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일반부 입상작
❤장원
거울 / 김정아 (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북2길)
빗장에 갇혀버린 잃어버린 시간이다
긴 장마로 불어닥친 강가의 둑처럼
언젠가 깨질 듯 말 듯
초조함이 유혹한다
어제와 다른 모습 비춰버린 세상이다
고요한 음악 끝 멈춰버린 초상화
세월 속 주름진 마디마디
하얀 꽃이 만개하다.
들춰 본 투명 안 네모진 틀 속마다
감춰 온 비밀의 상자 열쇠로 열어보듯
오늘도 거울 속 딜레마
그림자에 빠져든다
❤차상
거울 / 이정아 (창원시 의창구 남산로20)
언제부터 보았을까 화장대 앞 저 얼굴은
웃다가도 가끔 울던 날 마음 까지 읽었는지
꽃무늬 손수건 하나 고이 접어 놓여있다
물처럼 바람처럼 흔적 없는 마음들은
이 계절 물든 노을에 함께 물들여지고
세월은 나이테 하나 또 시간을 감고 있네
❤차하
거울 / 김균현 (창원시 의창구 북면 무동서로76)
익숙한 풍경이다, 고개 숙인 황금 들판
해마다 태풍의 눈물 몸으로 다 받아내신
당신의 품삯인가요 익어가는 시월 하늘
가만히 바라본다. 하얀 들국화 언덕
종착역이 되어버린 아버지 내 아버지
내 새끼 환한 길 가라 온몸으로 비춰준다
❤참방1
거울 / 홍재근 (창원시 의창구 창이대로321번길 )
산모퉁이 좁은 도로 벼랑 끝 거울 하나
아무리 급하더라도 눈도장은 찍으라고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경계비(境界碑)로 서 있다
안개가 끼는 날 한발 앞도 볼 수 없는
서두른다고 빨리 갈까 쉬어가도 되는 길을
이제사 들리는 소리 마음을 여는 범종 소리
달도 없는 겨울밤 차량조차 드문 길에
은하수 희미한 별빛 곤지처럼 바르고
지친 몸 아랑곳 않는 보살 같은 이타행(利他行)
❤참방2
거울 / 박한규 (경북 포항시 남구 대이로138)
은발로 나부끼는 억새 빛 머리 빗다
감아도 뜨는 외길 되돌아 갈 수 없어
낯익은 그림움 안고 거울 앞에 되 섰다
흔들린 자리마다 아리게 맺힌 설움
갈기로 달려오던 시간이 빗금을 친
뒤척인 그 흔적들이 마디마디 남겨진
세월을 토닥이며 속에 것 다 내줘도
방생을 못한 울음 아직도 서걱댄다
한때는 눈부시던 생 노을 속에 여위며
❤참방3
거울 / 황득남 (창원 의창구 신월동)
후다닥 수탉 훼치는 소리에 놀라 깬
할매는 보리밥에 얹을 무채를 썰다말고
가만히 증조모 좌경 그 앞에 웅크리고 앉았다
양볼에 박힌 검버섯을 이리저리 보다가
눈가에 깊이 파여 굳어버린 긴 주름에
차가운 동동구리무 찔금 찍어 펴 바른다
희뿌연 머리채를 참빗으로 싹싹빗고
쪽진 머리에 은비녀를 살포시 꽂고는
삐져난 곱슬머리에 동백기름 찍어 바른다
빠진 머리카락을 명주포에 돌돌 넣더니
이불 바늘 중바늘이 촘촘히 꽂혀있는
내 손안 바늘꽂이 된 할매품이 그립다
❤참방4
거울 / 손정미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신지정로)
날마다 새벽 열고
몰아치는 매운바람
가슴으로 받아내며
햇살을 잡아당겨
비탈밭, 손길 내면서 오고 가는 생이 있다
산굽이 돌아오니
바스락거린 뼈비늘
곧추세워 호미질
땀으로 지킨 피붙이
댓돌 위 신발의 행간 우리들 거울이다
사뿐히 펼친 자리
날고픈 날개 돋우며
어머니 고운 언저리
비로소 꽃이 피는
오남매 반사된 빛에 같은 길 걷고 있다
❤참방5
거울 / 양운연 (창원시 성산구 원이대로495)
부모님 살아생전
뼈 아린 삶 속에도
한결같은 자식 사랑
그 길 따라 나도 걸었고
이제는 나 닳은 아이 내 길 따라 걷고 있다
헤엄쳐온 삶의 자락
모든 것이 거울이다
너를 보면 네가 되고
나를 보면 내가 된다
버팀목 명경지수로 온 세상 밝히리라
누구나 힘이 들면
기댈 등 필요하다
마음 문 열고 나면
같은 눈금 맞추고
해거름 자전거 바퀴 노을빛 따라간다
❤참방6
거울 / 유은아 (대전시 중구 오류로16)
마스크를 이식한 내 얼굴이 비친다
미소는 가려지고 무채색만 남은 채
부서진 계절 틈에서 구름처럼 떠 있다
격리된 코와 입가에 땀방울이 숨어 있고
손자국 난 거울 속 깜빡이는 두 눈만
아득한 잔상으로 남은 일상을 좇고 있다
불투명한 내일과 낯선 숨을 인내하며
미완의 작품같은 거울 속 내 표정에
웃음을 되찾으려는 희망을 덧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