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신부의 교리산책] XP는 무슨 뜻인가?
성당의 입구나 탑 혹은 감실 등에서 이러한 표시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가톨릭의 상징으로도 여겨지는 ‘(그림)’는 ‘그리스도’에 해당하는 그리스어의 약자로서 처음 두 글자 X와 P를 따서 겹친 모양으로 ‘그리스도’를 가리킵니다. 그리스도란 그리스어로 ‘구세주’라는 뜻으로, 원어로 쓰면 ‘크리스토스(ⅩΡⅠΣΤΟΣ)’입니다.
신약성서의 원문은 그리스어로 쓰였습니다. 당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는 시대였지만, 문화만큼은 그리스 문화가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로마의 지배에 있었던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는 그리스어가 제1국제 공용어로 쓰였던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다윗의 왕좌를 재건하는 분을 구원자, 즉 메시아(Messiah)라고 했는데, 원뜻은 ‘기름 부음을 받은 자’입니다. 이스라엘에는 사제나 왕들이 즉위할 때 머리에 기름을 붓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당신에게 기름을 부어서 그분의 백성 이스라엘 위에 임금으로 세우게 하셨습니다.”(1사무 15,1) 따라서 메시아는 왕 중의 왕으로서 하느님께로부터 기름 부음을 받아 인류의 구원을 위해 이 세상에 오신 분입니다.
그리스도를 또 ‘알파(Α)와 오메가(Ω)’로 표시합니다. 이것은 그리스어 알파벳의 첫 글자와 끝 글자로 그리스도께서 역사의 시초부터 종말까지 우주를 지배한다는 뜻입니다. “나는 알파이며 오메가이고 처음이며 마지막이고 시작이며 마침이다.”(묵시 22,13) 예수는 히브리어로 여호수아(Jehosuah)입니다. 이 호칭은 마태오복음 1장 21절에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자’라고 뜻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진정으로 죄에서 구원하실 예수는 바로 우리의 구세주 ‘그리스도’이시며, 약속하신 대로 죽음을 이기시고 사흘 만에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진정한 메시아 즉 그리스도가 되신 것은 바로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의 희망으로 우리에게 나타나셨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증언합니다. “나도 전해 받았고 여러분에게 무엇보다 먼저 전해 준 복음은 이렇습니다. 곧 그리스도께서는 성경 말씀대로 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사흗날에 되살아나셨다는 것입니다.”(1코린 15,3-4 참조)
[2017년 3월 19일 사순 제3주일 서울주보 4면, 김지영 사무엘 신부]
출처 :
http://pds.catholic.or.kr/pds/bbs_view.asp?num=7&id=162489&menu=47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