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약사에게
의사가 넘겨준 처방전(작은 흰 종이에 갈겨 쓴)을 읽어보려고 한 적이 있는가? 내 글씨도 읽기 어렵다는 걸 안다. 어떤 환자는 나에게 의사들이 아직도 처방전을 라틴어로 쓰냐고 물어본 적도 있다. 어떤 환자는 약사들이 내가 쓴 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나는 이런 애정 어린 말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가능한 한 단정하게 쓰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바빠질수록, 내 글씨는 다시 악필이 된다.
약사들이 특별한 상형문자 코스를 밟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의사들이 처방전에 써 갈긴 것은 제대로 읽어내야 한다. 처방전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심각한 약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실수가 일어난다.
의사가 약사에게 직접 전화를 하여 처방을 해준다면 안심이 될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것 또한 단점이 있다. 처음에는, 약사에게 직접 말하는 게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다. 의사들은 처방전을 쓸 시간도 없었다. 약국 직원들이 전화로 의사나 간호사한테서 정보를 받았다.
내가 전화로 처방할 때마다 전화를 받는 것은 대개 자동응답기이다. 처음에는 이것이 그리 경게해야 되는 일 같지 않았다. 자동 응답기나 음성 사서함이라는 기술 이용에 아주 익숙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리노이대 약학대학 부교수인 브루스 램버트 박사는 투약 오류의 약 1/4은 약 이름이 혼동되어 생긴 결과라고 보고했다.
예를 들어, 의사가 전화를 걸어 정중하게 로섹(위산 분비 억제제-역자 주)을 요청한다. 그런데 한 때 약사들이 로섹을 라식스(이뇨제-역자 주)로 잘못 듣는 일이 많았다. 최근에는 약사들이 실수로 항우울증 약인 프로작 대신에 프릴로섹(항궤양제-역자 주)을 주었다는 보고도 있다. 흔히 혼동되는 사례는 다음과 같다.
* 아미트리프탈린 대신 아미노필린
* 디기록신 대신 디곡신
* 니트로덤 대신 니코덤
* 활시온 대신 할돌
* 유락스 대신 우락스
* 잔탁 대신 자낙스
몇 가지 이름은 정말 얼마나 헷갈릴지 이해가 간다. FDA에 따르면, 약품 혼동으로 인해 하루에 한 명은 사망한다고 한다. 이런 문제는 대개 심각한 약물 부작용으로 입원해야 할 상황까지 이른다. 의사가 알그레라(항히스타민제의 하나-역자 주)를 처방했던 어떤 환자에게 약사가 비아그라를 주었다고 한다. 환자는 항히스타민제 가격이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 걱정이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