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일기예보가 정확하다 한다
어제 예보에 11시, 4시 비!
정확하게 그맘때 비가 왔다며 친구는 신기해 한다.
오늘 아침, 집을 나서며 몇번을 고민하다가 오후 비라는
예보에도 창을 닫고 나갔다. 외출했다 들어오니 집안이 후끈거렸다. 한낮의 열기가 창문을 닫아둔 집안을 온실처럼 만들었나보다. 거실과 방방의 창을 활짝 열었다.
습한 열기는 쉽게 사라지질 않는다.
긴긴 여름조차 머뭇거릴뿐 잘 떠나질 못하나보다.
저녁무렵 잠깐 외출할 일이 생기자 또다시 망설여졌다
그리고는 그냥 나섰다. 그 사이 큰일이야 생길까 싶었는데~~
삼십분도 안되는 시간 폭우가 쏟아졌다.
실내에 있는동안 우박같이 떨어지는 굵은 빗줄기는 문 두드리는 소리를 내며 자꾸만 돌아보게 만들었다.
집에 도착하니 물바다다.
18층 밖에서 사다리를 타고 들이부어도 이렇게 될까?
망설이는 동안 늘 일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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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신춘문예 수상작이었을것 같디. 곽재구의 ‘사평역에서’를 처음 읽었을 때의 그 고요함과 쓸쓸함이 생생하다
같은 기차를 기다리듯, 톱밥난로를 둘러싸고 아무 말 않는 사람들처럼 처음 들어보는 그 역에서 오래 머물던 기억이 난다.
<소나기>/ 곽재구
저물 무렵
소나기를 만난 사람들은 알지
누군가를 고즈넉이 그리워하며
미루나무 아래 앉아 다리쉼을 하다가
그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본
사람들은 알지
자신을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격정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이를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분노라는 것을
그 소나기에
가슴을 적신 사람이라면 알지
자신을 속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속이는 것이
또한 얼마나 쓸쓸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