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떡의 계절
公山 김인순
떡의 종류가 얼마나 많을까?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이젠 수십 가지도 넘을 것이다.
그러나 크게 분류해 보면 찰떡으로 통하는 인절미,
추석명절의 대명사 송편,
여름철에도 쉬지 않는 기지떡,
정월대보름 때 동제洞祭 제물로 바치는 시루떡,
겨울밤의 찹쌀떡을 비롯해
곡식에 따른 절편 등등이 있다.
지금은 쑥떡도 절편 뿐 아니라
다양한 품색品色을 갖추어
만들어 지니 어떻게 설명을 해야 되나?
전통쑥떡이 맞을지?
1960년대 이전 절대빈곤絶對貧困시기에는
쑥을 많이 뜯어서 소위 쑥 범벅이를 만들어 먹는데
쌀이나 밀가루가 풍족하지 못한 시절,
재료의 70%이상이 쑥이어서 그냥 쑥과 밀가루를
뒤죽박죽 섞어 사카린이나 조금 넣으면 무조건 맛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쑥떡을 먹는 계절은 춘궁기였기에
새 봄을 맞이하는 귀한 손님에 고마운 양식이 아닐 수 없었다.
요즘은 쑥이나 쑥떡이 일반 음식으로서보다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얻기도 한다.
들에 나가보면 쑥을 뜯는 아낙네도 심심치 않게 보이고 짧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부지런히 쑥 몇 춤을 뜯어다가 모아서 떡을 해 먹기도 하겠지만
쑥국을 끓여먹으면 한약재 특유의 향이 밥맛을 돋구어주고 봄나물로 건강식에 좋다고 얘기하고 있다.
먼 고향을 두고 객지에서 살고 있는 우리회원은 쑥에 대한 추억追憶과 상념想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마 고향 나물 중에 기억되는 첫 번째로 꼽히지는 않을지?
오늘 아침 공원산 산책길을 돌아서 이미 고인이 된 친구의 아들이
먼 곳에서 혼사를 치루는 관계로 함께 가지는 못하고 결혼식 축의금을 전하기 위해 새터白新1 마을에 올라갔다.
축하인사를 하고 내려오는 길, 좌회전 국도로 돌아가는데 간이 정류장에 할머니 한 분이 버스를 기다리고 계셨다.
차를 멈추고 어디에 가시냐고 용건을 물었더니 친절하게도 내일이 본인 생일이시라며
쑥떡을 하러 시내에 가신다고 말씀하신다.
가볍지 않은 짐을 받아 뒷자리에 싣고 가면서 본인 생일에 손수 떡을 하려 가시냐고 물었더니
10시까지 떡을 해 가지고 11시 기차로 아들이 살고 있는 서울에 올라가 생일을 해 잡숫고 내려오신단다.
바쁜 현대생활의 역 상경 장면이다.
직접 들에서 쑥을 뜯어 만든 쑥떡,
말을 듣자마자 미안하게도
벌써 군침이 도는 게 아닌가?
마침 떡집이 집에서 가까운
서문거리 대창방앗간이라
그 시간에 찾아 갈 터이니 조금 파시던지
체면불구하고 몇 개만 달라고 했더니
두 말없이 떡집으로 오란다.
아침 먹고 집안 일하다가
시간 넘어 갔더니 벌써 할머니는 가셨고
내가 오면 주라고 했다며 주인장께
열사람이 먹어도 남을 만큼 두고 가셨다.
반질반질하게 기름을 발라 아직 잘려지지 않은
긴 가래쑥떡이 눈에 들어 왔다.
천심으로 살고 계시는 어머니의 마음을 보는 순간이다. 너무 고마웠다.
생각해 보면 옛날 우리의 어머니들은 그랬다.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나누어 먹기를 그렇게 좋아했으며
좋은 일이 있으면 같이 기뻐하고 고락苦樂을 나누는 아름다운 풍속을 지키며 살아오셨다.
쑥떡이라고 다 같은 맛은 아닐 것이다. 벌써 욕심이 앞서서 남은 떡을 두었다가
먹고 싶은데 그래도 미안했던지 내일(일) 성당에서 성지순례를 가는데
가지고 가자는 아내의 말에 승낙을 하면서 또 한 번 부끄러웠다.
감사합니다. 할머니!
2010.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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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김인순님 저 엄중섭입니다. 젊은시절 저를위해 힘써주시고. 보살펴주신 덕분에 열심히 잘 살고있어요.
쑥덕이란 글을보니 너무너무 감회가 새롭네요. 그 옛날 추억에담긴 글 너무너무 감사해요. 내내 건강하시길 빌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