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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59
1,056독, 수(受) - 두 번째
저의 희망은 법보론을 금년에 마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번만 나오는 글자를 찾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58과 59, 두 번으로 ‘수’에 대해서는 끝내고, 60은 ‘연말 행사’로 ‘2023년에 읽은 정서(淨書)’를 정리하는 것으로, 2023년 편지도 마감하고, 법보론도 마감하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희망사항을 갖고서 「정신게」를 읽다보니, 보고자 하는 대로 보였습니다.
과연, ‘받아드릴 수’라는 글자가 두 번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지난 번 편지에서도 ‘수’는 두 번 나온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저의 희망사항이 만들어낸 오류였습니다.
어떤 독자분께서 ‘수는 세 번 나옵니다’라고 알려왔기 때문입니다.
과연, 다시 읽어보니 그랬습니다.
오겁사유지섭수(五劫思惟之攝受)
신요수지심이난(信樂受持甚以難)
행자정수금강심(行者正受金剛心)
이렇게 세 번 나옵니다만, 저는 ‘오겁사유지섭수’를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지난번에 ‘신요수지심이난’을 먼저 말씀드렸습니다만, 이번 편지에서는 거슬러 올라가서 처음 나오는 ‘오겁사유지섭수’를 공부하기로 하겠습니다.
‘받을 수’가 나오는 세 구절을 주의하면서, 먼저 「정신게」를 읽어보겠습니다.
귀명무량수여래(歸命無量壽如來) ⟶
나무불가사의광(南無不可思議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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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장보살인위시(法藏菩薩因位時) ⟶
재세자재왕불소(在世自在王佛所)
도견제불정토인(都見諸佛浄土因) ⟶
국토인천지선악(國土人天之善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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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립무상수승원(建立無上殊勝願) ⟶
초발희유대홍서(超發希有大弘誓)
오겁사유지섭수(五劫思惟之攝受) ⟶
중서명성문시방(重誓名聲聞十方)
⤦
보방무량무변광(普放無量無邊光) ⟶
무애무대광염왕(無碍無對光炎王)
청정환희지혜광(淸淨歡喜智慧光) ⟶
부단난사무칭광(不斷難思無稱光)
초일월광조진찰(超日月光照塵刹) ⟶
일체군생몽광조(一切群生蒙光照)
⤦
본원명호정정업(本願名號正定業) ⟶
지심신요원위인(至心信樂願爲因)
성등각증대열반(成等覺證大涅槃) ⟶
필지멸도원성취(必至滅度願成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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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래소이흥출세(如來所以興出世) ⟶
유설미타본원해(唯說彌陀本願海)
오탁악시군생해(五濁悪時群生海) ⟶
응신여래여실언(應信如來如實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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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발일념희애심(能發一念喜愛心) ⟶
부단번뇌득열반(不斷煩惱得涅槃)
범성역방제회입(凡聖逆謗齊回入) ⟶
여중수입해일미(如衆水入海一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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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취심광상조호(攝取心光常照護) ⟶
이능수파무명암(已能雖破無明闇)
탐애진증지운무(貪愛瞋憎之雲霧) ⟶
상부진실신심천(常覆眞實信心天)
비여일광부운무(譬如日光覆雲霧) ⟶
운무지하명무암(雲霧之下明無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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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신견경대경희(獲信見敬大慶喜) ⟶
즉횡초절오악취(卽橫超截五惡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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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선악범부인(一切善惡凡夫人) ⟶
문신여래홍서원(聞信如來弘誓願)
불언광대승해자(佛言廣大勝解者) ⟶
시인명분타리화(是人名分陀利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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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불본원염불(彌陀佛本願念佛) ⟶
사견교만악중생(邪見憍慢悪衆生)
신요수지심이난(信樂受持甚以難) ⟶
난중지난무과사(難中之難無過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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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서천지론가(印度西天之論家) ⟶
중하일역지고승(中夏日域之高僧)
현대성흥세정의(顯大聖興世正意) ⟶
명여래본서응기(明如來本誓應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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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여래능가산(釋迦如來楞伽山) ⟶
위중고명남천축(爲衆告命南天竺)
용수대사출어세(龍樹大士出於世) ⟶
실능최파유무견(悉能摧破有無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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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설대승무상법(宣説大乘無上法) ⟶
증환희지생안락(證歡喜地生安樂)
현시난행육로고(顯示難行陸路苦) ⟶
신요이행수도락(信樂易行水道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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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념미타불본원(憶念彌陀佛本願) ⟶
자연즉시입필정(自然卽時入必定)
유능상칭여래호(唯能常稱如來號) ⟶
응보대비홍서은(應報大悲弘誓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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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친보살조론설(天親菩薩造論說) ⟶
귀명무애광여래(歸命無碍光如來)
의수다라현진실(依修多羅顯眞實) ⟶
광천횡초대서원(光闡橫超大誓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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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유본원력회향(廣由本願力廻向) ⟶
위도군생창일심(爲度群生彰一心)
귀입공덕대보해(歸入功德大寶海) ⟶
필획입대회중수(必獲入大會衆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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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지연화장세계(得至蓮華藏世界) ⟶
즉증진여법성신(卽證眞如法性身)
유번뇌림현신통(遊煩惱林現神通) ⟶
입생사원시응화(入生死園示應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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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담란양천자(本師曇鸞梁天子) ⟶
상향란처보살례(常向鸞處菩薩禮)
삼장류지수정교(三藏流支授淨教) ⟶
분소선경귀락방(焚燒仙經歸樂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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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친보살론주해(天親菩薩論註解) ⟶
보토인과현서원(報土因果顯誓願)
왕환회향유타력(往還廻向由他力) ⟶
정정지인유신심(正定之因唯信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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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염범부신심발(惑染凡夫信心發) ⟶
증지생사즉열반(證知生死卽涅槃)
필지무량광명토(必至無量光明土) ⟶
제유중생개보화(諸有衆生皆普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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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작결성도난증(道綽決聖道難證) ⟶
유명정토가통입(唯明浄土可通入)
만선자력폄근수(萬善自力貶勤修) ⟶
원만덕호권전칭(圓滿德號勸專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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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불삼신회은근(三不三信誨慇懃) ⟶
상말법멸동비인(像末法滅同悲引)
일생조악치홍서(一生造悪値弘誓) ⟶
지안양계증묘과(至安養界證妙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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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독명불정의(善導獨明佛正意) ⟶
긍애정산여역악(矜哀定散與逆惡)
광명명호현인연(光明名號顯因緣) ⟶
개입본원대지혜(開入本願大智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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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정수금강심(行者正受金剛心) ⟶
경희일념상응후(慶喜一念相應後)
여위제등획삼인(與韋提等獲三忍) ⟶
즉증법성지상락(卽證法性之常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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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신광개일대교(源信廣開一代教) ⟶
편귀안양권일체(偏歸安養勸一切)
전잡집심판천심(專雜執心判淺深) ⟶
보화이토정변립(普化二土正弁立)
⤦
극중악인유칭불(極重惡人唯稱佛) ⟶
아역재피섭취중(我亦在彼攝取中)
번뇌장안수불견(煩惱障眼雖不見) ⟶
대비무권상조아(大悲無倦常照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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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원공명불교(本師源空明佛敎) ⟶
연민선악범부인(憐愍善惡凡夫人)
진종교증흥편주(眞宗教證興片州) ⟶
선택본원홍악세(選擇本願弘惡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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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래생사륜전가(還來生死輪轉家) ⟶
결이의정위소지(決以疑情爲所止)
속입적정무위락(速入寂靜無爲樂) ⟶
필이신심위능입(必以信心爲能入)
⤦
홍경대사종사등(弘經大士宗師等) ⟶
증제무변극탁악(拯濟無邊極濁悪)
도속시중공동심(道俗時衆共同心) ⟶
유가신사고승설(唯可信斯高僧說)
(『교행신증』 제2권)
‘받을 수’가 들어있는 세 구절 중 첫 번째는 ‘오겁사유지섭수’입니다. 그 구절이 들어가는 「정신게」의 게송을 다시 읽어봅니다.
건립무상수승원(建立無上殊勝願)
초발희유대홍서(超發希有大弘誓)
오겁사유지섭수(五劫思惟之攝受)
중서명성문시방(重誓名聲聞十方)
이 게송의 주어는 앞 게송, 즉 「정신게」 전체로는 3번째 구에 나오는 ‘법장보살인위시’의 법장보살입니다.
그러니까 법장보살이 큰 서원을 세웠다는 이야기, 그런 뒤에 5겁이나 되는 긴 세월 동안 (무엇인가를) 사유하고 실천하였다는 이야기, 그리고 48대원을 세운 뒤 다시 한 번 더 서원을 세우게 되는 중에 스스로의 명호가 널리 시방세계의 끝까지 다 들리게 되기를 서원한다는 이야기 --- 이렇게 세 가지 이야기를 하나의 게송 안에 모았습니다.
‘중서명성문시방’에 대해서는 앞서 공부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제외합니다. 그 앞의 두 가지 이야기는 사실은 무량수경 안에서는 같은 문맥 속에서 함께 나옵니다.
그때 저 비구는 부처님께서 설하신 (이백 일십억 국토의 부처님들이) 국토를 청정히 하는 것을 모두 다 보고서 위없이 높고 뛰어난 서원을 발하였다. 그렇게 (서원하신) 마음은 적정하였으며 그 뜻은 집착하는 바 없었으니 모든 세간에서 능히 (그에) 미친 자가 없었고, 5겁이 다 하도록 불국토를 장엄하는 청정한 행을 사유하여 실천하였다.
“위없이 높고 뛰어난 서원을 발하였다”는 말씀을 신란스님은 ‘건립무상수승원, 초발희유대홍서’라고 하여 두 구절로 표현하였습니다. 그런 뒤에 나오는 “5겁이 다 하도록 불국토를 장엄하는 청정한 행을 사유하여 실천하였다.”라는 말씀에서 ‘오겁사유지섭수’라고 하는 표현을 얻었습니다.
‘오겁사유지섭수’에서 ‘갈 之’자를 쓰고 있습니다. 형태상으로는 ‘갈 之’가 ‘소유격 조사’입니다.
그러나 제가 볼 때는 소유격 조사 ‘之’자는 ‘말 이을 而’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겁 동안 (뭔가를) 사유하면서 섭수, 즉 실천한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정신게」에서는 목적어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위에 인용한 <<무량수경>>의 말씀 속에서 찾아보면, ‘불국토를 장엄하는 청정한 행’이 목적어입니다.
무량수경의 말씀을 종래 우리말 번역에서 어떻게 옮겼는지 살펴보았습니다만, 역시 어려웠나 봅니다. 오역이 나오곤 했습니다. 이 점을 좀 더 생각해 봅니다.
‘오겁사유’가 나오는 <<무량수경>> 부분, 즉 위의 번역문에서 밑줄 그은 부분은 한문 원문으로는 ‘具足五劫, 思惟攝取莊嚴佛國淸淨之行’입니다. ‘구족오겁’은 ‘오겁이 다 하도록’이라는 뜻입니다. 문제없습니다. 어려운 것은 ‘사유섭취장엄불국청정지행’입니다.
우선, ‘사유섭취장엄불국지행’을 어떻게 끊는가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종래 번역들을 살펴보면, 다수 의견은 ‘사유’라는 말을 앞의 ‘구족오겁’으로 올려붙이는 것입니다. 즉 ‘구족오겁사유, 섭취장엄불국청정지행’이라고 끊어 읽는 것입니다. 그렇게 될 경우 “오겁 동안 사유하였으며”라는 식이 됩니다. 사유가 무엇일까요? 선정(禪定)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실제, 인도말 ‘dhyāna’가 중국에서 번역될 때 ‘사유수(思惟修)’로 의역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번역에서는 “오겁의 오랜 세월을 두고 선정(禪定)에 들어”라고 옮겼습니다. 만약 이러한 번역이 옳다고 한다면, 법장보살은 선정 수행을 해서 아미타불이 되었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구족오겁’에서 띄어 읽고서 뒤의 ‘사유섭취장엄불국청정지행’이라고 읽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앞의 ‘구족오겁’은 ‘오겁이라는 시간을 가득 채워서’, 즉 ‘오겁 동안’이라는 말이 됩니다. 그 뒤의 ‘사유섭취장엄불국청정지행’이 문제가 됩니다만, 그 중에서 ‘장엄불국청정지행’은 목적어임이 분명합니다. ‘장엄불국의 청정지행’이라는 뜻이지요. ‘불국토를 장엄하는 청정한 행’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사유섭취’는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동사인데, 복합동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유’와 ‘섭취’가 모두 동사이기 때문입니다. ‘불국토를 장엄하는 청정한 행을 사유하고 섭취하였다’는 말입니다. 이때 ‘사유’라는 말은 동사로서, 그 목적어는 ‘장엄불국청정지행’이 될 것이기 때문에, ‘선정’의 의미와는 다르게 됩니다. 육바라밀 속의 선정이나 선불교에서 말하는 선정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해석 방법 중에서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참조하기 위하여, 이역본인 <<여래회>>의 해당 문장을 번역해 봅니다.
모든 (불국토를) 청정하게 장엄하는 일은 모두 다 실천(攝受)하고, 이미 실천하 고 나서는 오겁 동안 사유하고 수습하였다.
이 <<여래회>>는 불국토를 청정하게 장엄하는 일을 다 한 뒤에, 오겁이라는 긴 시간 동안에 사유하고 수습하였다고 되어 있습니다. 동사가 아니라 명사입니다. 그리고 ‘사유’나 ‘수습(修習)’은 모두 선적인 해석이 가능한 말입니다.
같은 ‘후기 <<무량수경>>’이지만, <<장엄경>>을 보기로 합시다.
아난아, 저 작법(作法) 비구(苾芻)는 (세자재왕)부처님께서 설하신 팔십사백천구 지나유타의 불국토의 공덕을 장엄하는 일을 분명하게 통달하기를 마치 하나의 불 국토와 같이 하였다. (그러고서는) 즉시에 회중(會中)에서 머리와 얼굴을 발에 예 배를 하고서 부처님을 이별하고 물러 나와서, 어떤 고요한 곳으로 가서 홀로 앉 아서 사유하면서 공덕을 닦아서 불국토를 장엄하였으며 큰 서원을 발하여 오겁을 지났다.
‘어떤 고요한 곳에 가서 홀로 사유한다’는 말은 초기경전인 <<아함경>>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정형구(定型句)인데, 선정 수행의 맥락에서 행해지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사유’라는 말을 역시 선정수행의 맥락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만, 마지막으로 남은 이역본 하나를 더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바로 범본입니다.
그때, 아난이여, 저 법장비구는 팔십일의 백천억조 배(倍)나 되는 저 (부처님)들 의 불국토 공덕의 장엄과 장식의 성취를 모두 하나의 불국토에 잘 거두어 들이고 나서, 세자재왕여래의 두 발에 머리를 (조아려서) 경의를 표하고서 오른쪽으로 돌 고 난 뒤에 저 세존의 곁에서 물러났다. 또한 그 이후에 5겁(이라는 시간)을 더욱 뛰어나고 더 좋은 불국토의 공덕장엄을 성취하고, 시방의 모든 국토에서 (일찍이) 달성된 일이 없는 (불국토의 공덕장엄)을 섭수(攝受)하고 또한 더 수승한 서원을 실천하였다.
범본의 내용은 <<장엄경>>을 생각나게 합니다. 비교해 보면, 불국토의 숫자에 대한 차이는 무시하더라도, <<여래회>>에서는 그러한 많은 다른 불국토의 장엄공덕에 대한 것을 ‘명료통달(明了通達)’하였다고 하였습니다. ‘명료통달’은 잘 이해하였다. 잘 알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범본에서는 그 다른 불국토들의 장엄공덕을 ‘하나의 불국토’로 섭취, 즉 종합하였다고 하였습니다. 물론, ‘그 하나의 불국토’는 아미타불의 극락국토일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범본과 <<장엄경>> 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또 하나 결정적인 차이는, 지금 우리의 문제와 관련됩니다만, ‘사유’라는 말이 범본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초기경전인 <<아함경>>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정형구, 즉 ‘어떤 고요한 곳으로 가서 홀로 앉아서 사유’한다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선정인가 아닌가 하는 것 자체가 문제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여래회>>나 <<장엄경>>에서와 같이 선정의 의미로 번역한 것은 역자의 이해가 반영된 것일 뿐, 애당초 원전의 입장은 아닌 줄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원전의 입장은 무엇일까요? 한역에서는 ‘불국토를 장엄하는 청정한 행’을 행했다는 것입니다. 범본에서는 “더욱 뛰어나고 더 좋은 불국토의 공덕장엄을 성취하고, 시방의 모든 국토에서 (일찍이) 달성된 일이 없는 (불국토의 공덕장엄)을 섭수(攝受)하고 또한 더 수승한 서원을 실천”하는 일이라 하였습니다. 선정의 의미를 갖는 사유를 통해서 아미타불이 된 것이 아니라, ‘불국토의 공덕 장엄 성취’라는 행위를 통해서 성불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무량수경>>이 정확히 초기 대승경전인 <<반야경>>, <<유마경>>이나 <<화엄경>>의 흐름을 잇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즉 보살행, 보현보살의 행위와 같은 일들을 모두 잘 실천(=섭수=섭취)함으로써 불국토를 건설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는 데 5겁이나 되는 긴 시간이 걸렸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사유섭취’라는 말에서 ‘사유’는 선정과 같은 참선수행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불국토를 장엄하는 청정한 행위’에 대해서 사유하는 것이고, 사유하면서 실천하였다는 의미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자력, 타력을 말하지만 아미타불의 성불은 자력입니다. 일본의 쇼마라는 묘코닌(妙好人)은 “남들은 타력 타력이라 말하지만 / 나는 아미타불의 자력이 고맙네”라는 말을 남겼던 것입니다. 다만, 그 오래고 어려운 수행법을 중생들에게는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범부들은 당신과 같은 존재가 아님을 아셨던 것입니다. 그저 이행(易行)을 제시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신란스님은 ‘오겁사유’를 「정신게」 외에도 한 번 더 말씀하십니다. <<탄이초>>의 후기에서 제자 유이엔(唯円)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신란스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평소에 말입니다.
아미타불의 오겁에 걸친 사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오직 신란 한 사람을 위해서이네.
저 유명한 ‘신란 한 사람’이 여기에 등장합니다. 이때 ‘사유’의 의미는 명사처럼 쓰였습니다만, 그 의미가 반드시 선정을 뜻한다고 볼 것은 아닙니다.
선정이든, 아니면 보살행에 대한 고뇌나 사색이든, 법장보살의 수행과정 전체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번 편지로 부득이 2023년 편지를 회향합니다. 2023년에는 13번의 편지를 보내드렸습니다. 생각보다 적게 썼습니다.
아마도, 특히 후반기에 더욱 줄어든 것 같습니다.
매일 매일의 생활이 게으름없는 정진인 것은 맞습니다만, 지나고 나면 별로 한 일이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새해에도 아미타불의 광명이 비추는 곳을 바라보면서, 아미타불과 함께 살아가시길 빕니다. 저도 가능하면 자주 편지를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편지는 ‘월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금년에도 편지를 받아주시고, 읽어주시고, 다른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했습니다.
나무아미타불
(2023년 12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