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에 있었던 벤피카와 뉘른베르크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UEFA컵 32강 1차전이 마무리됐다. 그러면 32강 1차전 결과를 바탕으로 리그별 판도 분석을 해보도록 하겠다.
UEFA컵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분데스리가
지난 시즌은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 팀들이 UEFA컵에서 강세를 보였다면 이번 시즌은 분데스리가 팀들이 UEFA컵을 점령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각 리그들 중에서 가장 많은 5개 클럽이 UEFA컵 32강에 진출한 가운데(그 외 잉글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리그에서 3개 클럽들이 각각 진출했다), 겨울 휴식기 이후 처음으로 열린 UEFA컵 경기에서 분데스리가 팀들은 전체적으로 괜찮은 성적들을 거두었다.
우선 베르더 브레멘은 포르투갈 클럽인 브라가를 상대로 패널티 킥을 2차례나 허용하며 위기를 자초했으나 팀 비제 골키퍼의 선방에 힘입어 3대0 대승을 거두었다. 만일 홈에서 2골을 실점했다면 홈원정 다득점 원칙을 감안해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었지만 비제의 영웅적인 활약으로 인해 브레멘은 16강 진출을 거의 확정지었다.
브레멘의 북독 라이벌인 함부르크 SV 역시 취리히 원정에서 3대1 대승을 거두면서 16강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특히 경기 초반 주장인 반 더 바르트가 부상으로 교체 아웃되면서 위기를 맞이하는 듯 싶었으나 도리어 이후 3골을 넣으며 에이스 없이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해냈다.
강력한 UEFA컵 우승후보인 바이에른 뮌헨의 경우 에버딘 원정에서 2대2 무승부를 기록하며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이는 바이에른의 명성과 비교해봤을 때 아쉬운 결과였다는 거지, 사실 컵 대회 원정에서 2골을 넣고 무승부를 거두었다는 건 좋은 결과라고 봐야 한다.
레버쿠젠 역시 힘든 이스탄불 원정에서 터키의 명문 갈라타사라이에게 0대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제 레버쿠젠 홈 경기가 남아있기에 승부의 추는 살짝 레버쿠젠으로 기울어졌다고 할 수 있다.
유일하게 뉘른베르크만 패하며 16강 진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물론 포르투칼의 강호 벤피카 원정에서 0대1로 패한 건 나쁜 결과라고 할 순 없지만, 벤피카가 2차전에 선제골을 넣기라도 한다면 뉘른베르크는 곤란에 빠지게 된다. 게다가 양팀의 전력차를 감안하면 뉘른베르크가 2차전에 승부를 뒤집기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실 분데스리가가 UEFA컵에서 강세를 보일 거라는 건 시즌 전부터 예측이 가능했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는 독일 최고 명문인 바이에른 뮌헨이 챔피언스 리그 티켓을 차지하는 데 실패하는 등 유래가 없을 정도로 많은 이변들이 속출하면서 강호들이 대거 UEFA컵에 진출했다. 현재 분데스리가 1(바이에른 뮌헨), 2(베르더 브레멘), 4(레버쿠젠), 5위(함부르크)가 UEFA컵에 진출해 있다는 사실만 봐도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3위인 샬케는 챔피언스 리그 16강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고, 3위(승점 35점)와 4, 5위(승점 34점 동률)의 승점차는 1점에 불과하며, 1위와 5위의 승점차도 6점 밖에 나지 않는다.
전승의 잉글랜드
잉글랜드 클럽들은 UEFA컵 32강전 첫 경기에서 전승을 기록하며 기분 좋게 1차전을 마무리했다. 그 중에서도 에버튼은 노르웨이 원정(vs 브란)에서 2대0 완승을 거두며 16강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토튼햄 역시 프라하 원정(슬라비아 프라하)에서 2대1 승리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근접한 상황이고, 볼튼은 홈에서 스페인의 강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대로 1대0 승리를 기록하며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볼튼보다 전력적으로 더 강한 팀임엔 분명하지만, 볼튼은 상당히 끈끈한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고, 1월 이적 시장 이후 실점이 대폭 줄어든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이변 연출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우울한 프리메라 리가
지난 시즌 UEFA컵은 프리메라 리가 팀들의 잔치였지만 올해는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일찌감치 레알 사라고사가 UEFA컵에서 탈락한 데 이어 32강 1차전 경기에선 비야레알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모두 원정에서 0대1로 패하고 말았다. 물론 원정에서 0대1 패배는 나쁘다고만 할 순 없지만, 같은 패배라면 1대2가 훨씬 낫다(원정 다득점 룰이 적용되는 컵 대회기 때문에). 게다가 양팀의 상대팀인 제니트와 볼튼은 그리 녹녹한 팀들이 아니다.
그나마 희망적인 건 헤타페가 힘든 그리스 원정에서 AEK 아테네를 상대로 1대1 무승부를 거두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AEK 아테네가 챔피언스 리그를 비롯해 대외 경기 경험이 풍부한 강팀인 반면, 상대적으로 헤타페는 유럽 무대에 있어서만큼은 신입생에 가까운 팀이기에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스페인 리그 팀들은 32강 조편성에 있어 운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볼튼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하위권으로 쳐졌으나 상당히 끈끈한 팀웍을 자랑하는 팀이고, 제니트는 러시아 챔피언이다. 그리고 AEK 아테네는 그리스를 대표하는 명문 클럽이다.
여전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비야레알은 충분히 우승 후보군에 낄 수 있는 클럽들이다. 하지만 헤타페는 베른트 슈스터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면서 지난 시즌만한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미 UEFA컵에 조기 탈락한 레알 사라고사는 선수들 사이의 불화로 인해 이번 시즌 최악의 경기력을 펼치고 있고, 발렌시아마저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에서 최하위로 탈락하면서 UEFA컵에 합류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절반의 성공, 포르투갈 수페르 리가
우선 리스본의 두 팀(스포르팅과 벤피카)들은 승전보를 올리며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특히 스포르팅은 스위스의 명문 바젤을 상대로 2대0 완승을 기록했다. 반면 벤피카는 분데스리가 강등권 팀인 뉘른베르크를 상대로 1대0 승리에 만족해야 했다.
반면 분데스리가의 강호 베르더 브레멘을 만난 브라가는 독일 원정에서 분전했으나 패널티 킥을 두 번이나 실축하며 0대3 대패를 당해야 했다. 이로서 사실상 브라가는 16강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외
러시아 리그의 경우 제니트가 스페인의 강호 비야레알을 상대로 1대0 승리를 거두는 기염을 토하였다. 반면 스파르탁 모스크바는 마르세유 원정에서 0대3으로 대패하며 탈락이 유력한 상황이다.
하지만 마르세유가 3대0 대승을 기록하는 동안 또 다른 프랑스 클럽인 보르도는 벨기에의 명문 안더레흐트와의 원정 경기에서 1대2로 아쉽게 패했다. 하지만 원정에서의 1골은 상당히 소중한 것이기에 홈에서 반전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스코틀랜드의 두 구단인 레인저스와 에버딘은 모두 홈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며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에버딘은 독일의 거인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전혀 주눅들지 않은 모습을 선보이며 2대2 무승부를 기록해 많은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레인저스는 파나티나이코스와의 맞대결에서 0대0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네덜란드의 명문인 PSV 아인트호벤은 헬싱보리를 상대로 2대0 완승을 거두었고, 이탈리아 세리에 A의 강호인 피오렌티나는 발렌시아와 첼시도 고배를 마셨던 로젠보리 원정에서 1대0 승리를 기록하며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