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명과 〈정전〉 55. 일상수행의 요법과 세우는 마음공부

[강미현(알라)]

현대문명과 〈정전〉 55. 일상수행의 요법과 세우는 마음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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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원익선 교무] 삶은 한 편의 드라마이다. 어떤 삶도 유명한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에 견줄 수 없는 절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자신만의 각본, 자신이 연출하고, 주연, 조연, 관객 모두의 역할을 하는 역사 속 유일한 드라마를 매일매일 찍고 있다. 그 드라마는 우주의 어딘가에 차곡차곡 기록되고 있다. 그 기록이 진리의 세계에 가까워지고자 하는 노력이 바로 일상수행의 요법이다. 

대학장구(大學章句)에는 은나라의 시조 탕왕이 쟁반에 새긴 "진실로 날마다 새로워지면, 나날이 새로워지고 또 날로 새로워진다"는 구절이 나온다. 일상수행은 날마다 새로워지는 기쁨을 누리는 비결인것이다. 

일상은 무엇인가. 깨어있는 시간이다. 잠에서 깨어난 것만이 아닌 꿈과 환상과 공상으로부터 깨어 있으며, 육체와 영혼이 하나 되어 살아가는 시간이다. 지혜를 발견하고 복전을 마련하며 은혜와 감사를 나누는 시간이다. 욕망에 물들지 않으며, 영원으로 통하는 평정심으로 우주의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는 평상심의 도를 만끽하는 시간이다. 따라서 정산종사는 "옛날 한 선비는 평생 〈소학〉만 읽었다 하나니, 우리는 평생 일상수행의 요법만 읽고 실행하여도 성불에 족하리라"(〈정산종사법어〉 법훈편 7장)고 설하고 있다. 

일상수행의 핵심은 '세우자'와 '돌리자'이다. 무엇을 세우고 무엇을 돌릴 것인가. 무엇보다도 마음공부를 통해 가르침의 핵심인 사은사요 삼학팔조를 삶에 구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우는 것은 불성을 모신, 살아 있는 사리(舍利)로써의 자신이 평화롭고 온전한 삶을 사는 일이다. 1조부터 3조는 이러한 마음공부의 전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 심지는 원래 요란함과 어리석음과 그름이 없으므로 자성의 정과 혜와 계를 세우자는 것은 부처로서의 삶을 의미한다. 

이미 육조혜능은 〈육조단경〉에서 "마음에 요란함이 없는 것이 자성정이요, 마음에 어리석음이 없는 것이 자성혜요, 마음에 그름이 없는 것이 자성계"라고 설한다. 우리 마음은 애초에 물처럼 부드럽고, 허공처럼 투명하며, 바람처럼 자유롭다. 한 마음은 온 세계를 다 덮을 수 있으며, 심지어 우주조차 창조할 수 있다. 한 마음이 열리면 자신의 고뇌와 고통을 내려놓고, 오히려 모든 중생의 아픔을 다 끌어안을 수조차 있다.    

한 마음 속에는 동정, 시비, 선악, 정사(正邪), 호오(好惡), 자타 등 모든 이원의 차별성을 초월한 절대적인 순진무구(純眞無垢)의 세계가 있다. 유식학파의 안혜(安慧)는 이를 경식구민(境識俱泯), 즉 주관의 인식과 객관의 대상 모두가 소멸된 세계라고 설파했다.

한 마음이 멸하면 모든 경계 또한 사라진다. 그렇다면 사실 세울 것도 없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는 진공묘유의 진실한 마음 작용을 잃어버리고 갖은 경계에 시달린다. 행복의 조건을 설정해놓고 무지개를 좇는 자처럼 주야장천 내달리지만 무상한 세계 속에서 육체의 소진과 탈진, 마음의 공허와 비애만을 맛본다. 그것은 환상이자 관념이다.

깨어 있지 못하면 경계는 역습하여 스스로를 옭아매는 도구가 된다. 오직 생생하게 살아있는 존재만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자성의 본래면목으로 돌아가 무착, 무념, 중도의 세계를 드러내어 존재의 기쁨을 누리는 것, 그것이 바로 세우자는 뜻이다.   

/원광대학교  

[2018년 3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