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禪門 vs 性門` 동화사 선거 막올랐다

[수혜(이경림)]

'禪門 vs 性門' 동화사 선거 막올랐다

원로스님 합의정신 무시 끝내 투표…같은날 같은 곳 추대식
겉으론 "선거없는 문화"…"거짓 보도자료까지" 신경전 치열

영상뉴스끝 -->

2010년 04월 10일 (토) 14:26:38

이혜조 기자 reporter@bulkyo21.com

조계종 9교구 동화사 차기 주지 선출을 위한 선거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역 원로스님들이 이미 합의로 선거 없는 주지선출을 기대했으나 일부에서 합의정신을 무시, 결국 투표로 갈 것으로 보인다.

▲ 성문(왼쪽) 스님과 선문 스님이 9일 오후 같은 장소에서 나란히 동화사 주지 후보 추대식을 가졌다.ⓒ2010 불교닷컴

같은 장소서 추대식 참석인원 등 치열한 신경전

같은 장소서 추대식 참석인원 등 치열한 신경전

본격적인 선거전은 오는 12일 후보등록을 하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이미 선문 스님(중앙종회 의원)과 성문 스님(천안 보명사 회주)이 사실상 출사표를 던지면서 선거전은 시작됐다.

선문 스님은 9일 오후 5시 대구 모처에서 유권자를 초청해 후보추대식을 갖기로 하고 일찌감치 장소를 예약했다. 그러나 3일 뒤 성문 스님측이 같은 장소를 같은 날자로 예약했다. 양측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며 업주에게 항의, 늦게 예약한 성문 스님이 결국 한시간을 늦춰 추대식을 거행키로 했다.

성문 스님은 9일 오후3시께 동화사 주지실에서 기자간담회, 오후 4시 대웅전에서 고불식을 가진 뒤 오후 6시 예약한 장소에서 130여명의 스님들의 참석한 가운데 추대식을 가졌다.

선문 스님은 한시간 이른 오후5시부터 100여 명의 스님들이 모인 가운데 추대식을 가졌다.

참석한 인원의 성향분석에서도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성문 스님 측은 "선문 스님 모임에는 90명이 왔으며, 중앙종회의원 7명을 빼면 83명이다. 이게 현재까지 선문 스님이 결집한 표다"라고 주장했다.

선문 스님 측은 "성문 스님 추대식에는 130명이 왔다. 그러나 본사주지, 중앙승가대 동문, 표가 없는 비구니 스님 30여명 등 참석자 대부분이 표로 연결되지 않는 허수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성문 스님도 수락사에서 "여기 이 자리에는 유권자, 나와 인연이 있는 스님들이 원근에서 왔다"고 소개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선문 스님 모임에는 보림회, 성문 스님 모임에는 화엄회가 관심을 보였다.

선문 스님 추대식에는 보림회 소속 중앙종회의원 7명이 참석했다. 성문 스님 측에는 화엄회가 화환을 보낸 데 이어 화엄회 회장 성직 스님, 신륵사 주지 세영 스님 등 화엄회 스님들이 다수 보였다. 범어사 주지 정여, 은해사 주지 돈관, 봉선사 주지 인묵, 동화사 주지 허운 스님, 중앙종회 의원 무애 스님 등도 성문 스님 추대식에  참석했다.

성문 스님은 참석한 스님들에게 경옥고와 진제 스님의 책을 선물했다. 진제 스님과의 친분을 과시하려는 듯 종책발표와 수락사에서도 진제, 도원 스님을 자주 언급했다.

선문 스님은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다.

▲ 선문(위) 스님과 성문 스님을 지지하는 스님들이 9일 추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동화사 주지 선거전의 막을 열었다. ⓒ2010 불교닷컴

추대식 중간에 "거짓 보도자료" 소동

성문 스님 측 선거를 돕고 있는 재가자 ㄱ씨가 오후6시께 성문 스님 추대식 장소에서 뿌린 한 장의 보도자료를 둘러싸고 양측이 대립했다.

'연담-고송 문도회 단일 주지 후보로 성문스님 추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는 "9일 오후2시 송림사에서 동화사 조실 진제스님과 전 주지 무공 스님 등 문중 내 원로 및 중진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문도회의를 갖고, 연담-고송문도회 동화사 주지 단일후보로 고송문도회의 성문 스님을 추대키로 결정했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

보도자료는 이어 "연담문도회는 지난 3월 10일 연담-고송문도회 원로회합에서 결의한 단일후보 추대의 합의정신을 존중해 고송문도회에서 교체된 주지후보인 성문 스님을 양대 문중의 단일후보로 추대키로 하고, 연담문도회는 별도의 후보를 입후보시키지 않기로 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이에 앞서 고송문도회 주지후보로 알려졌던 파계사 주지 법광스님은 5일 문중화합을 위해 자진사퇴 하였으며, 현 주지 허운스님도 불출마를 결심함에 따라, 고송문도회는 성문스님을 주지후보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송림사 연담문도회의에 참석했던 중앙선관위원 선광 스님은 <불교닷컴>과의 통화에서 "참석인원은 16명이었고, 그 누구도 성문 스님을 단일후보로 추대하자는 결정을 하지 않았다"며 "다만 의현 스님이 성문 스님을 추천하자 중진 소장파 스님들이 강하게 반발했으며, 무공 스님은 선문 스님을 추천했다. 결국 양측의 주장이 맞서자 '어차피 성문, 선문 스님이 출마한 상태에서 추가로 후보자를 낼 필요는 없다'며 회의를 마쳤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스님은 "성문 스님을 추대했다는 얘기는 전혀 사실무근 이다"며 "오히려 조실 진제 스님 조차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스님은 "보도자료를 낼려면 연담문도회의에 참석한 스님들 명의로 나와야 하는데 성문 스님측이 낸 것도 이상하고, 보도자료에 명의도 표시하지 않은 점도 상식에 맞지 않다"라고 했다.

고송문도회의 한 중진 스님은 "보도자료 말미에 고송문도회에서 성문 스님을 후보로 결정했다고 하는데, 우리문도회에서도 성문 스님을 주지 후보로 결정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오후3시 기자간담회에서 성문 스님은 "오후2시부터 송림사에서 연담문도회의가 열리고 있는데, 예상컨대 3월 10일 서봉사에서 법광스님을 합의추대한 정신을 살려 법광스님에서 나 성문으로 후보만 바뀐 채 그 결의가 유효하다는 결론이 나올 것이다"고 미리 언급했다.

성문 스님측은 이 보도자료를 연합뉴스를 비롯한 통신사 일간지 불교계기자들 모두에게 전달했다.

▲ 3월 10일 진제, 도원 스님이 동화사 주지 후보 단일화를 합의한 협약서. 법광 스님 유고시 연담문도회가 추천하는 후보로 단일화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고 진제스님과 도원 스님이 서명하고 입회인인 법광 스님 등도 서명했다. ⓒ2010 불교닷컴

조실 스님들의 합의정신까지 어기나

3월 10일 대구 서봉사에서 동화사 조실 진제 스님과 파계사 조실 도원 스님 등이 동화사 선거에 양대문중의 단일후보로 파계사 주지 법광 스님으로 추대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어 두 명의 조실과 법광 스님 등이 입회인으로 서명한 협약서도 체결했다.

협약서에는 "연합후보인 법광스님 유고시 교차추천된 연담문도 후보가 나오며 이때 고송문도는 연담문도 후보의 당선에 최선을 다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동화사 측 스님들은 "대구경북 지역 최고의 어른들이 협약서를 체결했고, 법광 스님이 사퇴함으로써 유고상태가 됐다"며 "그렇다면 협약대로 고송문도회는 연담문도회에 후보를 양보하는 것이 산중공의아니냐. 그런데 왜 또다시 고송문도회의 성문 스님이 후보로 나섰느냐"고 따졌다.

선문 스님은 연담문도회 소속이고, 성문 스님은 고송문도회에 속한다.

당시 협약서 체결을 주도한 선광 스님도 "협약서대로라면 연담문도회에서 이번에는 후보를 내는 것이 정상적인데 법광 스님의 후보사퇴 자체가 변칙적이었다"며 "법광 스님이 상의도 없이 성문 스님과 함께 무공 스님을 찾아가 후보 인계를 해줘버렸다. 이건 아니다. 법광 스님의 사퇴를 협약서에서 명기한 '유고'로 봐야하고 그에 따른 후속 조치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선광 스님은 "어제 송림사 연담문도회의에서도 내가 '권모술수가 난무해 결국 선거 없는 문화를 흔들었다'며 법광 스님 사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모두발언을 했다"며 "성문 스님은 처음부터 이번 선거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고송문도회의 또다른 중진 스님은 "최초에 법광 스님으로 단일화한 것은 선거없는 문화조성이 목적인데, 현재 성문 스님의 출마는 선거를 하자는 것이며, 이는 당초의 원로스님과 중진 스님들의 합의정신을 무참히 깬 것이다"고 말했다.

이 스님은 "계속 선거로 갈 것 같으면 대비암 식구들은 투표를 보이콧하겠다는 말도 나온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에 대해 성문 스님은 "합의정신에 따라 주지 후보가 법광 스님에서 나로 바꿨을 뿐이다"며 "최초로 법광 스님으로 결정된 것은 원로들의 뜻이 아니라 밑에 있는 간사 스님들이 그렇게 한 것이다. 나 역시 선거없는 문화를 원하며 곧 상대후보가 나오지 않도록 설득할 자신이 있다"고 주장했다.

▲ 성문 스님의 동화사 주지 후보 추대식에 본사 주지 스님들이 대거 참석하고, 화엄회는 화환과 함께 회장인 성직 스님 등이 참석했다. 선문 스님 진영에는 보림회 스님들이 참석했다. ⓒ2010 불교닷컴

음해 루머 난무…중앙선관위 차원 감독 절실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음해성 소문들이 낯부끄러울 정도로 나돈다. 교구선관위는 물론 중앙선관위가 나서서 관리 감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성문 스님 측은 "선문 스님에게 모 본사에서 20억원을 줬다. 보림회에서 7억원을 냈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주장했다.

선문 스님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다. 그 본사의 예산이 일년에 10억 원 정도인데 어떻게 다른 본사 주지 선거에 2년치 예산을 통째로 주나. 어제 추대식에 온 스님들에게 여비도 한푼 안줬다"고 맞섰다.

성문 스님에 대해서는 '법광 스님에게 선거자금을 주기로 했던 ㄷ스님을 성문 스님이 압박해 자금줄을 끊자 법광 스님이 후보에서 사퇴했다. 어차피 법광 스님은 대비암과 장윤 스님 표 외에는 지지세력이 없었던 것도 사퇴의 원인이다'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성문 스님은 "압박은 있을 수 없다. 법광 스님은 조카상좌다. 꼬마 때부터 잘안다. 압박준다고 사퇴할 사안이 아니다"며 "최초에 법광 스님으로 모아진 의견의 내용 자체가 부실했다. 법광 스님 본인이 판단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뒷거래가 있었다는데 전혀 아니다. 법광 스님은 내게 '도원 스님을 잘 모셔달라'고 부탁하며 내게 양보했다"고 해명했다.

비슷한 종책, "후보 단일화" 한 목소리

선문 스님은 출마 일성으로 "원로 대덕 큰 스님을 비롯해 교구스님들의 노후 복지 종책을 수립해 실질적인 복지구현에 힘을 쓰겠다"고 했다.

스님은 이어 인재양성을 위한 승가 교육, 말자 주지스님의 대내외적인 업무의 효율적 지원, 지역 불교의 포교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4대 주요공약으로 제시했다.

성문 스님은 "원융화랍을 바탕으로 팔공산 시대를 열겠다"고 수락사에서 밝혔다,

스님은 산중 수행가풍과 위계질서의 확립, 팔공산문의 원융화합과 산중공의 실현, 능력과 원력있는 인재의 등용, 수행전법에 전념할 수 있는 누호수행복지 실현, 한국 선불교의 세계화, 대구불교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법표교 체계의 구축, 불교문화센터 건립 등 지역사회 공헌, 복지재단 설립 등 사회복지사업 역량 강화, 동화사 중장기 마스터플랜 완성, 봉사하는 교구 종무행정 구현 등 10가지 종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선문 스님은 원로를 비롯한 어른 스님을 산중으로 모셔 노후 정진에 부족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점을 강조했고, 성문 스님은 진제 도원 두 선지식을 비롯해 훌륭한 스님들을 잘 모셔 갈등을 해소하고 가칭 8인중진회의 또는 팔공회의를 구성해 모든 대소사를 협의해 나간다고 하는 등 공약은 대동소이해 보인다.

선거를 없애자는 목소리도 똑 같다.

선문 스님은 후보 수락사에서 "산중공의를 살려 상대후보측과 논의해 선거 없이 단일후보로 출마하는 방안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며 "선거의 폐해가 만만치 않고 당선후 후유증이 영남불교를 망치고 있다"고 밝혔다.

성문 스님은 "상대가 있으니 후보등록이야 하겠지만 12일 이후에도 후보를 설득하면 선거 없는 문화가 가능하다. 고립된 상태에서 선거하기 대단히 어렵지 않겠느냐"며 "동화사는 그간 선거전이 치열했는데, 원융화합하기 위해 가능하면 선거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봉은사 사태에 대해서도 두 스님은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성문 스님은 "명진 스님이 재정투명화를 했다는 데 이미 내가 주지를 할 때 다 공개하도록 토대를 마련해 놓았다"고 일측한 뒤 "민감한 문제라 노코멘트하고 싶지만... 총무원장 스님과 명진 스님이 오랜 인연인데 봉은사 문제를 정치쟁점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화를 통해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사유재산 출연령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홍보를 잘못했고 너무 서둘렀다"고 말했다.

선문 스님은 "총무원장의 인사권, 중앙종회의 의결에 거역하면 종단의 질서가 무너진다"며 "종단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외부로 꺼집어내고 언론과 정치권은 이를 소재로 정쟁화하는 결과를 초래한 부분에 대해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재출연과 관련 선문 스님은 "율장정신에 따르자는 건데 시비가 일어서는 안된다"며 "봉은사 사태나 사재출연 논란은 입적한 법정 스님의 숭고한 정신이 세속의 귀감이 되는 시점에서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고 말했다. 

12일부터 14일까지 후보등록 후 22일 산중총회까지 선문, 성문 2강 구도가 단일후보가 되기 위해선 기간은 짧지만 긴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투표로 가는 것이 거의 정설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