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자를 꿈꾸는 청년들의 집단인 ‘마포희망기획단’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기획한 ‘제1회 구이구이데이’ 프로젝트는 25개 식당이 참여한 가운데 2일 홍대 ‘걷고싶은 거리’에서 열린다. [박종근 기자]
지난달 28일 오후 3시 서울 동교동 홍익대 앞 주차장 골목.
“여기는 어때?” “너무 외지지 않아?”
박경밀(28·여)씨와 서상혁(27)씨가 포스터 붙일 곳을 찾느라 두리번거린다. 포스터에는 익살맞은 그림과 함께 ‘제1회 구이구이데이, 홍익대를 굽자, 문화를 굽자’는 글귀가 적혀 있다.
‘구이구이데이’는 홍익대 앞 걷고 싶은 거리에 모여 있는 25개의 고깃집이 참여하는 축제로 2일 하루 동안 20% 할인행사를 하고, 인디밴드의 거리공연, 야시장도 열린다. 주민과 관광객은 축제를 즐기고, 상인들은 가게를 홍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축제를 기획한 것은 10명의 청년으로 구성된 문화창작집단 ‘마포희망기획단’. 학보사 취재기자, 학생회장, 뮤지컬 조감독 등 경력이 각양각색이다. 공통점이라면 모두 문화행사와 공연 기획자를 꿈꾼다는 것이다.
‘구이구이데이’는 이들의 첫 번째 작품. 상인들을 참여하도록 설득하는 것부터 공연팀 섭외, 포스터 디자인, 홍보까지 익숙하지 않은 일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이들이 끼니를 거르면서 밤새워 일할 수 있었던 것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다. 한국화를 전공한 박경밀씨는 한국종합미술대전 입상 경력(동상)을 갖고 있다. “지역문화와 주민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문화예술 행사에 관심이 많은데 그런 일을 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는 박씨는 지난해 말, 1년간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던졌다. 대학에서 광고창작학을 전공한 안민진(25)씨는 “창의적인 생각과 기발한 발상을 가진 친구들이 그 끼를 풀어낼 창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박씨와 안씨가 돌파구를 찾고 있을 때 마포구에서 ‘멍석’을 깔았다. 정부가 저소득층과 청년 실업층의 생계 지원을 위해 마련한 희망 근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구청에서 6월 ‘마포희망기획단’을 모집한 것이다. 시들해진 홍익대 상권을 청년들의 아이디어로 살리기 위해서였다. 그간 희망근로 프로젝트는 환경정비, 공공시설물 개보수 작업 등 단순작업 위주였다. 20대의 참여가 5%에 불과했던 이유다. 하지만 마포희망기획단은 월급 80만원, 6개월짜리 한시적인 일자리인데도 60여 명이 지원했다. 그리고 7월, 최종 선발된 10명이 닻을 올렸다.
축제의 수익금을 기획단과 참여한 가게가 나눠 갖고, 기획단은 이를 다음 번 행사에 재투자할 계획이어서 이번 행사의 성패는 중요하다. 구이구이데이에서 기획단의 목표 수익금은 500만~600만원.
이들의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는 웹 홍보목록이 빼곡하다. 몸은 고달프고 구청의 지원이 11월이면 끝나지만 이들은 마음만은 부자다. 김철환(28)씨는 “희망기획단 덕분에 4년 후의 나, 40년 후의 나를 꿈꿀 수 있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김지영(24)씨는 “하는 일을 계속하려면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며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하나의 모델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다행인 것은 아현동 웨딩숍 살리기, 홍익대 갤러리 파티 등 이번 행사가 끝난 뒤 실행에 옮겨야 할 아이디어가 쌓여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