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21세기스피치웅변아카데미 원문보기 글쓴이: 유달산(이영근)
2009년 11월 18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091118수] 온실가스 감축, 의욕만큼 정교해야
정부가 어제 202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2005년 대비 4% 감축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8월 초 제시했던 3가지 방안 중 가장 강력하고, '기후변화 정부채널(IPCC)'이 개발도상국에 권고한 감축범위(BAU 대비 15~30%)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산업계는 정부 방침이 과격하다며 불만을 표시하지만, '선진국형 발상의 전환'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표현처럼 어차피 맞을 매라면 선제적 대응이 더 유용하다고 판단된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단기적 부담도 있지만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과 더 큰 국가이익을 고려해 목표를 결정했다"며 논의를 주도했음을 시사했다. 내년 G20 정상회의 의장국이자 APEC-G20의 가교 역을 자임한 입장에서, 12월 중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위상과 발언권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정부가 '역사적'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녹색한국의 생일'이라고까지 자찬하는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정해짐에 따라, 2010년부터 경제부문 별로 세부목표를 정하고 관리하는 온실가스 및 에너지 목표관리제가 도입된다. 정부는 산업계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단 건물과 교통 등 비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감축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부문별 감축목표를 정하는 과정에서도 업종별 국제경쟁 상황을 분석해 감축량을 배분하고 맞춤형 지원대책도 마련키로 했다. 이런 로드맵이라면 무턱대고 반발할 이유가 없다. 되레 '잣대의 고무줄화'가 더 우려된다.
하지만 코펜하겐 회의에서의 최종 합의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에서 우리가 서둘러 목표치를 내놓아 국제사회의 치열한 수읽기 싸움에서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은 잘 새길 필요가 있다."목표를 낮추면 인식을 바꾸기 어렵다"는 이 대통령의 말도 옳지만, 대외 협상용과 내부 준칙용을 좀더 세밀하게 설계ㆍ관리해야 한다. 우리 경제에서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전체 고용의 47%. 수출의 72%나 된다는 점과 경쟁국의 동향을 잘 살펴 정교한 액션 플랜을 짜야 하는 이유다.
[한겨레신문 사설-20091118수] 기본권 침해하는 ‘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안’ 폐기해야
정부가 추진중인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안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어제 반대 의견을 냈다. 정부가 지난달 21일 입법예고한 이 개정안은 공무원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특정 정책을 반대하는 걸 금지하고 정치적 구호가 담긴 복장도 착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공무원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공무원에게도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인권위의 이런 의견을 존중해 개정안을 당장 폐기해야 마땅하다.
인권위의 반대 의견은 사실 어느 정도의 인권 의식만 있어도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다. 국민을 위해 일하긴 하지만 어느 공무원이나 엄연히 국민의 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공무원도 당연히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 공무원의 직무 성격상 어쩔 수 없는 경우에도 권리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인권위의 이번 지적은 정부의 입법예고 직후부터 각계에서 쏟아져나온 비판과 맥을 같이한다.
정부가 ‘인권 상식’조차 무시하면서 개정안을 밀어붙인 것은 거의 전적으로 통합을 앞둔 공무원노조 때문이었다. 3개 공무원노조가 통합해 민주노총에 가입하기로 하자, 정부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압박해왔다. 이런 과정에서 나온 것이 바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안이다. 정부는 이런 의도를 숨기려 하지도 않았다. 실제로 행정안전부는 개정안을 공개하면서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추진 등으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주장했다. 눈엣가시와 같은 공무원노조의 힘을 빼놓기 위해서라면 공무원의 인권 따위는 무시해도 그만이라는 얘기나 다름없는 태도다. 공무원 복무규정은 교원들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에, 정부는 교원노조의 활동까지 억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정부는 공무원의 정치활동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강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복무규정까지 바꾸려 하는 것은 지나친 조처다. 국가공무원법에 이미 정치활동 규제와 관련한 조항이 있고 기존의 공무원 복무규정에도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이것으로 충분한데도 최소한의 정치적 의사표현 자유까지 봉쇄하는 규정을 따로 만들려는 것 자체가 편협한 반노조 정책의 산물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공무원의 노조활동에 대한 시각부터 바꾸길 바란다.
[동아일보 사설-20091118수] 공직부패 이대로는 선진국 문턱 못 넘는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어제 발표한 2009년 부패인식 지수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5.5점으로 180개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39위였다. 작년에 비해 순위는 40위에서 한 단계 올랐지만 점수가 5.6점에서 0.1점 하락해 공무원과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부패인식 정도가 나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의 평균이 7.04인데 비해 우리는 2005년에 겨우 4점대를 넘어 5점대에 진입한 이후 계속 정체상태다. OECD에서의 순위는 22위로 헝가리 폴란드 체코 등과 함께 하위 그룹에 속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나라로서 부끄러운 수준이다.
국내의 다른 조사결과도 국제투명성기구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작년 12월 국내 거주 외국인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한국 공무원이 부패했다’는 응답자가 50.5%, ‘부패로 인해 기업 활동이 심각하게 저해됐다’는 응답자가 58%에 이르렀다. 작년 11월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기업인 10명 중 2명이 최근 1년 사이에 공무원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주된 이유는 ‘공무원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34.8%), ‘관행상 필요해서’(25.9%), ‘업무 처리에 따른 감사 표시’(15.6%)였다. 국가기관의 조사결과가 이 정도라면 실제로는 훨씬 더 심할 가능성이 높다.
A 씨는 미국인 투자자와 함께 실버타운 사업을 하기 위해 지방의 부동산을 물색하던 중 지방공무원한테서 부동산 매입 대금의 0.9%를 소개비로 달라는 노골적인 요구를 받았다고 동아일보 논설위원에게 밝혔다. 소개비만 주면 사업에 필요한 다른 행정절차는 자신이 원활하게 처리해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지방공무원들이 투자유치를 위해 발 벗고 뛰어야 할 판에 거간꾼 노릇을 하며 뇌물을 요구했다니, 중남미지역의 ‘바나나 공화국’을 방불케 한다. A 씨가 다른 지역의 경제단체 관계자에게 부동산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자 매입 대금의 4%를 소개비로 요구했다. A 씨만 이런 경험을 했겠는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는 기업 활동을 어렵게 하고, 국민에 대한 공공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며, 국가신인도(信認度)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선진화를 외친들 부정부패와 비리로 찌든 공직사회를 방치한 채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공직자들의 의식개혁과 함께 공직사회를 맑고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국가적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조선일보 사설-200911108수] 금감원·재경부·감사원 출신이 싹쓸이한 금융사 요직
금융감독원 출신들의 민간 금융회사 감사(監事) 자리 싹쓸이가 계속되고 있다. 105개 은행·보험·증권·신용카드사의 60%인 63개 사의 감사가 금감원 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2004년 이후 지금까지 금감원 2급 이상 출신 92명이 민간 금융회사 감사로 재취업했다는 자료가 나왔다.
이들 회사의 감사 자리는 대부분 전임 금감원 출신이 3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면 곧바로 금감원 출신이 '승계'하는 게 관례처럼 돼버렸다. 대우가 좋다는 금융회사 감사는 금감원 출신끼리도 경쟁이 심하다. 올해 초엔 K보험, S증권 등의 감사 자리를 놓고 금감원 국장급 출신 선후배 사이에 치열한 경합이 벌어졌다.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출신도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공기업과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회사 14곳 중 6곳의 기관장을 맡고 있다. 기관장은 옛 재경부 관료가, 2인자인 감사는 금감원 출신이 나눠 먹는 셈이다. 감사원 출신의 진출도 부쩍 늘어, 금감원 '텃밭'처럼 여겨지던 은행·보험사 감사 9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는 2003년 이후 퇴직한 4급 이상 33명 중 31명이 법무법인과 대기업에 재취업했다. 이들은 공정위에서 쌓은 전문지식과 인맥을 이용해 정부를 상대로 한 기업들의 과징금 소송을 맡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은 퇴임 전 3년 이내에 맡았던 업무와 관련된 민간 회사에 퇴임 후 2년 동안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말뿐이다. 금감원은 매년 20명 안팎이 퇴직하자마자 금융회사 감사로 옮긴다. 은행 업무를 맡다 증권·보험 같은 비은행권으로 가거나 생명보험사를 담당하다 손해보험사로 가면 문제 없다는 식이다. 퇴직 전에 잠깐 지방근무를 하거나 인력개발실 같은 내근부서를 자원해 규정을 빠져나가기도 한다.
금감원·재경부·공정위는 관련 업계 재취업 논란이 일 때마다 "전문성을 보고 뽑아가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이 민간 전문가보다 전문성이 꼭 나을 게 없는 이들 기관 출신들을 수억대 연봉을 주며 모셔가는 진짜 이유는 정기감사 때나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감사의 인맥을 활용해 무마하려는 것임을 다 안다. 현직들도 얼마 전까지 함께 일하다 민간으로 옮겨간 선배가 부탁해오면 뿌리치기 힘들다. 몇년 뒤면 자신들도 업계로 가서 후배에게 부탁하는 처지가 되기 때문이다. 그 현직과 퇴직의 부적절한 공생(共生) 관계를 끊어야만 낙하산 인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서울신문 사설-20091118수] 공공기관 임금동결 용두사미 안되게
공무원에 이어 공공기관 임직원의 내년 임금이 동결된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묶이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더 높은 금융형 준정부기관 7곳은 5% 이상 삭감 대상이다.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로 말미암아 개혁의 무풍지대에 있던 ‘신의 직장’을 ‘인간의 직장’으로 복귀시키는 작업이다. 정부는 그제 2010년도 공공기관 예산편성지침 안을 의결했다. 97개 공기업·준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하며 204개 기타 공공기관에도 준용된다.
총 인건비 동결과 함께 과다한 복리후생비 지출을 제도적으로 차단한 점이 돋보인다. 학자금 무상지원, 주택자금 대출지원, 경조사비 별도 편성 사용, 보약·보철 등 의료비 지원 등 일반 직장인들은 꿈도 못 꾸는 터무니없는 지원을 막았다. 정부는 1993년부터 학자금 지원을 유상전환토록 했지만 해당 기관은 노사협약, 노조반대 등을 핑계로 지키지 않았다. 노조는 공기업선진화를 명분으로 정부가 개별 노사합의를 무력화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은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국민부담을 늘려 왔다.
공공기관을 향한 국민 불만이 극에 이르렀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차라리 민영화하거나 통·폐합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지침은 정부가 국민을 대신해 경영진에게 요구하는 것”이라는 기획재정부 강호인 공공정책국장의 통첩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정부는 지침을 이행하지 못하는 경영진에겐 단호하게 책임을 묻고, 지침을 어긴 기관의 예산은 삭감해서라도 기강을 바로잡길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91118수] 삼성생명 상장, 글로벌 보험사 도약 계기로
삼성생명이 내년 상반기 중 증시상장(기업공개)을 목표로 주간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제안서를 보내는 등 관련 절차에 착수했다고 한다.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의 상장은 국내 보험업계는 물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향방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에서 주목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삼성생명의 기업공개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의 발전은 물론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관점(觀點)에서 나라 경제에도 적지 않은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첫째, 증시 상장은 기업가치와 대외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한편 투자 재원을 대폭 늘려줄 것으로 전망된다. 상장 이후 주가는 70만원, 시가총액은 14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는 이야기이고 보면 수조원 이상의 투자재원을 확충하면서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매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법정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삼성자동차 부채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삼성은 지난 1999년 삼성자동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채권단의 손실이 발생하자 이건희 전 회장 소유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주당 70만원으로 환산해 담보로 제공한 바 있는데, 상장이 늦어지면서 채권단과 큰 알력을 빚어왔다. 기업공개야말로 이 문제 해결의 열쇠인 셈이다.
셋째,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이 전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들이 대규모 상장 차익을 올리게 되면 에버랜드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의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재원(財源)을 확보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이다.
넷째,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글로벌 규모의 보험사가 나와야 한다는 측면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지난해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기업에 포함된 27개 생보사 중 비상장사는 삼성생명이 유일하다. 심지어 중국조차도 차이나라이프(1위) 핑안그룹(2위) 등을 상장시키며 생보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삼성생명 상장의 발목을 잡는 불필요한 논란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이는 개별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보험산업의 육성 차원에서 접근하고 추진돼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예영준(정치부문 차장)-20091118수] 프로토콜
빛바랜 한 장의 사진이 대하소설보다 풍부한 사연과 강렬한 메시지를 주는 경우가 더러 있다. 1949년 9월 27일 오전 도쿄의 주일 미 대사관저에서 미군 상사가 촬영한 이 사진도 마찬가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일본의 새로운 통치자로 진주해 온 더글러스 맥아더와 ‘신’에서 ‘인간’으로 강등된 일왕 히로히토(裕仁)의 첫 만남을 기록한 사진이다.
부동자세를 취한 사진 속의 일왕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일왕을 전범으로 기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연합국 내에 비등하던 무렵 생살여탈권을 쥔 맥아더와 처음 만났으니, 정녕 그가 신이 아닌 이상 왜 아니 그랬겠는가. 일왕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맥아더는 체격만으로도 일왕을 압도하고 남았다. 노타이에 평상복 차림으로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짝다리 자세로 서 있는 맥아더의 자세는 또 어떤가. 승자의 당당함과 패자의 굴욕이 고스란히 묻어 나지 않는가. 아마 일왕은 그때까지 사진을 찍어 본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자세로 세 컷을 찍었는데 첫 컷은 일왕이 눈을 감았고, 둘째 컷에선 일왕이 입을 벌렸다.
일본 언론들은 불경스럽다는 이유로 처음엔 사진 게재를 거부했지만 연합군 사령부(GHQ)에 두 손 들 수밖에 없었다. 불과 한 달 보름 전까지 살아있는 신으로 믿어 의심하지 않았던 일왕의 한없이 왜소한 모습을 목도한 일본 국민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충격과 함께 다가온 것은 패전에 대한 뼈아픈 자각과 “신 위에 맥아더가 있다”는 두려움이었다. 그건 바로 맥아더 사령부가 의도한 바이기도 했다.
6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또 한 장의 사진이 세계 각국의 언론 매체를 장식했다. 이번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히로히토의 아들 아키히토(明仁) 일왕에게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하는 장면이다. 맥아더와 히로히토의 사진에 충격을 받았던 일본 국민이 이번엔 신선한 감동을 받은 모양이다. 오바마는 이 사진 한 장으로 일본인의 마음을 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당당해야 할 미국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외교 프로토콜에 부합하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따지고 들면 한없이 복잡하고 정답이 없는 게 외교 프로토콜이다. 과공비례를 탓하는 것도 일리가 없진 않지만, 그보다는 상대방의 마음을 샀느냐 그러지 못했느냐의 잣대로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경향신문 칼럼-여적/박성수(논설위원)-20091118수] 마당놀이
“이때 서울 다락골에 한 사람이 있으되 성은 이요, 명은 춘풍이라. 춘풍이 방탕하여 주야로 노닐 적에 모화관 활쏘기, 장악원 풍류하기, 산영에 바둑 두기, 장기 골패 쌍륙 투전, 벙거짓골 열구지탕 너비할미 갈비찜에, 일일장취 노닐 적에….” 고전소설 <이춘풍전>의 한 대목이다. 방탕한 이춘풍과 남편 분탕질로 속앓이를 하는 춘풍 처의 심리묘사가 일품이다. 해학이 넘치고, 운을 맞추면 소리도 흥겹다. ‘얼쑤’하는 추임새가 절로 나온다. 우리의 전통 유희가 흥겨움과 재미를 주는 것은 희·노·애·락의 감정을 절묘하게 건드리기 때문이라 한다. 양반들이 기쁘고 즐거운 놀이를 즐겼다면, 서민들은 애환과 노여움을 해학과 풍자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꼈다는 것이다. <이춘풍전> 역시 다르지 않다. 웃음 속에 풍자가 있고, 울음 속에 애환이 묻어 있다.
우리의 고전 풍자소설을 현대적 ‘마당놀이’로 재창조한 사람이 연출가 손진책이다. <심청전> <춘향전> 등 고전소설을 대부분 무대화했고, 현실 풍자도 가미해 맛을 살렸다는 평가다. 1980년대 서울 정동길은 연말이면 ‘손진책 표 마당놀이’를 보려는 관객들이 꼬리를 물곤 했다. 노부모를 모시고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아 효도잔치를 방불케 하는 모습도 보였다. 마당놀이는 1981년 <허생전>으로 첫 선을 보인 이래 지금까지 350만 관객을 모을 만큼 훌륭한 브랜드가 됐다. 2007년에는 중국에 <삼국지·오>(三國志·吳)를 수출하기도 했다.
손진책 연출의 마당놀이가 오는 26일부터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이춘풍 난봉기>로 공연 3000회를 맞는다. 배우 윤문식, 김성녀, 김종엽 등 ‘마당놀이 3인방’이 올해도 연기호흡을 맞춘다고 한다. “이런 싸가지 없는 놈을 봤나”라며 걸쭉한 욕사발을 내는 윤문식의 넉살 연기는 이번 무대에서도 여전할 것 같다. <별주부전> 이후 27년 동안 장단을 맞춘 배우 김성녀와의 재담 연기도 눈에 선하다. <이춘풍 난봉기>에서는 ‘4대강’ ‘세종시’ 등도 풍자한다고 하니 이 또한 관심을 모은다.
늘 새롭게 꾸며지는 마당놀이는 ‘한국산 문화상품’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베니스의 상인>보다 <이춘풍전>이 더 훌륭하다”는 윤씨 주장이 과장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재창조 없는 문화는 낡은 채로 남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
[매일경제신문 칼럼-테마진단/이순천(외교안보연구원장)-20091118수]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
20일로 유엔아동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채택 20주년을 맞는다. 어린이가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필요한 모든 권리를 총망라해 담고 있는 이 협약은 현재 192개국이 비준한 어린이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조약이다.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전 세계가 공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상을 현실에서 이루기에는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우리나라에서만 2008년 한 해 동안 8일에 1명꼴로 어린이가 피살 당하고, 하루 5명씩 성폭행 피해자가 발생했다.
아프리카, 남아시아 등 최빈국 어린이의 실상은 더욱 심각하다. 어린이 노동 종사자 비율이 30%에 달하며 조혼율도 50%에 육박한다. 임신, 출산 관련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15~19세 여자 어린이는 매년 7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는 1억6800만명의 어린이가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으며, 1990년 이래 전쟁으로 인해 200만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 이와 같은 슬픈 현실은 우리 모두의 자성과 함께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일깨워준다.
현재 아동 권리 증진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유니세프(UNICEF)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유니세프는 2차세계대전으로 피해를 입은 어린이를 구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이래 `차별 없는 구호의 정신`으로 소외된 어린이, 빈곤국 어린이에 대한 지원을 지속해 왔다. 특히 지난 4년 동안 유엔이 2015년까지 달성하기로 한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실현을 위해 영유아 생존과 발달, 어린이 보호, 기초교육과 성 평등, 에이즈 퇴치, 어린이 권리를 위한 지지정책 등 5개 분야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펼쳐왔다.
구체적으로는 급식 제공, 백신 공급과 예방 접종, 안전한 식수 공급, 학교 건설 등 사업이 국적 인종 성별 종교의 벽을 넘어 보호를 필요로 하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구호활동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는 누구보다도 우리가 잘 알고 있다. 한국전쟁으로 고통 받았던 어린이들은 유니세프가 지원하는 분유와 담요로 허기와 추위를 달랬으며, 본격적인 경제개발 시기에는 영양 개선, 기초 보건, 저소득층 유아 교육 등으로 지원을 받았다. 덕분에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 땅에서도 어린이들은 희망을 그려볼 수 있었으며, 가난한 가정의 어린이들도 교육을 통해 미래를 꿈꿀 수 있었다.
그러한 희망과 꿈이 하나씩 결실을 봐 1994년 마침내 우리나라는 유니세프 역사상 처음으로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전환했다. 현재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36개에 달하는 각국 유니세프 국내위원회 중 저개발국 지원금이 10위권에 이를 만큼 성장을 이뤘다. 지난날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되돌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공적개발원조(ODA) 확대 노력에 힘입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을 앞두고 있다. 아직까지 ODA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우리 정부는 지속적으로 그 규모를 늘려나갈 예정이며,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비율을 2012년까지 0.15%, 2015년까지 0.25%로 키울 계획이다.
이러한 원조 규모 확대는 개발도상국 및 최빈국 어린이의 건강ㆍ보건 증진, 교육 혜택, 권익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제적 위상에 맞는 책임과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성숙한 세계국가를 지향하는 우리 정부의 노력과도 맥을 같이한다.
[서울경제신문 칼럼-기자의 눈/송영규(정보산업부 기자)-20091118수] 스마트폰 대응 서두르자
한국사람들은 멋진 스마트폰을 쓰겠지요." "아뇨, 모두 일반 휴대폰만 쓰는데요."
외국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한줄 블로그'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이 짧은 대화는 현재 우리나라 IT 산업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를 당연히 'IT 강국'이라고 여기지만 정작 우리는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변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왜 그럴까. 이는 우리의 통신환경을 둘러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외국의 경우 유선에서 벗어나 무선 중심의 통신 환경이 구축된 지 오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유선 위주의 시대에 머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외국에 나가면 흔히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을 우리나라에서는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구경하기가 어렵다. 이는 우리나라의 무선인터넷 요금이 네덜란드나 일본 등 무선인터넷 강국보다 여전히 비싸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상황은 우리나라 휴대폰 경쟁력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피라미드리서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휴대폰 시장 점유율이 올해는 각각 23%를 점유하겠지만 오는 2014년에는 19%와 18%로 4~5%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아이폰의 애플과 블랙베리로 유명한 리서치인모션(RIM) 등 스마트폰업체들의 점유율은 현재의 7%와 16%에서 각각 22%와 15%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무선인터넷의 시대가 열리면서 스마트폰이 시장의 대세를 장악할 것이고 그 속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업체들은 쇠락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의미다.
가트너의 조사결과를 봐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3ㆍ4분기 점유율은 지난해 3.0%에서 3.2%로 0.2%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RIM과 애플은 각각 4.9%포인트와 4.2%포인트 높아졌고 특히 대만 HTC는 점유율을 4%대에서 6%대로 끌어올렸다.
얼마 전 방송통신위원회의 한 상임위원은 방통위 전체회의 자리에서 외국에 파견된 직원의 편지를 인용하면서 "우리나라가 앞으로 IT 후진국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꺼냈다. 우리가 'IT 최강국'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혀 새로운 패러다임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지적은 조만간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 해우(海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