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꽃이 그린 고궁
신재미
역사탐방으로 찾은 덕수궁
하늘 땅 기운 맞닿는
칠월의 열기는 발바닥을 달군다
석조전 뜰 분홍머리 풀어헤친 배롱나무
현란한 춤사위에 더위도 잊은채
촬영하는 동작 여념 없다
집체만큼 큰 꽃산 두 개
나무줄기 서로 엉켜 자라고
갈라져서 자라다 다시 엉켜
우리의 역사를 그린듯
아픔을 아는 걸까
저마다 느낌 따라
고난의 세월 지켜본 나무를 향해
영험하다 한 마디씩하고
푸른 하늘 배경 삼아 꽃을 담고
신비함에 가슴 연 사람들
복중 더위도 아랑곳없다
전통을 간직한 왼쪽 기와지붕
오른쪽 화려한 유럽풍 미술관
동서양이 어우러진 수려한 고궁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역사
도심 속 고궁탐방은 고난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펼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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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지 못한 역사
신재미
효창공원 언덕 울창한 수목
연둣빛 서정 넓혀가는 오월
숲 그늘에 깃들어도
초록으로 물들지 못하는 가슴엔
마른 바람이 분다
공원에서 들려오는 악다구니
비명으로 날아들어 섬찟하다
허공을 날아다니는 무거운 말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며
나부끼는 깃발 낯설다
삶은 외길이라며
앵무새 되어 조잘거리던 나는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건가
노인회 사무실에서
김회장의 뜻 깊은 미소는
자꾸만 귓가를 간질이는데
몇 걸음 사이에 두고
행복과 불행이 벌이는 육탄전
시대를 탓해 무엇 하리
오천년을 이어 온
질기고도 끈질긴 역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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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등단 2004(문학공간)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강서지부 부회장 및 편집국장
한국통일문인협회 사무국장
옛정시인회 회장 역임
수상 : 세종문학상, 한글문학상 짚신문학상 외
저서 : 춘당지의 봄, 사랑은 희망의 날개,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