이 건강한 모습이다. 대우주는 질서정연한 코스모스의 세계이다. 모두가 적재적소에 바른 지위에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중정이라 한다. 수화기제 괘를 보면 음양이 모두 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이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태어난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라면서 이런 균형이 깨지기 쉽다. 따라서 어린이를 돌보는 어른이 있어야 한다.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아이들을 잘 돌보는 책임이 어른에게 있다. 본문에서 강剛이란 어른이요 유柔는 철부지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정신을 차리는 싶다가도 어느새 그만 정신이 나가고 만다. 세상에 나와서 잘 해보겠다고 하다가 얼마 못 가서 곧 유혹에 무너지고 만다. 도를 찾는 마음은 미약한데 유혹은 강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른은 아이에게 닥쳐오는 모든 우환이나 재난을 미리 알고 사전에 막아야 한다. 그렇듯 군자는 자기 자신을 돌보는 사람이다. 즉 건강한 정신으로 육체를 돌보듯 계속 깨어서 모든 환난 재난을 막고 늘 그대로 제 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만 무너지고 만다. 이렇게 하나님 앞에서 정신을 일깨우고 세상의 모든 환난을 예방하는 사람이 군자다. 깬 정신을 주역에서 중中이라 한다. 다석은 알마지, 또는 가온찍기라 했다. 알은 진리를 뜻하니까 알마지는 진리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가온찍기로 알마지를 붙잡고 살아야 환난을 피할 수 있다. 수승화강이라는 중도를 붙잡고, 능변여상의 지혜로 살아야 멸망을 피할 수 있다.
물은 지혜의 상징이고 불은 사랑의 상징이다. 나라를 사랑하는 불같은 사랑은 내려와서 국민의 마음이 되고 물처럼 냉철한 지혜는 올라가서 지도자의 머리가 되어 물과 불이 하나가 되어 생명나무라고 하는 나라의 국격과 문화를 길러야 한다. 이것이 중용의 뜻이다. 중中이란 지혜요, 화和는 사랑인데, 지혜와 사랑이 하나가 된 것을 치중화致中和라 한다. 지혜와 사랑의 일치로 치중화致中和가 이루어지면 천지가 자리 잡히고, 만물이 자라게 되는 이상세계가 실현된다는 말이다.
♣ 원문 해석
◆ 화수미제火水未濟
미제未濟는 아직 건너지 못했다. 형통하게 된다. 작은 여우가 강을 거의 건너다가 그만 꼬리가 물에 잠겼다. 이로운 바가 없다.
괘를 판단하는 말이다. 미제가 형통하게 되는 것은 온유함으로 철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은 여우가 강을 거의 건넜다는 말은 아직 강에서 나오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 꼬리를 물에 적셨으니 이로운 바가 없다. 끝을 마치지 못한 것이다. 비록 자리가 부당하지만 강유剛柔가 서로 응하고 있다.
괘상의 뜻이다. 불이 물 위에 있음이 미제未濟다. 군자는 이를 보아서 신중하게 사물을 판별하여 올바로 산다.
미제未濟 형亨 소호흘제小狐汔濟 유기미濡其尾 무유리无攸利
단왈彖曰 미제형未濟亨 유득중야柔得中也 소호흘제小狐汔濟 미출중야未出中也
유기미濡其尾 무유리无攸利 불속종야不續終也 수부당위雖不當位 강유응야剛柔應也
상왈象曰 화재수상火在水上 미제未濟 군자이君子以 신변물거방愼辨物居方
♣ 내용 풀이
물 위에 불이 있는 것을 미제未濟라 한다. 물은 아래로 내려가고 불은 위로 올라가 물과 불이 통하지 못하는 상극이다. 그러나 미제는 형통할 수 있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보는 것이다. 작은 여우가 강을 거의 건너갔는데 그만 꼬리가 물에 빠졌다. 왜 그렇게 빠졌는가? 아직 지혜가 부족하고 준비가 완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심이 많아서 실패한 것이다.
수화기제가 수승화강이라면 화수미제는 염상누수炎上漏水이다. 촛불을 보면 화염의 불꽃은 위로 올라가고 촛물은 아래로 떨어진다. 분노는 위로 치솟아 머리가 뜨겁고 배는 소화가 되지 못해 설사를 계속하는 이런 질병의 상태를 염상누수라 한다. 나라로 말하면 내전이 일어나고 폭동이 일어나서 서로 죽이고 죽는 이런 혼란 상태를 염상누수요 화수미제火水未濟라 한다. 갈등과 분열이 해결되지 못하고 내전과 전쟁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자본의 물과 권력의 불이 상극으로 서로 대립하여 싸우는 것이다. 지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싸우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비극적 상황에서 벗어나 화해하는 길은 무엇일까?
미제未濟는 상극의 대결을 해결하지 못해서 염상누수가 된 것이다. 번뇌로 머리가 깨지고 가슴이 막혀서 눈물이 쏟아지는 비탄이다. 이런 비극과 절망 가운데 어떻게 희망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번뇌즉보리煩惱卽菩提라고 한다. 번뇌가 곧 진리로 변하는 것이니까 번뇌가 없으면 진리도 없다는 말이다. 미제의 괘를 보면 각 효는 적재적소適材適所가 되지 못하고 음양의 자리가 거꾸로 되어 있다. 모두 제자리를 잃고 있는 가운데 그래도 구이九二와 육오六五는 서로 응하고 있다. 그래서 희망이 있다는 말이다. 비록 어려운 상황이지만 육오의 왕과 구이의 백성, 또는 부모와 자식이 서로 화합하고 마음이 통하면 머지않아 모든 어려움이 풀리게 될 것이다. 서로 상대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법을 찾으면 상극이 변화되어 상생의 길과 평화의 길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작은 여우가 강을 건너가다가 그만 물에 빠졌다. 강을 건너는데 노련하지도 못하고 성숙하지도 못해서 그만 빠지게 된 것이다. 그렇게 물에 빠지면 이로울 것이 없다. 그래서 미제未濟로 번뇌가 크고 비탄에 잠겨 있지만 이내 형통할 것이라 한다. 왜 그런가? 유득중야柔得中, 유가 중도를 얻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육오六五를 말한다. 육오는 왕의 자리인데 음이니까 유柔요 가운데 왕의 자리라서 득중이다. 왕이 온유한 마음으로 오래 참고 견디면 철이 들어서 결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서로 싸우는 양쪽 지도자들이 온유한 마음으로 참고 견디며 고통과 번뇌 가운데 철이 들면 서로 소통하여 평화의 길을 찾아 전쟁을 끝낼 수 있다.
조그만 여우가 물을 건너가다가 물에 빠져서 나오지 못한다. 이것은 구이九二를 말하는 것이다. 교만하고 지혜가 없어서 강을 건너지 못하고 물에 빠지면 이로울 것이 없다. 강을 끝까지 건너가야 하는데 끝을 내지 못한 것이다. 무슨 문제든지 중단없이 계속해서 끝을 내야 하는데 끝을 보지 못한 것이다. 시작했으면 끝을 내야 하는데 하다가 도중에 그만두고 만다. 무슨 일이고 끝을 내지 못하면 이로운 바가 없다.
불이 물 위에 있는 상극이라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는 상태를 미제未濟라 한다. 군자는 이것을 보고 깊이 생각해서 불과 물의 상극과 상생을 확실히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불은 아래로 내려가고 물은 위로 올라가는 상생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 물과 불의 모순을 보고 그것을 통일할 줄 알아야 군자다. 신변물거방愼辨物居方이다. 사건을 신중하게 판별하여 올바른 방향을 잡아야 한다. 사건 내의 모순을 파악하여 자기 안에서 그 모순을 통일하는 길을 찾는다는 말이다. 모순을 자기 안에서 통일하는 그런 지혜를 얻어야 한다. 그러면 염상누수의 비탄에서 벗어나 수승화강이라는 대 우주의 건강한 생명으로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
수화기제는 완성이요 화수미제는 미완성이다. 완성의 모습이 수승화강인데 그것이 뒤집히면 화수미제가 되어 염상누수가 된다. 사람은 본래가 수승화강으로 온전한 것인데 어찌하다 그만 그 온전함을 잃어버렸다. 본래가 부처인데 그만 중생이 되고 말았다. 본래가 사람인데 그만 사람됨을 잃어버렸다. 과연 나는 무엇인가. 인간이란 본래 무엇인가. 나는 이미 온전함의 존재인 동시에 나는 아직 아니다. Already, but not yet.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그것이 나라는 것이다. 나를 확대하면 나라가 된다.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여기 닥쳐와 있는데 아직 아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나라를 확충하자는 것이다. 나로부터, 이제 여기라는 제계로부터.
▲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