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에 모 영화의 심령사진이 이슈가 되고 있다. 영화 촬영 중 찍은 사진에 어떤 여인의 얼굴이 선명히 찍힌 것. 영화 관계자는 모티브로 사용된 1900년대 명월관 최고의 기생 홍련 영가가 찍힌 심령사진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일본의 천재화가인 이시이가 그린 기생 홍련의 초상과 심령사진이 등장한 여인의 얼굴이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 사진 속 여인이 홍련일까.
흔히들 영가가 찍힌 사진을 심령사진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심령사진이라는 표현 자체를 보류하고 싶다. 심령사진보다는 영혼사진이라고 해야 맞기 때문이다. 영혼사진을 판독할 때 가장 범하기 쉬운 실수는 영혼이 찍힌 사진과 염사를 혼동하는 것이다. 염사는 인간의 염, 즉 생각이 사진에 드러나는 것인데 이 역시 초자연적인 현상이라 구분하는게 쉽지 않다. 초자연적 사진 중 하나인 UFO 사진 한 장이 '매우 신뢰도가 높다'는 평을 받기까지 얼마나 치밀한 분석을 해야 하는지는 1995년도에 찍힌 사진 한 장이 말해준다.
95년 9월 4일 오후 2시 40분.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설곡리에서 참깨 터는 노부부를 담았던 모 신문사 기자의 사진은 UFO 논란에 불을 붙였다. 사진은 한국 UFO 연구회 뿐 아니라 세계적인 사진 연구소로 보내져 분석됐다. 그 결과 세계 3대 UFO 사진 연구기관도 진짜일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을 밝혔다.
하지만 모든 기관의 결론은 신뢰도가 높다는 것일 뿐 UFO가 확실하다곤 답할 수 없었다. UFO 자체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 영혼사진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영능력자인 내가 영혼사진 속 영가가 진짜라고 해도 이를 증명할 방법은 없다. 영혼세계 역시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명할 수 없다 해서 이를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했다가는 큰 화를 당하기 마련이다.
나는 명월관 기생 홍련이 찍힌 영혼사진 한 장을 보면서 과거를 추억했다. 몇 년 전 한 여인이 구명시식을 청하러 법당에 왔을 때, 그녀의 전생이 명월관 최고 기생이었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현재 일본 모 박물관에 그녀를 그린 초상화가 있다는 사실까지 우연히 밝혀지면서 '홍련'의 정체는 드러났다. 초상화는 1918년 일본화가 이시이가 그린 것으로 당시 홍련의 나이는 18세였다.
하지만 이시이와 홍련의 관계는 깊은 사이가 아니었다. 홍련은 당대 재력가의 후원을 받고 있는 최고의 기생이었기 때문에 함부로 화가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던 것. 그림이 그려진 직후 그녀는 재력가의 소실이 됐고 명성에 걸맞게 부를 누리며 살다가 6.25 전쟁 때 동사했다. 50세가 다 된 나이에 죽었다는 얘기.
나는 홍련의 중년 사진을 어렵게 입수, 일본 박물관에 기증했다. 관장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서였다. 관장은 홍련 초상화의 진실이 밝혀지자 일부러 전시 중이던 그림을 박물관 최고의 소장품들이 보관된 특별보관실로 옮겼다. 스스로 소장 작품 속 여인의 전생을 죽을 때까지 비밀로 간직하겠다고 다짐했다. 만약 관장이 홍련의 전생을 이용, 대대적인 홍보로 박물관 입장객을 늘렸다면 큰 화를 당했을지도 모르는 일.
영능력자인 나도 영혼사진에 대해 확언하지 않는다. 과거 연극 '구명시식' 공연 중 찍혔던 영혼사진들도 '영혼일 것이라 추정된다'고 했을 뿐, 확실히 '영혼이다'고 말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 있다. 초자연적 현상에 어떻게 진짜, 가짜가 명확할 수 있겠는가. 영화 촬영 중 찍혔다는 홍련 영가의 사진도 마찬가지다. 기생으로서 최고의 삶을 살다 간 여인이 과연 깊은 한을 품은 영혼들이 찍힌다는 영혼사진에 모습을 드러냈을지는 의문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