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로 지난해 치러진 4·9 총선을 통해 18대 국회의원이 탄생한 지 1년을 맞았다.
18대 의원들은 헌정사상 최초로 진보진영이 장악했던 17대에서 다시 보수진영으로 회귀시켰다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 속에 출발했다. 하지만 지난 1년 18대 국회의원들이 걸어온 길은 요철과 굴곡이 심한 험로의 연속이었다.
◆정쟁에 묻힌 1년 = 18대 국회는 출범 초기부터 여야의 충돌을 예고했다.
4·9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하면서 '거여(巨與)'로 발돋움했고, 이를 토대로 각종 입법을 단독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한나라당에 철저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갈등을 고조시켰다.
이 같은 대립 구조는 18대 초반부터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법안투쟁 등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어야 했다.
급기야 지난해 말에는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회의실의 문을 걸어 잠근 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강행했고, 민주당 등 야당은 상정 저지를 위해 출입문을 해머와 전기톱을 부수는 ‘난장판 국회’가 벌어지기도 했다.
욕설과 폭력, 장기 농성 등의 구태가 여전히 재연됐고, 여야 간 몸싸움이나 해묵은 색깔 공세와 이념대결 구도가 재연돼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4월 임시국회 역시 여야는 추경경정예산안과 감세정책, 금산분리완화 등의 쟁점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임기 2년차를 맞았지만 여야의 갈등과 긴장의 파고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충청 의원 ‘현실’의 벽 실감 = 4·9 총선을 통해 18대 국회에 입성한 충청권 의원들은 혹독한 시련의 시간을 보냈다.
자유선진당이 돌풍을 일으키며 24석의 충청지역 의석 가운데 14석을 차지하면서 높은 ‘현실’의 벽 앞에 한계를 느껴야 했다.
여야가 극한 대치상황을 벌이는 가운데 제3당으로 중재자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지만, 정국의 흐름을 바꾸는 핵심에서는 한 발짝 물러나야 하는 상황을 감내해야 했다.
특히 거대 여야의 당리당략적 계산과 정부의 의도적인 배척 속에서 세종시특별법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지만 충청권 의원들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은 냉정한 정치 현실에서 힘을 잃어가는 분위기다.
여기에 충청지역의 대표 정당인 선진당은 창당 1년 남짓이라는 시간적 한계 때문에 당의 정체성 부재라는 지적과 함께 탄력적으로 지역 여론을 받아들이는데 미숙했다는 아쉬움도 남겼다.
선진당 임영호 의원(대전 동구)은 얼마 전 “선진당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있는 충청권 의원들은 다른 지역 의원들 보다 2~3배는 열심히 활동한다”면서도 “의석 수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국회의 속성 앞에서 충청권 의원들은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대전 출신은 A 전 국회의원 은 “4·9 총선 당시 선진당 창당 등의 급변하는 지역정치 지형으로 인해 18대에 입성한 충청권 국회의원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당 정체성이 부족하다”며 “거대 여야의 틈바구니 속에서 충청권이 제 몫을 하기 위해서는 지난 1년을 교훈삼아 분명한 당 정체성을 확립하고 충청지역의 일관된 주장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