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취미는 낚시이다. 나는 신혼 초에는 낚시 장비와 미끼값을 따지면 시장에서 고기를 사다 먹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지만 취미활동을 돈으로 따지는 게 부부의 화목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걸 깨닫고 가끔 낚시에 따라다닌다.
낚시가 잘 된다는 낚시 포인트는 사람들 간에 쟁탈전이 치열하다. 밤낚시로 무늬오징어나 한치를 낚으려는 사람들은 어두워져야 한치를 낚게 될 것이지만 미리 와서 자리를 선점하곤 한다. TV 프로그램에서 ‘도시어부’를 방영한 후로 그 인기에 힘입어 젊은 층에서도 낚시 인구가 늘어났는지 바다에 가면 젊은 사람들도 예전에 비해 꽤 많이 보이는 편이다. 낚시꾼들마다 많은 양의 밑밥을 뿌리고 찌를 끊어먹어 새로운 찌를 끼우는 것을 보면서 바다에 버려지는 낚싯줄, 루어, 봉돌 등 폐낚시도구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금고 부녀회 활동으로 바다환경정화에 나선 적이 있는데 바다 해안의 쓰레기는 사람들이 버린 페트병이나 생활쓰레기도 많았지만 어망과 밧줄들도 많이 보였다. 수면 위로 떠올라 갯바위 사이에 끼어있는 것들도 이렇게 많은데 바닷속에는 얼마나 많은 것들이 떠다니고 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낚시를 좋아해서 바다를 찾는 사람들이나 생활의 방편으로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바다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건 분명 불편한 진실이다.
‘시스피라시’라는 다큐를 본 적이 있다. 시스피라시는 sea+conspiracy 의 합성어이다. 바다의 음모라 할 수 있는데, 바다 생물에게 위협이 되는 플라스틱 빨대라든가 비닐봉지 등의 플라스틱이 바다 생태계를 망치는 주범이 아니라 상업화된 어업이 바다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는 보고서였다.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쓰레기 섬의 50퍼센트 이상이 그물 등의 어업 관련 플라스틱이라 한다. 그러나 이런 것은 묻히니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서 지구환경을 구하자는 것은 바위로 계란치기와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상업적 이익이 걸려있기 때문에 환경단체에서도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는 멤버쉽 수익금과 기부금으로 운영이 되는데 이 돈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수산업의 큰 돈줄이기 때문이다. 이 다큐를 통해서 통조림에 푸른 마크(고래를 부수로 잡지 않는다는 인증,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고기를 잡는다는 인증)를 인증하는 단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이것을 인증할 옵서버들이 바다에서 살해돼 버려지거나 살인위협을 당한다고 한다. 또한 인증 마크는 돈으로도 매수가 되기 때문에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거대 수산업의 무분별한 마구잡이식 남획이 큰 문제였다. 상어 지느러미가 고급 음식 재료가 되기 때문에 바다의 맨 위 포식자인 상어는 지느러미만 잘린 채 바다에 버려지기 일쑤였다. 고래를 한 곳으로 몰아 때려죽이는 광경에서는 차라리 눈을 감고 싶었다.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던 주걱철갑상어가 2020년에 완전 멸종 됐다고 보고됐다. 70년대만 해도 양쯔강에서 수십 톤씩 남획되던 어종이었다. 바다에서도 남획으로 인해 생태계가 많이 파괴되고 있다. 이미 인간의 먹는 산업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해 버렸고 움직이기 시작한 수레바퀴를 멈출 방법은 없는 것만 같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수산업에 대해 관심 갖고 남획을 줄이면서 바다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면 달리던 수레바퀴가 한 마리여서 안 보이던 사마귀를 보게 될지 모른다. 밟고 지나가기에는 너무 많아서 주저하게 될 것이다.
출처 : 뉴스라인제주(http://www.newslinejej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