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야학 4인방이 날개를 파닥였습니다.
12월 9일, 10일, 수지 IL센터 주최, 함께 배움 장애인 야학 주관, 용인시 후원으로 문해반 어르신들과 현장학습 및 발표회를 위해 남이섬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습니다.
어느새 야학 4개월째로 접어들었습니다. 진도가 전혀 다른 네 분과 수업해야 하는 부담감도 적지는 않았지만, 40대 후반부터 70대까지 연령 차이가 많아 한 교실 안에서 처신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난감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대부분 배울 시기를 놓치신 분들이라 자격지심을 갖고 계실 수 있기 때문에 혹여 상처 될까 싶어 언행도 조심스러웠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기우였습니다. 어순과 틀린 글자를 고쳐 달라며 일주일에 한 번씩 매일 쓰신 일기를 쑥스럽게 내놓으시는 70대 중반의 지체 1급 이 옥희 여사님, 딸의 성화에 못 이겨 한글 공부를 시작하긴 했지만 아직도 공부보다는 노인정에서 10원 짜리 고스톱이 더 재밌다는 호탕한 60대 후반의 박 정희 여사님, 결혼 전엔 형편상, 결혼 후엔 첫 아이가 선천적 지체, 지적 장애 1급이라 공부할 기회가 없었다며 지금이라도 중학교 검정고시를 보고 싶다는, 늘 근심어린 김 삼순씨, 포스코 임원으로 4개 국어를 자유로이 구사하며 일본, 중국을 제집 드나들듯하다 2008년 뇌병변으로 과거를 잃어버린 황 용하씨. 같은 듯 전혀 다른 네 분입니다. 그분들의 전율같은 뜨거운 인간애를 접하고 내 어머니, 내 언니, 내 오빠가 되고 말았습니다. 진심으로 서로 사랑하십니다. 진심으로 서로 의지하고 배려하십니다.
생전 처음 배를 타 보셨다는 이 옥희 여사님이 생전 처음 남 앞에 나서 보신다며 글 읽는 손을 바르르 떠십니다. 동화책을 읽기엔 너무 일렀던 황 용하씨가 동화책은 물론이고 그림을 보며 직접 글을 쓰고 발표합니다. 24시간 아이 간호하느라 매일 시간에 쫓기던 김 삼순씨는 좋아하는 시 두 편을 옮겨 발표하며 눈시울을 붉힙니다. 박 정희 여사님은 받침 있는 글자를 아직 못 익혀 미안하다시며 서슴없이 배호 노래 두 곡을 불러 자칫 침체될 뻔한 분위기를 단 번에 끌어올리십니다.
가족이었습니다. 사랑 가득한 가족이었습니다.
그 분들 삶에 기쁨과 용기를 주신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