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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청자의 전성기인 12세기경에 만들어진 청자향로로, 높이 21.2㎝, 지름 16.3㎝이다. 향을 피우는 부분인 몸체와 사자 모양의 뚜껑으로 구성되어 있다. 몸체는 3개의 짐승모양을 한 다리가 떠받치고 있는데, 전면에 구름무늬가 가늘게 새겨져 있다. 몸체 윗면 가장자리에도 세 곳에 구름무늬를 배치하였다. 뚜껑은 대좌에 앉아있는 사자모양을 하고 있으며, 대좌에는 꽃무늬를 새겨 넣었다. 사자의 자세는 뚜껑의 왼쪽에 치우쳐 있어 시각적인 변화에서 오는 조형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사자는 입을 벌린 채 한쪽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앞을 보고있는 자세이며, 두 눈은 검은 점을 찍어서 표현했다. 사자의 목 뒤쪽과 엉덩이 부분에는 소용돌이모양의 털이 표현되었고, 꼬리는 위로 치켜올려 등에 붙인 모습을 하고 있다. 유약의 색은 엷은 녹청색으로 광택이 은은하다. 구조적으로 보면 몸체에서 피워진 향의 연기가 사자의 몸을 통하여 벌려진 입으로 내뿜도록 되어있는데, 아름답고 단정하여 이 시기 청자향로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12세기 전반기에 비취색의 청자가 절정에 달하였을 때 이와 같이 상서로운 동물이나 식물을 본뜬 상형청자가 많이 만들어졌다. 특별히 사자향로에 대해서는 중국 송나라 사람들도 극찬을 하였던 훌륭한 작품이다. |
- 문화재청
사자 한 마리가 향로 뚜껑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입을 벌린 채 한쪽 무릎을 구부리고 앞을 보고 있는데, 목 뒤쪽과 엉덩이 부분에는 소용돌이 모양의 털이 표현돼 있고 꼬리를 위로 치켜들어 등에 붙이고 있다. 부리부리한 눈과 억센 주둥이, 더부룩한 갈기, 떡 벌어진 어깨, 강한 발톱은 실제보다 크게 강조돼 있고, 몸통은 작게 축소시켰다. 왜곡된 비례 때문에 사자는 작은 크기에도 매우 힘 있고 위엄 있게 느껴진다.
높이 21.3㎝, 지름 16.3㎝의 이 청자사자유개향로(靑磁獅子?M蓋香爐)는 고려청자의 전성기인 12세기에 만들어졌다. 향을 피우는 부분인 몸체와 사자 모양의 뚜껑으로 구성돼 있고, 몸체는 3개의 짐승 모양을 한 다리가 떠받치고 있다. 유약은 엷은 녹색을 띠며 맑고 투명하고 광택이 은은하다. 향로의 뚜껑 위에는 원앙새·오리 같은 현실세계의 동물이나 용·기린 같은 상상 속 동물이 앉는 경우가 많지만, 이처럼 주변을 압도하는 당당한 모습의 사자와는 비교할 수 없다.
이 청자향로는 원래 국립박물관 개성분관에 있던 것이다. 1946년 개성시립박물관을 국립박물관에 흡수통합해 문을 연 개성분관은 진홍섭 관장이 이곳을 고려문화의 정수를 소개하는 박물관으로 특화시키면서 고려청자를 대거 소장하게 됐다. 하지만 6·25 전쟁 발발 직전, 개성분관이 위태로워지면서 고려청자와 주요 유물을 황급히 서울로 옮겼고 개성분관은 문을 닫았다.
고려의 사자향로는 1123년 북송(北宋) 황제의 사신으로 고려에 온 서긍(徐兢)의 눈에도 아주 특별해 보였다. 그는 '출장 보고서'인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 사자향로를 직접 보고 느낀 감동, 중국청자와 비교한 평가를 적었다. "사자향로[?s猊出香] 역시 비색(翡色)인데, 위에 엎드린 짐승이 있고 그 아래 연꽃이 받치고 있다. 여러 그릇 가운데 이것이 가장 뛰어나며, 나머지는 월주고비색(越州古秘色)과 여주신요기(汝州新窯器)와 대체로 유사하다."
높은 감식안을 가진 서긍이 사자향로를 중국 최고의 청자인 월주(越州)·여주(汝州) 자기보다 앞세우며 극찬을 보낸 것이다. 또 송나라 학자 태평노인이 쓴 《수중금(袖中錦)》은 "백자는 중국 정주(定州)백자가 천하제일이지만, 청자는 고려비색(秘色)이 천하제일(天下第一)"이라며 "그런 천하제일품을 다른 곳에서도 만들려 했지만 끝내 이르지 못했다[他處雖效之終不及]"고 적었다.
최근 서긍이 그려 간 사자향로의 연꽃받침을 연상시키는 유물이 중국 하남성 청량사 여요(汝窯)에서 발견되었다. 이 연꽃받침은 2005년 경기도자박물관의 《한국·중국 청자 비교전》에 출품되었는데, 색상과 질감 및 세련도에서 고려 것의 품위가 단연 높다는 쪽으로 한·중·일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었다.
국보 60호인 이 '사자향로'가 서긍이 봤던 그 사자향로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고려의 비색청자로서 당대 최고 수준의 기법으로 만든 유물인 것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