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뜨거울 수 있으랴! 안고 삼일회 8월 관악산 등산!
토닥토닥 주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잠을 깬다. 아침 6시!
아침부터 덥다 오늘도 덥겠구나 걱정스럽다 어젯밤의 숙취가 남아 있는데 오늘도 36도를 넘나드는
폭염경보가 매우 부담스럽다.
함께 술을 했던 친구들을 생각해보니 좀 더 많은 물과 갈증 해소용 채소가 필요하겠다싶어 괜히 마음이
분주해지고 오늘의 등산이 미리 염려스럽다.
7시 반 재화한테 전화를 한다. 안 받는다. 카톡 메시지를 보낸다. 답장이 왔다. 8시50분에 우리 집 앞에서
보잔다. 이런 젠장. 과천청사 약속 시간이 9시인데...
다시 전화를 한다. 왜 아침 일찍 전화질이냐며 짜증이다. 최대한 빨리 오겠단다. 알았다.
경익이한테 전화한다. 역시 전화를 안 받는다 어허 이 사람들이... 재차 하니 받는다 그나마 다행이다.
경구한테 전화를 한다. 안 받는다. 계속했다 그래도 안 받는다. 열 받는다.
8시 20분부터 집 앞에서 재화를 기다린다. 안 온다 계속 기다린다. 그래도 안 온다. 이런 된장!!
8시 47분 재화가 온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만면에 미소를 그득 지으면서 천진난만하게 온다. 으이그 속 터져.
상수한테 문자가 온다. 가장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해 기다릴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어 문자하려는데
문자가 온다. 이제 출발한대나...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 범생의 전형 상수는 또 왜 그런데??
잘 된건가 오히려? 그래 같이들 가자.
심대장한테 사전에 보고를 한다. 이만저만하니 9시반경에나 도착하겠다고.. 사람 좋게 오케이 한다.
경익이를 픽업하고 경구네 집으로 가는 도중에도 경구한테 전화를 하는데 끝끝내 묵묵부답이다.
그래? 좋다 경구네 집으로 쳐들어가자.
경비실에서 경구를 찾는다. 경비원 왈 강회장님 어제도 얼큰해서 들어왔습디다. 인터폰 연락해보지요.
어 안되네? 직접 올라가세요. 1XXX호입니다.
직접 올라갈려는 찰나에 인터폰 연결이 된다. 야인마야 뭐하노 빨리 내려와라 인마야!!!!
10분후에 경구 나타난다. 동자승 같은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헐~~ 그런데 빈 몸이다. 아무것도 없다. 가방도 안 맸다 달랑 지갑 하나. 오늘 등산 도대체 어떻게 할려나...
심히 걱정스럽다.
남부순환도로와 양재대로도 분간 못하는, 내 전화질 땜에 돈을 못 땄다고 투덜대는 상수를 양재 IC에서 픽업한다
그렇게 정신없이 애들을 챙겨서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9시반. 심대장, 기철이 & 종태는 이미 와 있다.
출발 전에 상수 가방도 확인해본다. 믿었던 상수마저 빈 가방이다. 물도 딸랑 하나...
야들이 도대체 어쩌려고 이러나??? 오늘 같은 폭염엔 물이 충분히 있어야할텐데... 걱정스럽지만
이젠 방법이 없다. 그냥 가는 수 밖에...
산행 시작하자마자 덥다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이 장난이 아니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 숨이 막힌다.
숲이 있지만 별로 시원하지가 않다. 오늘 참 힘든 산행이 되겠구나하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다행스럽게 심대장이 페이스 조절을 한다. 자주 휴식을 취해준다.
쉬다가다를 반복하는데 너무 덥다보니 초반엔 경치를 조망할 여유도 없다.
경익이는 초반부터 물을 작살낸다. 저러다가 물이 부족하면 어떡하나 싶다. 국기봉에 물 판단다.
그래서 아낌없이 막 먹는다. 나는 물을 아꼈다. 4통 가지고 왔지만 어떨지 몰라 아꼈다.
대신에 오이 파프리카 방울 토마토 등으로 갈증을 달랜다.
암벽 앞에서 경구 경익이는 우회하기로 한다. 나머지 6명은 심대장을 따라 암벽등반해서 국기봉으로 향한다.
경구 경익이를 만나야 할 장소에 도착했는데 이 두 놈들이 안 보인다. 걱정이 된다.
칮으러 내려가본다. 한참을 가본다 그래도 안 보인다. 올라오는 아저씨한테 물어본다. 혹시 저 밑에 두
늙수그레한 초로의 아저씨 둘 본적이 있느냐고... 아저씨는 보지 못했단다. 어디로 간거야 도대체??
포기하고 올라가는데 심대장한테 전화가 왔다 애들 왔다고... 이런 된장...
합류해서 물어보니 약초꾼 모드로 없는 길을 개척해 왔다나?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밉기도 하다.
여기까지 1시간 거리를 2시간 이상 걸려서 올라온 듯하다.
경익이와 상수는 이미 탈진상태에 돌입한 듯하다.
경익이는 원래 바닥체질인걸 알고 있으니 그렇다 치는데.. 승마와 수영 골프를 통해 체력을 다져온
금상수의 탈진은 의외다. 박사 논문 준비하느라 이래저래 고생해온 게 장난이 아닌 모양이다.
동안의 상수마저 초로의 아저씨 같이 초췌해 보인다. 거의 맨붕 상태.
의외로 경구가 생각보다는 상태가 괜찮다. 다행이다. 경구가 탈진하면 도대체 누가 감당하겠느냐고...
국기봉 아래서 맛있게 점심을 즐겼다. 편하게 앉아서 여유있게 점심을 즐겼다. 시원한 막걸리도 한잔하고..
오늘도 역시나 재화는 나를 두고 놀린다. 엄청 처먹는다고...먹는 것 밖에 모른다고... 참자. 내가 참아야지.
기철이는 영양밥에 소고기 반찬 싸왔다. 심대장과 재화는 오늘도 계란말이 싸왔다. 내가 좋아하는...
종태는 지난 번 등산 때 쬐끄만 가방 매고 왔다고 빈정댔더니 이번엔 제대로 배낭 준비했다.
근데 배낭만 준비했다.
심대장 배낭은 만물상자다. 없는 게 없다. 그래서 우리는 뜨거운 태양을 피할 수 있었다.
태양을 피하는 방법은 많다. 심대장이랑 같이 있어도 된다.
국기봉에 갔다. 그런데 비상사태 발생했다. 막걸리 파는 데가 없어졌다. 물을 살 수가 없다.
그것만 믿고 물 막 먹었는데...
이제 내가 아끼고 숨겨둔 물을 써야 할 차례인데... 아깝다. 시원한 얼음물인데... 혼자 먹고 싶다.
안양유원지 방향으로 하산길이지만 오르내림을 반복해야했고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시각이라 물을 많이 찾는다.
물이 없으니 갈증을 더 느낀다. 근데 내리막길은 끝없이 긴 듯하다. 경익 상수는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다.
굳센 체력을 자랑하는 재화도 힘들어보이는 눈치다. 기철이는 꿋꿋하다. 붓의 달인 기철이는 강하다.
이제 물은 배급이다. 내 마지막 한 병도 심대장한테 전달해서 배급제로 조금씩 목을 축일 정도로 받아 먹는다.
저 멀리 저수지가 보인다. OMG !! 저수지에 물이 하나도 없다. 그럼 내려가도 계곡에 물이 없다는 이야기??
진짜 멘탈 붕괴 수준이다. (OMG는 OH MY GOD!).
온 몸이 거의 열사병 수준이다. 몸이 불덩이다. 물을 찾아 헤매는 연가시를 몸에 지닌 환자상태다.
(연가시란 영화는 봤나??) 심대장 전화가 왔다. 물이 있단다. 오우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미친 듯이 달려간다. 물이 보인다. 좌면우고 할 것도 없이 신발 양말만 벗고 입수한다. 풍덩!
주변에 많은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모두들 옷 입은 채로 입수 또 입수...
다들 물에서 나올 줄을 모른다. 백곰 경구는 웃통을 벗어 제끼고 풍만한 가슴을 자랑한다.
다음 경구 생일때 가슴보호대를 사주어야겠다. 그것도 G컵 사이즈로..
한참을 물에서 그러고 놀았다. 상수는 아예 물에서 나오기를 거부한다.
폭염속 등반후의 알탕! 그건 땀 흘린 자 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요 특권이다.
안양유원지는 인산인해였다.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겉으로 보기에 맛있어보이는 집을 찾아들어갔지만 완전 맹탕이었다. 맛있는게 하나도 없었다.
파전/빈대떡/도토리묵/두부김치/메밀국수.. 먹은 건 많은데 이리 맛이 없어도 되는건지. 유원지 식당의
한계를 보는 듯해서 씁쓸하고 아쉬웠다.
목숨을 두고 한 수 한 수 바둑을 두듯 한끼 한끼를 정성스럽게 먹고자하는 나로서는 참을 수 없는 배신이다.
재화는 또 놀려댄다. 그만 처먹으란다.... 그래도 난 먹는다. 맛없어도 먹는다. 그게 나니까.
강경구가 밥 샀다. 88,000원! 식스볼 쳐주는 조건으로 경구가 기꺼이 밥을 샀다.
맛은 참 그랬지만 그래도 잘 먹었다. 경구 덕분에. 경구가 밥을 사서 맛있게 먹었다.
참 힘든 하루였지만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정말로 행복했고 즐거운 산행이었다.
오늘 하루도 잊혀지지 않을 소중한 하루였음을 친구들한테 자랑스럽게 말하고 싶다.
심준용 대장이하 강경구 / 권기철 / 금상수 / 김사현 / 박종태 / 이경익 / 이재화 이상 8명은
안고 삼일회 8월 관악산 정기산행을 성공적으로 잘 마쳤기에 이에 보고합니다.
다들 수고했습니다.
또 다른 기쁨과 감동을 선사할 9월 산행을 기다려봅니다.
홍천 대명 비발디에서 골프/팔봉산 등반을 한다고 하던데... 또 만납시다. 그럼 이만...
(회비 7만원 수령 / 택시비 2만원 지원 / 5만원 기금 입금 (현재 총 1,466,000 적립))
김 사현
첫댓글 그림이 쫙~~~~ 그려집니다
수고했니더 ... ( 산행 후기 체험수기가 장난이 아님 good )
아 델꼬 잘 놀았나....회복이 집 근처 가서 그냥 왔네 그려...
ㅎ ㅎ ㅎ 내가 갔어야 되는데.... 항상 2리터 이상의 물을 준비해 가는 라기가 갔었어라...
(~었어라는 과거 소망형 어미...)
언제 다시 볼라나? 담달에 1박2일로 잡아야 오나? 골프 플라스해서?
광락이가 있었으면 물 부족현상은 아마 없었을텐데... 다리는 이제 좀 어떤가? 9월 골프+등산 때는 참석할 수 있기를... 지난 7월 제천 모임때 내가 좀 빡빡해서 섭섭했지??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기를...
수고했수다....울 아우는 그 날 늦은 벌로 밥사게 한 거니....그런 줄 알라.
ㅎㅎㅎ 멋지다....김사현 작가님 ㅎㅎㅎㅎ 담달 은 홍천 비발디 팔봉산 원나잇 투데이..... 기대된다
왜냐고 가면 좋자나
부킹되면 빨리 연락해주라...공지하게...ㅎㅎ
우리 사혀이는 직업 선택을 잘못한 거 같다..^^
컨테이너 실어내는 덴 이런 글 재주가 필요 없어서 어쩔!! 아깝다..
멋쟁이들의 행진이구나~ 친구들 건강에 도움되는 소리가 들리네.. 즐겁고 행복하게...!!
파전/빈대떡/도토리묵/두부김치/메밀국수...
이거 누가 다 시켰노?
심대장과 김부대장 철없는 자식들 건사하느라 고생하는 부모 같다.그렇지만 속 썩이는 자식이라도 있는 게 없는 거보다는 낫다. 함께 등산 해 본 지가 너무 오래 되어서 한 번 참여하기는 해야겠는데 도무지 시간을 내기가 어렵구만. 그래도 생생한 기록이 있으니 같이 간 듯 눈에 선하구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