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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는 “지금 노무현 대통령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졌고, 국가 운영 능력도 낙제점으로 나라가 주저앉고 있다”면서 “그러나 국민은 한나라당을 보면서 더 큰 절망에 빠지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했다. 수백억 차떼기 대선자금을 받은 정당이 국회 과반수 의석을 불법자금을 받은 동료 의원의 석방동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써먹었으니 이런 자탄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다. 한나라당은 그 막강한 과반수 의석을 국익이 걸린 한·칠레 FTA 비준안과 이라크 파병안을 통과시키는 데는 쓰지 않았다. 이 문제에서 한나라당만은 정부·여당 탓을 할 자격이 없다. 젊은 의원들이 “해야 할 일은 못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는 한나라당”이라고 고백한 것 그대로다. 지금 한나라당에선 인물 영입, 개혁 공천, 구시대 정치행태와의 절연 등 국민에게 약속했던 일도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 한나라당이 몰락하면 그것은 한나라당이 자초한 것이다. 문제는 이 정당이 정부·여당에 대한 대안(代案) 세력의 자리를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이 제 할 일을 하지 못하면 건강한 대안 세력이라도 있어야 나라가 탈선해 주저앉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그 대안의 위치를 독점한 세력이 정권보다 더 국민을 절망케 만들고 있으니 국민은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한나라당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어제 한 중진 의원이 독백한 것처럼 바람 불고 눈보라 치는 허허 벌판으로 나가보라. 거기에 민심이 있고 길이 있다. 그러지 않고 여태 지내온 따뜻한 온실에서 헛된 계산이나 하며 지낼 요량이라면 국민은 새롭고 건강한 대안세력의 탄생을 위해 지금의 한나라당에게 자리를 비켜줄 것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이 온실에서 얻은 병(病)이 이제 나라에 독(毒)이 될 지경이기 때문이다. | ||||||||||||||||||||||||||||||||||||||||||||||||||||||||||||||||||||||
입력 : 2004.02.11 17:57 51' / 수정 : 2004.02.11 21:21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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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떼기·서청원석방 등 잇따라 자충수 내분은 남경필·오세훈·원희룡 의원 등 소장파 의원 및 원외위원장 11명이 지난 9일 국회의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안 통과 실패와 서청원 의원 석방요구결의안 통과를 문제삼아 최병렬 대표 등 당 지도부에 퇴진을 포함한 ‘자기 희생적 결단’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당 안팎에서는 “마침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반응이다. 지난 2002년 불법 대선자금 문제로 붙여진 ‘차떼기당’이라는 불명예 속에 지지도는 갈수록 추락하는데 당 지도부의 대응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는 불만이 당 안팎에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내분의 직접적 계기는 서청원 의원 석방결의안의 국회 통과다. 한나라당을 보는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을 의식한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기자회견을 가진 소장파들의 주장이다. 소장파 의원들은 성명에서 “해야 할 일은 못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자리를 비켜줘야 새로운 양심적인 정치세력의 출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고 했다. 모임을 주도한 남경필 의원은 “최 대표가 당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이며, 당이 할 일이 무엇인가를 제시해 주길 원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다음 단계의 행동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며, 당 지도부와의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제2정조위원장인 김성식 관악갑위원장도 “열렬 지지자들조차도 등을 돌리는 상황”이라며 “이런 위기의식 때문에 정치적 생명을 걸고서라도 뭔가 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병렬 대표는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최 대표는 “도대체 뭘 희생하란 것이냐”며 “내가 서 전 대표와 사이가 좋았다면 석방안은 반드시 막았겠지만 그런 것까지 막으면 ‘속이 좁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겠느냐”고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특히 석방안을 주도한 박종희·김용학 의원 등이 이날 성명을 낸 의원들과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를 함께한 점을 들며 “일은 자신들이 벌여놓고…”라는 말로 당내 소장파 그룹의 이중성을 지적했다.
지난 1월 중순 이후 147석의 의석을 보유한 한나라당은 여론조사에서 원내 47석인 열린우리당에 밀려 2위를 유지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 상태로 총선을 치르면 ‘수도권 전패(全敗)’ ‘영남권 반패(半敗)’론 등 온갖 비관적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는 ‘개혁 공천’이라는 카드로 상황을 돌파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절반 가량의 공천작업이 이뤄진 현재까지의 결과만 보면 의문부호가 따라붙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당 안팎의 지적이다. 특히 최병렬 대표와 홍사덕 원내총무 등 지도부 핵심들이 손쉬운 선거구로 꼽히는 서울 강남지역 출마를 고수하려는 한 공천 물갈이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국 대응 능력 부재 당내에선 ‘최근 한나라당이 세 번의 봄날을 맞았었다’는 말이 돌았다. 대선자금 비리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대통령 사돈인 민경찬씨의 653억 모금설 김수환 추기경의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대한 쓴소리 비리 혐의로 구속된 안상영 부산시장의 자살 사건이 터지면서 한나라당의 숨통을 잠시 틔워주었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당 지도부는 이런 기회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며 “오히려 지도부는 ‘역시 한나라당은 하늘이 돕는 당’이라는 식의 안이한 인식을 가졌던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다수 당의 포만감 버려야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지금 한나라당은 핵심 지지층까지 붕괴하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한나라당의 핵심 지지층 중 하나인 부산·경남, 50대, 이회창 투표자 세 경우만 볼 때 50대 지지율은 대선자금 수사 전 39%에서 23%로, 부산·경남지역은 46%에서 26%로, 이회창 투표자는 61%에서 44%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추락은 앞으로 더 계속될 수 있다”며 “한나라당의 가장 큰 문제는 어떤 비전도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아예 국민적 무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부소장 김형준 교수는 “왜 한나라당을 지지해야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며 “한나라당은 즉각 3자 필승론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한나라당이 원내 절대 과반 정당이라는 숫자에서 나오는 허구적 포만감을 버리지 않는 한 이번 총선에서 참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안용균기자 agon@chosun.com ) | ||||||||||||||||||||||||||||||||||||||||||||||||||||||||||||||||||||||||||||
입력 : 2004.02.11 18:20 37' / 수정 : 2004.02.12 03:57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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