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가 빵과 포도주를 축성하고 나서 성체를 들어올려 교우들에게 보이는 예식을 '성체거양' 이라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성찬전례에 이런 예식이 없었는데 중세 후기에 도입되었고, 교우들이 이 순간에 주님의 현존인 성체를 경배하는 관습이 생겼습니다.
중세 초기 이후 오늘날과 달리 제대가 벽쪽으로 향해있고 사제가 교우들을 등지고 미사를 드리게 되면서, 교우들은 성찬전례때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된 성체와 성혈을 보고자 하는 열망이 강해지게 되었습니다.
1210년경, 파리의 한 주교는 축성된 빵의 모습으로 현존하시는 주님을 보고 싶어하는 교우들의 열망을 채워주고자, 사제들에게 성체를 높이 들어 교우들에게 보여주라고 지시를 하였습니다. 그 후 13세기에 성체거양뿐 아니라 성혈이 담긴 성작거양도 예식에 도입되었습니다. 그런데 교우들은 차츰 성체께 대한 경외심 때문에 성체를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는 관습에 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교황 비오 10세는 1907년에 성체를 보면서, 토마스 사도가 고백한 것처럼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하고 고백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이 때 "주님, 저희에게 성인 신부를 많이 주소서" 하고 기도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이때 기도하면 잘 들어주실 것이라는 생각에서인지, 아니면 이전부터 내려오는 습관때문인지 아직까지도 연세 드신 분들 중에는 미사 중 '성체거양' 때 여러 가지 기도를 바치느라 속으로 중얼중얼하는 교우들이 많습니다.
여하튼 '성체거양'때 올바른 자세는 오직 성체를 바라보면서 마음속으로 주님의 현존을 경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예식은 처음부터 있었던 예식이 아니라 중세 때 신자들의 열의를 채워주려는 뜻에서 도입되었기에 미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미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예수님께서 최후 만찬 때 빵과 포도주에 대해서 하셨던 말씀, 즉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먹어라. …" 라는 '성찬 제정 축성문'을 기도하는 때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사제는 이 순간 그리스도의 인격이 되어 그 말씀을 또박또박 정성스럽게 기도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