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두 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던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가 없어졌다. 양도세 중과 폐지는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큰 변수다. 이전까지 양도세 부담 때문에 집을 팔거나 사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3주택 이상 보유자가 집을 팔 때 양도차익의 60%를 세금으로 내야했지만 이제는 일반 양도세 세율(6~35%)이 적용된다. 예컨대 서울 강남ㆍ마포ㆍ노원구에 각각 집을 한 채씩 보유한 김철수씨가 마포구의 집(2년 이상 보유)을 팔아 1억원의 양도차익이 생겼다면 이전에는 중과세를 적용받아 4343만원의 세금을 내야했다.
그러나 이제는 절반 이하인 1978만원만 내면 된다. 이같이 세금 부담이 확 줄었기 때문에 집을 사려는 사람이나 팔려는 사람 모두 이전과는 다른 전략을 짜야 한다. 집을 팔 사람은 보유주택 중 어떤 집을 어떤 방식으로 언제 파는 게 가장 유리한 지 잘 따져봐야 한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양도세 중과 폐지에 따라 주택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예상한 후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좋다.
외곽지역부터 정리양도세 부담이 확 줄어들면서 보유 주택 중 일부를 정리하려는 다주택자가 늘고 있다. 닥터아파트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가 적용된 지난 16일 이후 일주일 간 수도권 2000여곳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총 1만1264건의 매물이 새로 나왔다. 이전 일주일 간 등록된 매물 (9486건)보다 19%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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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도세 완화면제 조치로 매매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해졌다. 사진은 강동구
프라이어 아파트 전경. |
특히 서울 송파구의 경우 16일 이후 일주일 간 2276건의 매물이 쏟아져 그 전 일주일 간 나왔던 매물 413건을 크게 웃돌았다. 서초구도 261건에서 636건으로 증가했다. 강남권에서 강남구(317건에서 405건)에 비해 송파ㆍ서초구의 매물이 크게 늘어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 강남구가 강남 3개 구 중에서 평당 가격이 가장 높은 ‘블루칩’이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예컨대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중대형에 살면서 인근 서초구 잠원동 중소형 아파트 2채를 전세 놓았던 집주인이 잠원동 아파트를 처분하는 경우다. 다주택자들은 주로 살고 있는 지역 내에서 추가로 집을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집을 파는 데 몇 가지 요령이 있다고 말한다. 우선 미래가치가 낮은 지역의 주택을 먼저 파는 것이다. 경기가 회복되면 인기 지역이 주택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러 지역에 집을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라면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은 지역의 주택부터 처분하는 게 좋다는 얘기다.
같은 지역에 여러 채를 보유하고 있다면 양도차익이 적은 집부터 파는 게 유리하다. 양도차익이 적은 만큼 세금부담이 줄기 때문이다. 양도세는 누진과세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양도 차익이 1억원일 때와 5000만원일 때를 비교해 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2주택 보유자가 집을 되팔 때 1억원의 이익을 보았다고 가정하면 이전처럼 45%로 중과할 때는 내야 할 세금이 4343만6250원이지만 일반세율 누진과세로 하면 1978만5150원이다. 감소율이 54%다.
그러나 양도차익이 5000만원이면 45% 중과할 때 약 2116만원, 일반 세율로 는 647만원으로 감소율이 69%에 이른다. 아울러 보유기간이 짧은 주택도 우선 매각 대상에 속한다. 남은 주택에 대해선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앞으로 나올 수 있는 추가 완화 대책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여보다는 매각이 유리증여 메리트도 줄었다. 다주택자들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부동산을 자녀에게 증여한 뒤 자녀가 다시 매도하는 방법으로 절세 계획을 짰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수정하는 게 좋다. 3주택 보유자인 김모씨의 경우를 따져 본 결과 매도시 세금과 증여시 세금에 거의 차이가 없다.
김씨가 보유한 아파트 중 A아파트(시세 9억원ㆍ양도차익 7억원)와 B아파트(시세 3억원ㆍ양도차익 2억원), C아파트(시세 3억원ㆍ양도차익 2억원)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이전인 16일 이전 순차적으로 매도하는 경우 총 세금은 1억3950만원이지만 완화된 양도세율을 적용해 16일 이후 순차 매도하는 경우 1억600만원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C아파트를 무주택 장남에게 증여 후 B와 A아파트를 매도하는 경우 세금은 1억350만원 수준이다. 여기서 증여받은 장남이 5년 이내에 이 아파트를 되팔아 현금화하는 경우 증여받은 가격으로 매도해도 양도세를 추가로 물어야 한다. 5년 이내 매도시 부모 소유 주택으로 간주해 양도 차익을 추가로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집 살 사람은 느긋하게집을 살 사람은 매수시점을 한 템포 늦춰 잡는 게 좋을 것 같다. 양도세 중과 폐지 조치로 매물은 늘고 있는데 매수세는 이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집값 급락에 따른 실물 경기 침체 가속화를 막기 위해 규제 완화와 관련된 카드를 거의 모두 썼다. 서울 강남권의 투기지역 해제가 남아있지만 여러 차례 예고돼 약발은 다 했다고 일선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오히려 막상 투기지역 해제가 되면 ‘재료 소진’으로 매수세에 비해 매도세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예상도 많다.
주택시장은 전통적으로 봄 철에 강세를 보이고 여름철은 비수기다. 서울 도봉동 LG공인 염창호 사장은 “정부의 잇따른 주택시장 부양책에도 주택시장은 별로 움직이지 않았다”며 “이제 정부의 규제 완화 카드가 모두 소진됐기 때문에 당분간 주택시장은 하향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미 대기매수세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지역이 많다. 분당신도시 서현동 가야공인 김미선 사장은 “여름까지 기다리면 지금보다 싸게 집을 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매수시점을 늦추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