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연봉과 보너스를 받는 펀드매니저라는 직업은 참 편해보입니다. 주식투자를 하면서 수익율만 좋다면
월급과 두둑한 보너스를 지급받으니 말입니다. 애널리스트들은 그들이 커버리지 하는 기업들에 대한 리포트의 정확도로
평가를 받습니다. 이 평가를 하는 주체가 바로 펀드매니저들이죠.
그럼 펀드매니저들은 누구의 평가를 받을까요? 바로 시장입니다. 그들이 운용하는 펀드에 대한 벤치마크가 되는 시장의
동일기간 수익율과 비교를 당하게 되는데, 이 기준이 되는 벤치마크 수익율과 포트폴리오 수익율의 격차를 트랙킹에러라고
합니다. 시장수익율보다 앞서면 전혀 문제가 없지만, 시장수익율보다 하회하게 되면 그것은 악몽이 됩니다. 트랙킹에러를
막기 위해서 매니저들은 시장에서 제일 잘나가는 소위 주도주들을 앞다투어 편입하게 되는데, 가령 어떤 대형주가 코스피
200이나 MSCI 지수에 새로 편입된다고 하면, 이 종목을 편입하지 않으면 심각한 트랙킹에러가 발생하기 때문에 서로
사려고 하다가 주가가 더 올라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트랙킹에러가 장기화되면 고객들의 항의가 들어오고, 환매가 시작됩니다. 가치투자로 유명한 모 운용사는 최근 수년간 수익율이
좋지 않자, 연기금 책임자로부터 반성문을 요구받았다고 하는군요. 펀드매니저들 입장에서 트랙킹 에러는 잠을 설치게 하고,
머리를 하얗게 세게 만드는 스트레스의 주범이자, 악몽 그 자체입니다. 수익율에 대한 압박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월가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는 이른 나이에 은퇴를 했지요. 46세의 나이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은퇴를
했는데, 현역 시절의 린치는 주말에도 사업보고서를 쌓아놓고 읽을 정도로 워커홀릭이었습니다. 그의 저서에 나온 사진을 보면
머리가 백발입니다. 원래 은발이었는지,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가 하얗게 센 것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큰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입니다. 은퇴한 이후에는 개인적으로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마도 마젤란펀드를 운용할 때보다는 마음이 한결 가볍겠지요.
워렌 버펫이나 피터 린치 모두 공통적으로 조언을 하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시장수익율을 목표로 삼지 말라는 것입니다. 벤치마크 수익율은 가장 객관적인 잣대이기 때문에 비교수익율로
사용되지만, 시장수익율 자체가 목표가 되어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절대수익율을 추구하는 헷지펀드 같은 케이스도 있지만
투자자에게 있어서 첫번째 목표는 원금을 보존하는 것이 되어야합니다. 원금을 보존한다는 것은 원금을 지킨다는 뜻보다는
인플레이션으로부터 구매력을 보존하기 위해 안전마진이 확보된 가격에 좋은 기업을 사서 보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두번째는 시장을 예측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환율, 원자재, 경제성장율, 실업율, 통화량, 인플레 등 많은 거시경제 변수들이 존재하고, 천재지변이나 전쟁과 같은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도 많이 있습니다. 시장을 예측한다는 것이 단순히 챠트를 보고 예측하는 것이든, 거시경제 지표를 보고 예측하는
것이든 큰 의미를 두기 어려운 것이, 시장에 존재하는 모든 경제전문가들과 투자전문가들의 예상과 그 예상에 기초한 투자전략이
합쳐져서 시장에 반영이 되기 때문에 예측한 것과 실제 시장은 다르게 움직일 수 밖에 없으며, 거시경제 전문가들조차 환율이나
호황/불황기를 맞추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대부분입니다. 결국 시장은 불확실성 그 자체이며, 국제정세나 시장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예측은 불완전하며, 장기적으로 시장은 우상향해왔기 때문에 단기 시세를 이용할 것이 아니라면
낙관적인 마인드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지요.
최근 한국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고 있습니다. 그간 많이 올랐던 주도주들이 상승세가 꺾이면서 피로감이 나타나고 있지요.
다음 장세에서 중소형주가 시세를 받을지, 이대로 계속 추락하게 될지 아무도 정확하게 예견할 수는 없습니다. 확실한 것은
시장이 조정을 받는 와중에도 계속 매출과 이익이 성장하는 회사들은 나타날 것이고, 가격과 가치와의 괴리가 커지는 종목들이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스트라이크 존에 공이 왔을 때 휘두르는 것을 투자라고 한다면 기관투자자들은 스트라이크 존 바깥의 공이라도 반드시 배트를
휘둘러야하는 압박에 시달리지요. 엄청난 현금을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면 놀고 있는 것으로 비난받을거라
생각할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지 않는 한 배트를 휘두르지 않아도 결코 삼진아웃 당하는
일이 없습니다. 트랙킹에러라는 무시무시한 잣대를 통해 매일 평가받는 펀드매니저들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는 것입니다.
흙 속에 파묻힌 진주들은 비가 오든 햇볕이 쨍쨍 내리쬐든 계속 발굴될 것이며, 자기만의 고집과 원칙을 고수하는 투자자들은
시장의 상승과 하락에 관계없이 그들의 일을 계속 해나갈 것입니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