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고 낮게 세팅한다." 이것이 겨울 실내 장비 세팅의 기본이다.
겨울에는 다른 계절과 달리 실내에서 모든 활동이 이뤄진다. 타프 아래에 테이블 펴놓고 우아하게 산들바람을 맞는 것은 이듬해 봄에나 가능하다. 당분간 겨울 삭풍을 피해 취사, 식사, 음주, 휴식, 취침 등을 모두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캠핑이 자연과의 대결이 아니라지만, 겨울에 한해서는 그렇지 않은 듯 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생존 게임이다. 감기 걸리면 지는 거다.
겨울에는 난방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가급적 공간을 작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최소한의 (쾌적한) 리빙 공간을 포기할 수는 없다. 공간 효율이 나쁘면 캠핑 내내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렇다고 해서 거실텐트에 이것저것 확장을 하게 되면 설치와 해체시 수고가 따르고 난방 효율도 낮아진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한정된 공간 내에서 최대한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기본은 거실텐트 한 동이고 그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다.
1. 장비의 숫자를 줄여라.
보통 거실텐트내 공간 배분에 있어서 절반 정도는 침실이고, 나머지 절반에 주방 및 거실, 난방 장비를 채우게 된다. 키친 테이블, 버너 스탠드, 테이블, 의자, 난로 등... 이를 다 세팅하자면 발 디딜 틈이 없게 된다. 겨울 장비 세팅은 기본적으로 다른 계절의 그것과 같아서는 안 된다. 확장할 것이 아니라면, 장비를 줄여라. 주방 장비는 간단 조리가 가능한 식재료로 줄일 수 있다. 테이블이나 의자도 최소한의 크기와 숫자로 줄여라. 이런 점에서 IGT는 공간 활용에 좋은 장비다. 식사 테이블과 주방 테이블, 버너를 합쳐놓은 것이니 여러모로 편리하다.
2. 장비의 높이를 낮춰라.
좁은 공간에 키 큰 가구는 어울리지 않는다. 같은 면적을 차지하는 가구도 높이를 낮추면 한결 답답함이 줄어든다. 단지 시각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쾌적함도 늘어난다. 거실텐트의 대부분이 하단 공간은 넓고 상단으로 갈 수록 좁아지는 피라미드 구조이기 때문에 키 큰 가구는 벽면의 간섭 때문에 키 작은 가구보다 안쪽으로 더 들여놔야 한다. 실제로 일반 키친 테이블을 사용하면 하단에 키친 테이블 크기만한 공간이 생기게 된다. 한 마디로 말해 죽은 공간이다. 장비의 크기를 낮추고 벽쪽으로 최대한 붙여야 한다. BBQ의자나 사이드 테이블을 버너 스탠드나 키친 테이블 대용으로 사용하면 좋다. 식탁도 높이를 낮춰라. 폴딩 테이블을 이용하여 낮게 세팅해도 되고, 마찬가지로 사이드 테이블을 두 개 이어 붙여서 식탁으로 사용해도 된다.
3. 수납 효율을 높여라.
좁은 공간 내에서도 수납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쾌적함이 달라진다. 야전 침대를 사용하여 침실을 꾸민다면 야전 침대 아래에 방수포를 깔고 그 사이에 옷가방이나 식재료, 기타 잡다한 물건을 수납하면 좋다. 장비를 줄이면 실내가 한결 더 정돈되어 쾌적함이 증가한다. 없으면 불편할 것 같아서 이것저것 잡다한 물건을 많이 두면 쾌적함만 떨어질 뿐이다. 조금 불편해도 얼마든지 산다. 기껏해야 2박3일이니까.
4. 전기등을 잘 활용한다.
실내에 연소형 랜턴을 사용하면 차지하는 공간이 커진다. 노스스타를 장만해서 1년 12달 활용하고픈 마음은 잘 알겠으나 겨울동안만은 참는 것도 좋다. 전기 사용이 가능한 캠핑장에서는 전기등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 공간 효율에 좋다. 연소형 랜턴과 달리 열기가 거의 발생되지 않으므로 안전 공간을 확보할 이유가 없다. 운치면에서는 좀 떨어지지만 안전한 전기등을 십분 활용하자. 전구색 삼파장등이 일반적이나 웜화이트 색상의 LED등을 사용하는 캠퍼도 늘고 있다. 특히 배터리를 활용한 DC등의 경우 전기 공급이 불가한 곳에서도 안전하고 저렴하게 실내를 밝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5. 커튼을 쳐라.
일반 가정에서도 난방 효율을 높이기 위해 창가에 커튼을 친다. 경험해 본 분은 알겠지만, 이것이 있고없고는 천지차이다. 거실텐트 내에 야전침대를 사용할 경우 그 양 옆으로 커튼을 치면 밤새 어깨를 시렵게 하던 찬바람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거실텐트 상단에 스트링을 가로질러 매달고 여기에 커튼을 매달면 된다. 커튼의 종류는 일반 커튼이나 샤워용 커튼을 사용해도 되고 가지고 다니던 판초 우의를 활용해도 된다. 깔끔한 걸 좋아한다면 아무래도 제대로 된 커튼이 나을 것이다. 커튼은 양 사이드에만 치면 된다. 가운데는 난로 열기를 전달 받아야 하므로 생략한다.
6. 화로 테이블을 활용한다.
좁은 실내에서 굳이 정식 테이블을 고집하기 보다는 화로 테이블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실제로 필자는 겨울이 되면 화로 테이블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한다. 화로 테이블로 난로를 감싸면 안전망 역할도 하고 식사 테이블, 음주 테이블의 기능도 함께 한다. 무엇보다도 공간 절약이 되니 가장 좋다. 화로 테이블은 화목난로는 물론 석유난로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난로 위에 바로 조리를 하며 식사 및 음주를 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편리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화로테이블 안에 화로를 놓고 부엉이 히터를 버너스토브처럼 눕혀서 사용하기도 한다. 크게 권장하지는 않는다.
7. 확장 공간과 침실 공간을 단절시킨다.
만일 거실텐트에 확장을 했다면 난방 효율이 떨어진다. 특히 기온이 내려가는 밤과 새벽 시간에는 이로 인해 추위를 느낄 수 있으므로 취침 때만이라도 확장 공간과 침실 공간을 분리하는 것이 좋다. 즉, 난방이 필요한 공간을 줄여준다. 베스티블이나 발코니 등 리빙쉘 확장 공간의 경우 이를 침실 공간으로 사용하기 보다 주방이나 거실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취침시 문을 닫을 수 있다. 간혹 이너텐트 없이 야침 + 풀플라이만으로 확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도 취침시에 문을 닫아서 풀플라이쪽을 막아주는 것이 좋다. 야전침대를 방수포 위에 올려놨다면 이를 한 번에 잡아당기는 것만으로도 쉽게 실내로 끌어올 수 있다.
장비의 숫자를 줄이고, 높이를 낮추고, 공간도 줄이고...
여기에 덧붙이자면 해 있을 때 세팅하고 철수하는 것이 좋다.
해진 후의 겨울 추위는 정말 견디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