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가브리엘, 미가엘 등 천사의 호위를 받으며 지상으로 내려오던 ‘주’신과, 기발하고 명석한 두뇌를 가졌으면서도 이성이라고는 씨앗도 찾아볼 수 없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사이의 내기놀이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인간의 영혼을 유혹해서 지옥으로 밀어낼 수 있다고 장담하고, ‘주’신은 인간은 노력하는 동안 방황은 하지만 근본적으로 착한 존재이기에 죄악의 충동에 쫓기어도 결코 올바른 길을 잊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어쩜 괴테 자신일지도 모를 철학, 법학, 의학, 신학자인 파우스트를 내기의 대상으로 선택한다. 주는 그가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을 견디어 내는지 시험하기로 합의한다.
파우스트 박사는 오랜 세월 학문 연구에 전념하여, 모든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지만 그처럼 많은 지식에서도 만족을 얻을 수 없음에 절망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지식의 무기력하고 무가치한 한계를 알아차리고 차라리 지식에서 보다는 세속의 향락에서 만족을 얻어 보려고 타락하지만 이도 여의치 않자 자포자기한 나머지 자살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바로 그때 학자로 가장한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의 앞에 나타난다. 그는 그의 영혼을 자기에게 주면 파우스트가 원하는 세속의 모든 향락을 얻게 해 주겠다고 제안한다. 이상주의자인 파우스트는 지식에 대한 혐오감을 떨쳐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겨 이 제안을 선뜻 받아들인다.
그들은 서로 약속을 하고 이제 바깥세계로 나선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우선 파우스트에게 젊어지는 약을 먹여 그를 청춘으로 되돌려 세운다. 젊어진 파우스트는 청순한 소녀 그레트헨(마르가레테 라고도 부름)을 보자 사랑을 느낀 나머지 메피스토펠레스에게 그녀를 갖고 싶다고 조른다.
그레트헨은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그녀는 파우스트와의 사랑에 방해를 주는 어머니가 거추장스러웠다 그래서 어머니를 잠만 재우기 위해서 파우스트가 건넨 수면제를 먹인 것이 그만 본의 아니게 사망에 이르게 하고 만다. 더구나 그레트헨은 임신까지 된 상태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빠(발렌틴)는 발끈하여 파우스트에게 결투를 신청, 결국 그도 결투로 죽게 된다.
제 뜻은 아니었지만 파우스트는 두 명을 살해한 범인이 되자 산으로 피신을 하게 되며, 파우스트와의 사랑으로 인해 자기 가족들을 잃은 그레트헨은 죄책감에 자기가 낳은 아기를 연못에 빠뜨려 죽이고 살인죄로 투옥된다. 이런 소식에 접한 파우스트는 그녀를 구출하려고 메피스토펠레스의 힘을 빌지만 그레트헨은 자기가 지은 죄 값을 달게 받겠다고 이를 단호히 거절한다. …여기까지가 제 1부
사랑하는 여인은 감옥에 갇혀있는데 이를 두고 떠나온 파우스트는 마음이 심란한 상태였다. 자연에 파묻혀 아리엘(공기),대지, 물, 나무, 산 등 자연의 정령(精靈)들의 합창소리를 들으며 얼마간의 안정을 얻는다.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가 어느 정도 충격에서 벗어난 것을 알게되자 파우스트를 데리고 중세 독일 황제의 궁전을 찾아갈 결심을 하게 된다. 어려움에 빠져 있던 황제는 메피스토펠레스와 파우스트의 도움을 받아 황실 재정이 훨씬 나아지자 이제 ‘파리스’(트로이의 왕 프레아오스의 둘째 아들로 헬레네를 빼앗아간 사람)와 ‘헬레네’(그리스의 제일가는 미녀이며 스파르타 왕비로 파리스가 빼앗아 감으로써 트로이와 그리스가 트로이 전쟁을 일으키게 된 장본인)를 만나고 싶어 한다. 이에 메피스토펠레스에게서 마법의 열쇠를 받아 헬레네를 찾아 나섰던 파우스트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정신을 빼앗긴 나머지 마법의 열쇠를 놓쳐, 그만 잃어버리고 만다. (2부1막)
할 수 없이 빈손으로 그리스로 돌아간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와 모의해 헬레네를 유인하는데 성공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파우스트는 그녀와 달콤한 사랑을 즐기게 된다. 그러나 둘 사이에서 헬레네가 낳은 아이 ‘에우포리온’이 자살하는 것과 진배없는 심한 장난으로 인해서 그만 죽게 된다. 이에 헬레네 역시 깊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죽게 된다.(2부3막) 그리스에서 북방 (독일)으로 돌아온 파우스트는 어떠한 환락보다도 위대한 일이 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고,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자기희생을 전제한 한 차원 높은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하여 타인을 위하는 활동을 결심한다. (2부4막)
그후 그는 황제로부터 불모의 토지를 하사받아 이를 개발하여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과 함께 사는” 이상적인 독립국을 건설하려고 한다. 그러나 일을 무리하게 추진한 나머지 마을에 화재가 일어나자 세상의 온갖 악령들(불만, 죄악, 근심, 고난)이 나타나 행패를 부린다. 다른 악령은 물리쳤으나 근심의 악령은 꼭 붙어서 파우스트로 하여금 눈을 멀게까지 만든다. 그제서야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팔았던 것을 후회하지만, 메피스토펠레스는 다음 단계의 술수인 파우스트의 몸과 영혼을 분리시켜 영혼만을 빼앗기 위해 악령들에게 무덤을 파게 했는데 삽으로 흙 파는 소리를 들은 파우스트는 악령들이 자기를 도와 토지를 개간하는 것으로 알고 기뻐하다가 그만 쓰러져 죽는다.
메피스토펠레스는 그런 파우스트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접근, 그의 몸과 영혼을 분리시켜 영혼만 빼가려 한다. 이때 하늘에서 천사의 무리가 나타나 파우스트의 시체위에 장미꽃을 뿌리며 축복한다. 그러자 메피스토펠레스는 달아나 버리고, 천사들의 합창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두 영원하신 여성, 성모 마리아와 그레트헨의 영혼이 나타나 파우스트의 영혼을 구해준다. 천사들의 모습에 욕정이 일어난 메피스토펠레스가 정신이 팔린 나머지 파우스트 영혼을 데리고 가는 천사들을 놓치고 말아 파우스트는 결국 승천한다. (괴테는 일체의 낮은 욕망에서 정화된 사랑, 모든 것을 용서하는 사랑, 죄인을 끌어 올리는 자애를 가진 분을 영원한 여성으로 상정하고, 그 영원의 상징으로서 성모 마리아를, 지상적인 상징으로 그레트헨을 그렸다.)
이렇게 괴테 일생을 통하여 저술한 대서사시는 막을 내린다.
<작품 속에서 괴테가 쓴 은유들>
* 태어나지 않고도 있었으며 완전히 해명된 적이 없고, 하늘 구석구석에 스며 있으며, 무참히도 못 박히신 분… 그리스도
* 인간은 어리석은 소우주인 주제에 자칫하면 전체라고 생각하기 쉽다.
* 번쩍거리는 것은 한 때를 위해 태어나고 참된 것은 후세에도 멸망하지 않는다.
*빛은 물체에서 흘러나와 물체를 아름답게 보이게 하지만 물체가 그 진로를 가로 막는다. 내가 보건데 머잖아 물체와 더불어 빛은 멸망할 것이다.
* 나는 그저 놀아나기에는 너무 늙었고 모든 욕망을 버리기에는 너무 젊다.
* 여자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여자는 아프니, 괴로우니, 이러니저러니 불평이 끊일 새 없지만, 그런 것은 급소 하나로 고칠 수 있다.
* 겸손한 마음이야말로 따뜻하고 자비로운 자연의 최고 선물이다.
* 자기 집 화덕과 착실한 마누라는 금과 진주의 값어치가 있다.
* 가끔 자기를 속이는 쾌락을 좇는다.
* 인간은 추하면 추할수록 더 밝은 데로 나가고 싶어 하는 법.
* 시는 낭비이다. 가장 소중한 보물을 낭비하여 내 스스로를 완성시키는 이가 시인이다.
* 시인은 맑은 눈으로 해맑은 경지를 바라보고, 스스로가 스스로의 것이 되고, 오로지 자기만을 의지하고, 아름다운 것과 착한 것만이 기쁨이 되는 고독한 경지- 거기서 자기 세계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