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둘러싼 우발채무로 '
흑자도산'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PF 규모가 엄청나게 늘어나 금융위기 화약고로 비화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2000억~5000억원 규모 중견 건설사들의 영업활동 현금 수입은 5억8100만원 적자였다.
당기순이익은 123억원 흑자였지만 현금흐름상 나가는 돈이 더 많았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시행사들이 진 빚을 대신 물어주고 공사대금을 못 받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2분기 말 현재 예금은행의 건설업체 대출잔액은 39조830억원에 달했다. 2005년 말 32조5140억원, 2004년 말 24조4620억원에 비해 급증한 것. 이 가운데 상당액이 PF대출로 추정된다. 지난 6월 말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기업ㆍ농협 등 6개 주요 은행의 부동산 PF대출액만 따져도 30조6790억원에 달할 정도로 막대한 금액이다.
예금보험공사가 추정한 저축은행 PF 대출잔액은 2005년 말 5조6279억원에서 2006년 말 11조266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6월 말엔 12조3000억원으로1조원가량 늘었다. 지난해 말 10.3%였던 연체율은 13%대까지 상승해 PF대출 부실 염려가 커졌다. 자칫 저축은행 위기로 비화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그나마 은행권에선 차입금 상환이 힘들면 상환일정을 재조정해 주는 사례가 많아 건설사 압박도가 낮은 편. 하지만 최근엔 PF대출 자체가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금융기관이 PF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있어서다. 결국 자금난 가중으로 귀결된다.
PF를 기반으로 한 자산담보증권(ABS) 발행액은 지난해 상반기 4조1741억원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엔 1조126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 같은 위기는 부동산시장 침체로 미분양ㆍ미입주 아파트가 급증해 빚 갚을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발생하고 있다. 6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5월에 비해 한 달 새 1만1000여 가구나 늘어났다.
수도권까지 미분양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형국이다. 지방 건설사들은 미분양보다 미입주에 더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은 중도금 무이자 융자 등으로 계약금을 500만~1000만원만 내고 계약한 단지가 많다"며 "입주 시점에 아파트 가격이 안 오른다며 '나 몰라라' 하는 계약자가 많아 걱정"이라고 전했다. 중도금을 무이자로 융자해 준 뒤 잔금 때 같이 받아야 하는데 못 받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 용 어 >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금융기관이 아파트나 상가 등 특정 프로젝트 자체의 사업성을 보고 장기대출하는 금융 기법.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대출금을 갚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금융기관이 시공사의 지급보증을 요구하는 등 다소 변형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장종회 기자 / 김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