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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교육/ (허철구 글)한국인의 글쓰기에 나타나는 단어와 문장의 오류
오양심|16.12.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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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글쓰기에 나타나는 단어와 문장의 오류
허철구/국립국어연구원 학예연구관
1. 서 론
우리 한국인의 글쓰기를 살펴보면 단어에서 문장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오류가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이 점은 우리의 작문 교육과 문법 지식이 그리 만족스럽지 못함을 보여 준다. 문제는 이러한 실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은 우리의 글쓰기에서 나타나는 오류의 문제를 인식하는 데 목적을 두고 몇 가지 유형을 통하여 그 현상을 보이고자 한다. 아울러 가능하면 글쓰기의 오류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제시하려 한다.
2. 어문 규범의 문제
국어의 표기법은 글을 쓸 때 반드시 지켜야 한다. 글의 내용과 문법의 엄격성이 잘 갖추어졌다고 해도 단어의 형식면에서 보이는 표기법의 오류는 글의 평점을 낮춘다. 여기에서는 흔히 잘못 쓰기 쉬운 용례 몇 가지를 중심으로 어문 규범의 오류를 살펴보자.
규범은 일단 정해지면 보수성을 지니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지금' 쓰는 언어대로 쉽게 글을 쓰다 보면 사용한 단어가 표준어가 아니거나 맞춤법에 어긋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면에서 규범의 전거인 국어 사전이 까다로운 시어머니처럼 오히려 자유로운 글쓰기에 제약이 되는 양 생각되기도 할 것이다. 다음은 그동안 그러한 예들로 여겨졌을 법한 말들이다.
우리말큰사전
(한글학회/1991)
국어대사전
(금성출판사/1996)
국어대사전
(민중서림/1994)
가위표(×표시)
×
O
×
믿기다(믿기지 않는 ∼)
×
×
×
얼핏(얼핏 본 듯한 ∼)
×
×
×
칭칭(칭칭 감다)
×
×
×
위 예들은 사전을 참조하여 정확히 글을 쓰려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혼란을 주었다. 왜냐하면 표준어일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사전을 찾아보면 이 말들을 방언 혹은 잘못된 말로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가새표, 믿어지다, 언뜻, 친친'만 표준어로 인정되었던 것이다.
사실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은 규범의 기준이기는 하지만 모든 어휘에 대하여 자동적으로 판별해 주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대부분 국어 단어들의 표준성은 암묵적으로 국어 사전에 의존해 왔다.
문제는 그동안 이러한 표준성에 있어서 공인된 사전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국립국어연구원에서 『표준국어대사전』 발간을 통하여 국어 어휘들의 표준성에 대한 해석을 정비하였다. 이에 따르면 위의 단어들은 모두 표준어이다. 이것은 현재 언어가 사용되는 양상을 +인정함으로써 불필요한 글쓰기의 오류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수긍할 만하다.
다음도 의외로 그동안 표준성을 공인받지 못하였던 예들이다.
(1) 뭐하다:뭣하다, 사레들다:사레들리다, 쌍까풀:쌍꺼풀,
어두침침:어둠침침, 영글다:여물다, 쥐불놀이:쥐불놓이,
파이다(掘):패다, 까끌까끌:깔끔깔끔, 귀걸이:귀고리
위 대립항에서 왼쪽 항은 매우 익숙하게 쓰이는 말들이다. 그동안 이 말들은 규범성을 인정받지 못하였으나 이제는 모두 복수 표준어로 인정된다.
신조어 및 미발굴 어휘의 규범성을 판정하여 수록하는 것도 사전의 임무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새로 규범성을 인정받는 말들도 있다. '뜬금없이'가 그 대표적인 말이다. 이 말은 그동안 사전에서 표제어로 등재되지 않던 말인데 현재 그 용법이 매우 일반적이어서 표준어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처리 예들은 실제 널리 쓰이는 언어와 일치하므로 글쓰기를 편하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이러한 예들보다 자칫 익숙한 대로 썼다가는 단어의 오류를 저지르게 되는 예들이 더 많다. 다음을 보자.
(2) 가열차다 → 가열하다, 간지럽히다 → 간질이다, 괜시리 → 괜스레,
깡술 → 강술, 꼬시다 → 꼬이다, 끄적거리다 → 끼적거리다,
두루뭉실하다 → 두루뭉술하다, 둘쳐업다/들쳐업다 → 둘러업다,
알아맞추다 → 알아맞히다, 얼만큼 → 얼마큼, 야멸차다 → 야멸치다,
어줍잖다 → 어쭙잖다, 웅큼 → 움큼, 임마 → 인마,
허접쓰레기 → 허섭스레기, 호로자식 → 호래자식,
혼구멍나다 → 혼꾸멍나다 등
위 예들에서 대부분 왼쪽 항이 더 익숙하게 느껴진다. 아마 글을 쓸 때 왼쪽 단어들이 비표준어일 것이라는 의심은 거의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 말들은 여전히 오른쪽 항만 표준어이다.
다음 예들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어느 것이 표준어인지 몰라 곤란하게 여기는 것들이다. 이 말들도 오른쪽 것만 표준어이다.
(3) -ㄴ담 → -ㄴ다면, 가치 → 개비, 가탈스럽다/까탈스럽다 → 까다롭다,
까발기다 → 까발리다, 떨구다 → 떨어뜨리다, 맛배기/맛뵈기 → 맛보기,
몇일 → 며칠, 발자욱 → 발자국, 부비다 → 비비다, 부시시 → 부스스,
소근거리다 → 소곤거리다, 여지껏 → 여태껏, 연신 → 연방,
이쁘다 → 예쁘다, 을씨년하다 → 을씨년스럽다, 주루룩 → 주르륵,
짜집기 → 짜깁기, 채이다 → 차이다, 통털어 → 통틀어,
통채로 → 통째로, 티각태각 → 티격태격 등
어떤 말들은 원래의 어형에 대한 인식이 약해져서 잘못 쓰기도 한다. 아래 말들은 그동안 그 잘못이 여러 차례 지적된 것들이다.
(4) 풍지박산 → 풍비박산, 산수갑산 → 삼수갑산, 복궐복 → 복불복,
절대절명 → 절체절명, 개발새발/개발쇠발 → 괴발개발,
개나리봇짐 → 괴나리봇짐 등
다음 예들은 군더더기 말이 덧붙거나 다른 음절이 개입하여 길어진 어형이 비표준어이다.
(5) 개이다 → 개다, 그제서야 → 그제야, 꽤나 → 꽤, 나으리 → 나리, 늘상 → 늘,
되뇌이다 → 되뇌다, 되도록이면 → 되도록, 마악 → 막, 삼가하다 → 삼가다, 설레이다 → 설레다, 진작에 → 진작, 헤매이다 → 헤매다 등
다음 예들은 사이시옷의 개입 여부 및 관형형과의 구별 등으로 혼란스러운 예들이다. 이 가운데 '건넌방'은 안방에서 대청을 건너 맞은편에 있는 방으로서 '건넛방'과 구별된다. '건넛방'은 단지 건너편에 있는 방이라는 뜻이다. '오랜만'은 '오래간만'의 준말이다.
(6) 건너방 → 건넌방, 건넌마을 → 건넛마을, 옛부터 → 예부터,
오랜동안 → 오랫동안, 오랫만 → 오랜만 등
감탄사나 의성.의태어들은 자칫 그 어형에 소홀해지기 쉬우나 이들도 엄격히 규범에 따라야 한다.
(7) 아이구 → 아이고, 아이구머니 → 아이고머니, 아이쿠 → 아이코,
애구 → 애고, 에그머니 → 에구머니, 어렵쇼 → 어럽쇼,
갤갤 → 골골, 거무틱틱 → 거무튀튀 등
맞춤법의 문제가 있는 예들도 있다.
(8) 눈꼽 → 눈곱, 눈쌀 → 눈살, 객적다 → 객쩍다, 멋적다 → 멋쩍다,
닥달하다 → 닦달하다
이상의 단어들은 잘못 쓰기 십상인 예들이다. 바른 글쓰기를 위하여 반드시 학습해 두어야 할 것이다.
3. 단어 용법의 문제
3.1. 비슷한 어형이 있을 때 그 용법을 정확히 몰라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다음은 실제 글쓰기에서 자주 틀리는 어형들이다.
(9) -ㅁ으로써:*-므로써, -든지:-던지, -ㄹ는지:*-ㄹ런지
'로써'는 '∼을 가지고/통하여'라는 의미를 가진 조사이다. 따라서 앞말이 용언이면 '-(하)ㅁ'처럼 명사형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을 이유를 나타내는 어미 '-므로'와 혼동하여 '*-므로써'라고 잘못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든지'는 '가든지 말든지'처럼 선택의 의미를 지닌 어미다. 반면에 '-던지'는 '-더-'에서 알 수 있듯이 지난 일을 회상하며 의심이나 원인을 나타내는 어미다. 추측의 의미를 나타내는 어미로 '-ㄹ는지'가 옳다. '-ㄹ런지'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은데 주의해야 한다.
이밖에 정확히 쓰지 못하는 예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10) ㄱ. 경색 정국에 대화의 물꼬를 튼 장본인이 △ 대표이다. → 주인공이
ㄴ. 인화물질 휴대 여부를 점검합니다. → 검사합니다
ㄷ. 더러움이 잘 지워집니다. → (더러운) 때가
ㄹ. 닉 프라이스도 함께 서울에 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 방안을 검토 중
ㅁ. 밀레니엄의 논의는 숫자놀이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 숫자놀음에
ㅂ. 사회 분위기 면에서 좋은 파장을 불러일으키리라 생각된다. → 반향을
ㅅ. 사이비 종교에 집착하고 있는 사람들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 생겨나고
ㅇ. 무지하고 순수한 사람들을 눈속여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 속여
ㅈ. 실업률을 늘리고 있다. → 높이고
ㅊ. 경제 위기에 닥친 우리나라는 그때부터 소비 구조가 달라지게 되었다. → 부닥친
(10ㄱ)에서 '장본인'은 보통 부정적인 의미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이 경우는 '주인공, 당사자' 정도로 고쳐 써야 한다. (10ㄹ)에서,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 표현으로, '방안을 모색/검토 중이다'로 고치거나 상황에 따라 '계획을 추진 중이다'로 고쳐야 한다. (10ㅁ)은 '숫자놀음'이 이 경우 어울리는 표현이다. (10ㅂ)에서 '파장'은 주로 부정적인 의미에 쓰이는 말이므로 적절하지 않다. (10ㅅ)에서 사람에 대하여 '발생하다'로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환자들이 발생하다'처럼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그 경우는 마치 전염병이 발생하는 것처럼 사건의 발생이라는 의미를 주로 표현한 것으로 이해된다. (10ㅊ)은 '경제 위기가 닥치다'와 혼동하여 쓴 경우이다. '부닥치다'로 고쳐야 한다.
3.2. 피사동과 관련하여 그동안 많은 지적을 받은 말들이 있다.
1) -시키다
타동사인 'X-하다'에 '하다' 대신 불필요하게 '-시키다'를 붙이는 말들이 오류로 지적되어 왔다. 수긍할 만한 지적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11) 혹사시키다, 금지시키다, 구속시키다, 동결시키다 등
(11)' ㄱ. 아내가 고생하다 → 아내를 고생시키다
ㄴ.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다 → 의사에게 환자를 치료시키다
ㄷ. 정부가 물가를 동결하다 → 정부가 물가를 동결시키다
'-시키다'는 (11 ㄱ, ㄴ)처럼 대당하는 능동 구문의 주어로 하여금 어떤 행위를 하도록 하는 사동법의 기능을 갖는다. 그런데 (11)의 예들에 대당하는 능동의 동사 '혹사하다, 금지하다, 구속하다, 동결하다' 등은 (11 ㄷ)에서 보듯 '-시키다' 구문에서 시킴의 행위를 입는 성분이 없다. 이와 같이 사동법의 기능이 없고 그 결과가 '-하다' 구문과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11)의 단어들은 '-시키다'를 오용한 예로 지적되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굴복-, 안정-, 탄생-, 출석-' 따위 (11ㄱ)류의 'X-시키다'가 결과적으로 타동사가 된 것에서 보듯 '-시키다'는 타동사를 조어하는 훌륭한 기능이 있다. 이 점에서 (11 ㄷ)의 'X-시키다'들도 사동법은 아니더라도 타동사로서 성립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는 셈이다. 최현배(1937:545-50) 이래 이 어형들이 부적격한 것으로 판정된 것은 'X-하다'가 이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의어가 자연스러운 것처럼 두 어형이 모두 있다고 해서 그 자체로 문제될 수는 없다. 물론 어휘부에는 우연한 공백(accidental gap)이 있으므로 실제로 쓰이지 않거나 매우 어색한 단어는 국어의 단어로 인정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미 대중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말들은 적격한 단어로 인정되어야 한다. 기계적으로 이를 잘못된 말로 처리하는 것은 옳지 못하며 대중들이 글을 쓰는 데 어려움만 줄 뿐이다.
더욱이 이러한 어형이 이미 개화기에도 폭넓게 쓰였던 만큼 여전히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 졸고(1998)에서는 '(법안을) 통과시키다/*통과하다, (좌중을) 진정시키다/*진정하다, (병사를) 훈련시키다/*훈련하다' 따위는 이미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였음을 보인 바 있다. 이들은 개화기에 '구 됴의 립안을 통과?고', '나라를 진뎡? ', '민병을 훈련 ' 등에서 보듯 'X-하다'의 어형이었는데 'X-시키다'에 영역을 넘겨준 것이다. 따라서 (11) 유형의 '-시키다'를 기계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여 글쓰기에서 위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과도하게 쓰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이다.
2) -되다
'-되다'도 피동형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지적 대상이 되곤 하였다. 정광(1995) 등에서 설명하듯 우리 국어에서 피동형은 일반적인 어형이 아니었다. 일본어 등의 영향으로 근대 이후에 매우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되다'가 널리 쓰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되다'는 국어의 어휘 체계에서 일반적인 것이며 위와 같은 이유로 지나치게 멀리할 필요는 없다. '누군가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왔다'와 '한밤중에 전화가 걸려왔다'가 다르듯이 '생각하다, 사용하다, 처리하다, …'뿐만 아니라 '생각되다, 사용되다, 처리되다, …'도 필요한 것이다.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였다'는 국회의 행위에 초점을 둔 것이나, 법안에 주된 관심을 두면 '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되었다'로 표현하게 된다. 따라서 문맥에 따라 적절히 '-되다'형을 쓰면 될 것이다. 다만 '-하다'로 충분한 것을 습관적으로 '-되다'로 쓰는 것은 고쳐야 할 것이다.
3) -지다
'-지다'도 '-되다'와 마찬가지이다. 문맥에 따라 적절히 선택하여 쓰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다만 다음은 피동형을 중복하여 사용하는 경우로서 오류이며 절대로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
(12) 그렇게 생각되어집니다 → 생각됩니다, 잠겨진 문 → 잠긴,
N세대라고 불리워진다 → 불린다,
이미 황폐화해져 버린 이 곳 → 황폐화되어,
잊혀졌던 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 잊혔던
'-되어지다'는 잘못이며 '되다'로 써야 옳다. '잠겨지다'는 '잠기다'가 피동형이므로 '-지다'가 불필요하다. '불리워지다'는 피동형 '부르다'에 불필요하게 '-우-'가 덧붙은 '불리우다'라는 잘못된 어형에 다시 '-지다'가 붙은 것이다. '잊혀지다'도 자주 보이는 잘못으로 '잊히다'로 충분하다.
3.3. 속격 조사 '의'가 지나치게 사용되는 점도 지적될 수 있다. 아래 (13)에서 '의'는 (13) 처럼 달리 표현될 수 있는 것들이다.
(13) 최고의 가수, 저자와의 대화, 여행에의 초대, 21세기로의 전진, 서울에서의 새로운 생활, 뉴욕으로부터의 편지 등
(13)' 최고 가수, 저자와 나누는 대화, 여행에 초대함, 21세를 향한 전진, 서울에서 하는 새로운 생활, 뉴욕으로부터/에서 온 편지 등
그러나 우리가 '의'의 이러한 사용을 모두 부정할 수는 없다. 문장의 다른 성분들을 고려할 때 (13) 처럼 표현하기 어려울 경우 (13)처럼 사용하는 때도 있을 것이다. 많은 경우 '의'의 쓰임이 어색하고 비문법적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용법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의'는 무엇보다도 용언을 쓰기 곤란한 경우 대안으로 애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의 마지막 기도회를 가졌다'는 모 저서에서 잘못된 문장으로 예시한 것인데 그 책에서는 '서울의 …, 서울에서 …'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는 매우 이상한 표현을 만들어내며, '서울에서'는 서울이든 어디에서든 더 이상 기도회가 없다는 의미가 되어 원래 뜻과 달라지는 문제가 있다.
이 문장은 '서울에서 여는/갖는 마지막 기도회를 가졌다'에서 '여는/갖는'을 생략하며 생기는 문법적 결함을 '의'로 보수한 것이다. 즉 용언 서술어가 중복적으로 나타나 문장이 어색하게 되는 점을 '의'를 사용함으로써 피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많은 경우 '항간에서의 소문은 믿을 게 없다'와 같이 불필요한 용법이라 할 수 있다. '항간의 소문 …', '항간에서 떠도는 소문 …'이 자연스러운 표현이다. '그의 애써 만든 보고서'도 '그가 애써 만든 보고서'가 국어답다. 이와 같이 '의'의 다양한 용법을 국어에 수용하더라도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하여야 할 것이며, 얼마든지 다른 표현이 가능한 경우에는 그에 따라 써야 할 것이다.
어쨌든 이상의 '-지다, -되다, 의' 등 기존의 국어에서 활발하지 않던 용법들이 국어의 질서를 혼란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른 표현이나 단어와 공존하면서 적절히 기능을 분담하는 것은 오히려 국어를 풍요롭게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면도 있다. '외래어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점이 걱정스럽다', '외래어가 지나치게 사용되는 점이 걱정스럽다', '외래어의 지나친 사용이 걱정스럽다' 세 가지 모두 쓰일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 한국어라고 생각한다.
3.4. 단어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의미에 이끌려 수식어를 잘못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14) 나보다 윗사람, 가장 적임자, 최다 득표율, 활자를 통한 문화 창조자, 프로출범 17년 통산 세번째 장거리 슈팅 골
위 예에서 '윗사람, 적임자, 득표율'은 한 단어이다. 이들은 형태적으로 분리될 수 없고, 따라서 '위, 적임, 득표'가 따로 수식을 받을 수 없다. 그런데 지금 '나보다, 가장, 최다' 등은 마치 '나보다 위인 사람, 가장 적임한 자, 최다 득표한 비율' 과 같은 잘못된 구조 분석에 바탕을 두고 쓰이고 있다.
'활자를 통한 문화 창조자' 역시 '창조자'를 의미적 해석에 기대어 '(활자를 통하여 문화를) 창조하는 자'로 인식한 것을 형태에까지 반영함으로써 잘못된 예이다. 마지막 예는 구조상 '세번째'가 '장거리 슈팅 골'을 수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의미적으로 '세번째'는 '장거리'만을 수식하는 것이므로 이는 의미와 통사 구조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잘못된 예이다. 구조 그대로만 해석한다면 '장거리 슈팅 골'이 17년 동안 세 번 나왔다는 뜻이 되고 만다.
3.5. 문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좀더 쉽고 고운 말을 골라 쓰는 것도 중요하다. 국어 순화의 문제로서 일본어를 비롯한 외래어를 지나치게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래어는 자국어에 없을 때 필요한 것이며 국어에 이미 대응하는 낱말이 있다면 자제하는 것이 좋다. 외래어는 국어와 공생하기보다는 경쟁하는 관계에 있다. 우리말은 이미 '→강'처럼 한자어에 밀려 고유어들이 사멸한 경험이 있으며 지금도 '치수→사이즈'처럼 영어에 영역을 내어주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외래어를 불필요하게 남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어려운 한자어도 글을 읽고 이해하는 속도를 더디게 한다는 점에서 좋지 않다. 대부분 글의 목적은 자기의 생각을 독자에게 전하는 것이고 좋은 글이란 쉽고 분명하게 의미를 전달하는 글이다. '경과하다→지나다'처럼 좀더 쉬운 말로 쓰는 태도가 필요하다.
4. 문장 오류의 문제
4.1. 잘못 쓴 문장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겠지만 한국인의 글쓰기에서 발견되는 전형적인 문제점들을 살펴보자.
1) 성분 누락
문장은 주어, 목적어, 서술어 등의 성분들로 구성된다. 문장의 구조상 꼭 있어야 할 성분이 누락되면 그 문장은 비문법적으로 된다. 여기에서는 대표적으로 주어, 목적어, 서술어만 살펴보자.
가) 주어의 누락
다음은 주어가 없어 잘못된 예들이다.
(15) ㄱ. 사회의 상류층 사람들은 여전히 지나친 소비와 낭비로 상대적인 빈곤감을 더욱더 느끼게 하곤 하였다.
ㄴ. 검소함이라는 것은 물건을 남용하지 않은 것이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단념해 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ㄷ. 이 집에는 치매 노인 9명이 가정적 생활을 영위하고 있으며 회색 표범 운동의 영도자 73세의 트루데 운루 할머니의 본거지다.
위 문장들은 주어가 빠져 의미 전달이 쉽게 되지 않는다. (15ㄱ)은 빈곤함을 느끼는 주어가 누구인지 나타나 있지 않다. '서민층으로 하여금' 정도가 들어가 주어가 무엇인지 나타내 주어야 한다. (15ㄴ) 역시 서술어 '사실이다'에 호응하는 주어가 없다. 그러나 이 문장은 '사실이다'라는 서술어가 불필요한 경우이므로 주어를 새로 넣을 것이 아니라 '아니라는 사실이다 → 아니다'처럼 서술어를 고치는 것이 좋다. (15ㄷ)은 상당한 비문법성을 보이는데, 결정적으로 '본거지이다'에 호응하는 주어가 없다. 그런데 그 주어 '이 집'이 문두에 부사어로 제시되어 있어 주어를 따로 넣는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아예 '이 집은 회색 표범 운동의 영도자 73세의 트루데 운루 할머니의 본거지로서 치매 노인 9명이 가정적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처럼 고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 목적어의 누락
목적어가 잘못 생략되어도 이상한 문장이 된다.
(16) 밤에는 그 곳의 학생들에게 공부도 가르쳐 주었다. 낮의 일 때문에 피곤하였지만 눈을 또렷하게 뜨고서 나를 바라보는 그들에게서 힘을 얻고 나니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 수 있었다.(이익섭 1998 재인용)
위 문장에서 '만들다'의 목적어가 없다. 글의 내용상 '그 시간을' 정도를 '하루 중' 앞이나 '만들 수' 앞에 넣어 주어야 한다.
다) 서술어의 누락
서술어를 잘못 생략하면 특히 문장이 어색해진다.
(17) ㄱ. 아버지가 병중에 있을 때 병원비, 약값 등 비용이 돌아가신 뒤에 가정 살림에 큰 부담을 주었던 것이다.
ㄴ. 냉정하게 전력을 평가해 봐도 한국이 자력으로 16강 티켓(조2위 이내)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ㄷ. 이렇게 우리가 종교에 비중을 두게 되는 것은 우리 인간은 우리가 스스로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생활해 왔다.
ㄹ. 이 산성은 자연석을 난층쌓기로 축성하였다.
(17ㄱ)은 '비용이'에 호응하는 서술어가 없다. '들어간' 정도가 '있을 때' 다음에 들어가야 한다. (17ㄴ) 역시 '16강 티켓을 획득할 가능성은'처럼 서술어가 보충되어야 한다. (17ㄷ) 역시 가장 큰 문제점은 서술어가 누락되어 있다는 것이다. 문맥에 따라 서술어가 달라지겠지만 '생활해 왔기 때문이다'처럼 적절한 서술어를 넣어 주는 것이 급하다. 다만 이 문장은 워낙 문제점이 많아 손질할 것이 많다. (17ㄹ)은 '난층쌓기'는 건축 양식을 가리키는 명사일 뿐이므로 '자연석을'에 호응하는 서술어가 없다. '난층쌓기로 쌓아' 정도로 해야 일단 문법성을 갖추게 된다.
2) 잘못된 호응
글을 쓸 때 서로 호응하는 성분들이 있는데 이들이 의미적으로 자연스럽게 어울려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를 쉽게 발견한다. 다음을 보자.
(18)ㄱ. 어릴 때의 소박한 꿈은 교단에서 강의를 하고 싶었다.
ㄴ. 춘추시대에 지었다는 황릉묘는 제갈량이 병사를 이끌고 이곳을 지나다 다 쓰러져가는 건물을 재건한 후 [黃陵廟記]를 남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
ㄷ. 나는 너무 쉽게 안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지금의 시점에서 아쉽다.
ㄹ. 시골할머니 댁에서의 며칠은 모든 일들을 돌이켜 보며 미약하나마 앞으로의 생활 전반에 대한 계획의 좋은 시간을 보냈다.(이익섭 1998 재인용)
(18ㄱ)은 서술어의 누락으로 이해할 수도 있는 것인데, '꿈'과 어울리는 서술어가 있어야 하므로 '하고 싶었다'를 '하는 것이었다'로 고쳐야 한다. (18ㄴ)은 주어인 '황릉묘'가 이름이 아니라 실체이므로 서술어는 '그 이름이 붙여진 곳'으로 수정해야 옳다. (18ㄷ)에서, '생각이 … 아쉽다'는 자연스럽게 호응하지 않는다. '아쉬운 생각이 … 든다'로 고치는 것이 좋겠다. (18ㄹ)은 두 가지 관점이 가능하다. 하나는, '시골할머니 댁에서의 며칠은'을 주어로 보고 그에 어울리는 서술어를 제대로 갖추는 것이다. 그럴 경우 '생활 전반에 대하여 계획을 세우면서 보낸 좋은 시간이었다' 정도가 무난할 것이다. 또는, '시골할머니 댁에서의 며칠은'을 부사어로 볼 수 있다. '오늘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에서 '오늘은'이 부사어인 것과 같다. 그럴 경우 '생활 전반에 대하여 계획을 세우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처럼 문장 내 어색한 부분만 약간 손질하면 될 것이다. 이러한 예들은 우리가 글을 쓸 때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아래 예들은 한국인의 글쓰기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들로서 목적어와 서술어가 제대로 호응하지 못하는 예들이다.
(19) ㄱ. 국민 여러분의 건강과 쾌적한 여행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
ㄴ. 사고원인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여 …
'밥과 술을 먹다'라는 문장은 '밥을 먹다'와 '술을 먹다'라는 두 문장이 공통의 동사를 이용하여 하나로 결합한 것이다. 그러므로 'A와 B를 V'라는 구성에서 동사 V는 목적어 A와 B에 모두 어울려야 한다. (19ㄱ)에서 '조성하다'는 '국민 여러분의 건강'과 호응하지 못하고, (19ㄴ)에서는 '마련하다'가 '사고원인 파악'과 호응하지 못한다. (19ㄱ)은 '국민 여러분의 건강을 지키고 …'로, (19ㄴ)은 '사고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와 같이 고쳐야 할 것이다.
3) 조사의 오용
한국어에서 조사의 선택은 무척 까다로운 문제 가운데 하나이다.
(20) ㄱ. 아내가 두 달 동안 출산 휴가가 끝나고 출근을 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ㄴ. 주위 사람들은 나를 아주 강하고 단단해서 모든 것을 잘 이겨나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위 예에서 (20ㄱ)은 '휴가가 (끝나고)'는 '휴가를 (끝내고)'로 고치는 것이 옳고, (20ㄴ)은 '나를'을 '내가'로 고치는 것이 자연스럽다.
가장 문제되는 것은 주격 조사의 선택이다. '이/가'와 '은/는'의 선택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잘못 쓰는 사례가 많다.
(21) ㄱ. 한여름에 우는 매미 소리는 도시에서 듣는 것과 한적한 시골에서 듣는 것은 다르다.
ㄴ. 이 記念碑는 李公의 故國에 對한 望鄕의 마음을 달래고 李公의 훌륭한 技術革新精神을 되새기며 國際親善과 文化交流의 象徵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 바이다.
ㄷ.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세상 사람들이 일류대학이라는 한국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이익섭 1998 재인용)
한국인이라면 (21ㄱ)은 '듣는 것은'을 '듣는 것이'로, (21ㄴ)은 '이 기념비는'을 '이 기념비가'로, (21ㄷ)은 '내가'를 '나는'으로 고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실제 이와 같은 잘못이 종종 나타난다. 자신이 쓴 글에서 이러한 오류를 고치기 위해서도 주격 조사의 쓰임에 대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가'는 앞말에 의미를 더하는 기능이 없는 격조사이고 '은/는'은 의미를 더하는 '보조사'라는 근본적인 차이점 외에 양자를 크게 세 가지 면에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신정보에는 '이/가'를 쓰고 구정보에는 '은/는'을 쓴다는 것이다. 즉 "누가 책을 샀니?" 하고 물으면 "철수가 책을 샀다"로 대답하고, "철수가 무엇을 샀니?" 하고 물으면 "철수는 책을 샀다"로 대답한다. 둘째, '이/가'는 다른 것들과의 비교는 염두에 두지 않는 반면에 '은/는'은 다른 것들과 비교하는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봄이 따뜻하다'라고 하면 다른 계절은 어떤지 무관하게 '봄'의 속성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봄은 따뜻하다'라고 하면 다른 계절은 그렇지 않다든가 하는 비교의 의미가 들어가 있다. 즉 다른 계절은 어떤지 확실히 알 수 없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에 비해 '봄'만큼은 어떠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다른 것을 염두에 두는, 곧 비교하는 것이고, 이 비교는 다른 것을 '배제'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다른 것을 배제하면서 비교하는 속성 때문에 '은/는'은 다른 것과 대조할 때 쓰이기도 한다. '영이는 부지런하지만, 철수는 게으르다'에서 두 주어가 서로 대조되고 있다. 셋째, '은/는'은 이러한 기능과 상관없이 이야기를 끌어내는 주제화의 기능을 하기도 한다. '철수는 언제나 옷이 깨끗하다'에서 '철수는'은 특별히 다른 것을 배제하거나 대조하는 의미 없이 '철수로 말할 것 같으면' 정도로 이야기의 주제로 제시된 것이다.
두 조사의 차이가 이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지만 기본적으로 주격 조사의 올바른 쓰임을 확인할 수 있는 진단법으로 이용할 수 있다. 화자가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의도하는 내용이 무엇인지에 따라 진단법을 적용하여 적절한 조사를 판별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위 (21ㄷ)에서 '나'는 신정보이므로 '내가'가 옳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럴 경우 주어가 미치는 영향은 '3학년 때(이다)'라는 서술어에 국한된다. 그러나 문장의 의미에 비추어볼 때 전체 문장에 영향을 미쳐야 하므로 이 경우에는 문장의 가장 상위에 올 수 있는 성분, 즉 주제어이어야 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경우는 화자가 '나'에 부여한 의미가 신정보로서가 아니라 주제화에 있으므로 그 기능에 맞는 '은/는'이 선택되어야 한다. 반면에 동화 따위의 도입부에서 '옛날에 한 임금님이 살았습니다'처럼 항상 '이/가'가 선택되는 것은 신정보로서의 의미가 부여된 때문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진단법을 다음에 적용해 보자.
(22) 군 당국은 현재 69만 여명인 전체 병력을 단계적으로 줄여 2015년경에는 40만∼50만 명 수준을 유지하는 대신 군을 첨단기술과 무기로 무장한 정보과학군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어느 신문 기사의 첫머리이다. 여기에서 '군 당국은'이 바르게 쓰였는지 진단해 보자. 먼저 이 문장에서 '군 당국'은 구정보가 아니다. 또 주제화 성분이 될 수도 없다. 예를 들어, '철수는 합격한 것으로 확인되었다'라는 문장은 '확인된 것이 철수'라는 의미가 되어 '철수'가 주제화의 성분임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철수가 합격한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확인된 것이 '철수가 합격한 사실'로서 '철수'가 주제화의 대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문제의 예문은 그 내용으로 볼 때 확인된 것이 '군 당국'이 아니라 '현재 … 계획을 세운 사실'이므로 '군 당국'이 주제화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또 '은/는'의 또 다른 기능인 비교 및 대조의 의미도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만일 '국회는 외부로터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하여 불확실한 무기의 현대화보다는 군 병력을 늘려 가기로 결의했다. 반면에, 군 당국은 …'과 같다면 '국회는'에 대한 대조의 의미로서 '군 당국은'이 적절할 것이다. 그러나 주어진 문장은 비교의 대상이 없으므로 이 진단법에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문장에서 '군 당국'은 신정보로서 별다른 의미를 더하는 것 없이 격조사만 결합하면 되는 요소이다. 따라서 '군 당국이'로 고쳐야 옳은 것이다.
4) 비문법적 서술어
한국어에서 'X-하다/되다'는 매우 일반적인 동사인데 종종 'X'만으로 동사처럼 잘못 쓰는 경우가 있다. '하다'가 생략된 경우와 달리 다음 예들은 명사일 뿐 동사가 아니므로 비문법적인 문장을 만든다.
(23) ㄱ. 집에서 쉬던 중 신문을 보다 우연히 경상북도청에서 8급 지방 공무원 채용 공고를 보게 되어 이에 응시하여 합격하게 되었다.
ㄴ. 호사가들은 언론에 노출을 꺼리던 그라프가 최근 유로카드 대회 이후 거의 매일 경기장에 나오는 등 애거시에게 다정한 '내조'를 하자 조심스럽게 임신설을 흘려 왔었다.
(23ㄱ)은 '경상북도청에서'라는 주어에 호응하도록 명사 '채용'을 동사로 고쳐 '경상북도청에서 8급 공무원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어'로 고쳐 주어야 한다. 아니면 '경상북도청의 8급 공무원 채용 공고를 보게 되어'로 고칠 수도 있다. (23ㄴ) 역시 '언론에'라는 부사어에 맞게 '노출'은 '노출되는 것을'과 같이 동사로 고쳐야 한다.
5) 부자연스러운 표현
문장이 자연스럽지 못한 느낌을 주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일반적인 전형을 벗어난 표현, 외국어투의 표현, 지나친 명사의 나열, 모호한 표현 등이 그것이다.
(24) ㄱ. 거리는 온통 어둠으로 배어 있다.
ㄴ. 교회 집사님이신 아주머니에게 아들의 낮 동안의 양육을 맡겼다.
ㄷ. 이번 인터뷰를 하는 한 시간 동안 나는 내심 표현은 안 했지만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ㄹ. 우리는 조그만 보금자리를 꾸미고 별 어려움 없이, 남들은 시부모를 모시는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던데, 신혼 생활을 시작하였다.
ㅁ. 흡연 여성을 그렇게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가벼움과 생각없음에 혀가 내둘러졌다.
ㅂ. 그에 비해 모더니즘과 전통주의의 적극적 결합 모색에 의한 미적 합리성의 개척 가능성이 크게 주어짐을 위의 모범 사례들은 시사해 주는 바 크다고 볼 수도 있겠다.
(24ㄱ)은 '어둠으로 배어 있다'는 어색한 표현이다. '어둠이 배어 있다'가 자연스럽다. (24ㄴ) 역시 '낮 동안 아들의 양육을 맡겼다'가 자연스러운 표현이다. (24ㄷ)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는 외적으로 의아함을 드러내는 경우에 쓰는 말이므로 '내심 표현은 안 했지만'과 어울리지 않는다. (24ㄹ)은 삽입절이 문제이다. 구어에서는 이와 같이 다른 내용이 삽입되더라도 어조 등에 의해 어색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글에서는 곤란하다. 아예 빼거나, '남들처럼 부모를 모시는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지도 않고, (신혼 생활을 시작하였다)'처럼 고치는 것이 좋다. (24ㅁ)은 국어답지 않고 (24ㅂ)은 지나친 명사의 나열로 어색해진 경우이다. (24ㅂ)은 문제의 부분을 '모더니즘과 전통주의의 결합을 적극적으로 모색함으로써 미적 합리성을 개척할 가능성이 크게 주어짐을 …'과 같이 고치면 훨씬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6) 비동질적 성분의 나열
문장을 병렬할 때 동질적인 성분으로 나열하여야 자연스럽다. '영이는 공부하고 철수는 건강하다'라고 하면 동사와 형용사가 대조되어 어색한 느낌을 준다. 고교생의 글에서 뽑은 다음 문장은 그러한 잘못을 잘 보여 준다.
(25) 복서의 죽음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인 다른 동물들은 사건의 정당성을 추구하는 의식이 매우 미약하고 진실을 바르게 알리지 않은 나폴레옹은 언론 등의 왜곡성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7) 과도한 내용
하나의 문장 안에 지나치게 많은 내용을 담고자 하여 부자연스러운 문장이 되기도 한다.
(26) ㄱ. 가족을 돌보면서 언제나 나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새어머니에 대한 죄송스러움은 언제나 씻을 수 있을까?
ㄴ. 예전부터 시민들은 자기가 속해 있는 나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 위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참정권을 얻기 위해 동서양을 막론하고 치열한 투쟁을 벌였다.
ㄷ. 고혈압은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흔한 병의 하나이며, 예로부터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도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 중에서도 식사와의 관계가 보다 명백하다는 것이 지적되고 있다.
위 예들은 한 문장 안에 지나치게 많은 내용을 담으려고 하다가 어색한 문장 내지 비문법적인 문장이 된 예들이다. 이러한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문장을 나누는 것이다. 문장을 짧고 간결하게 써야 한다는 이야기는 이러한 것을 경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문장들을 고쳐 보면 다음과 같다.
(26)' ㄱ. 가족을 돌보면서도 언제나 나의 마음 한구석에 새어머니에 대한 죄송스러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언제나 그 죄송스러움을 씻을 수 있을까?
ㄴ. 예전부터 시민들은 자기가 속해 있는 나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싶어 했다. 그래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참정권을 얻기 위해 동서양을 막론하고 치열한 투쟁을 벌였다.
ㄷ. 고혈압은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흔한 병의 하나이며, 예로부터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도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그 중에서도 식사와의 관계가 보다 명백하다는 것이 지적되고 있다.
5. 결 론
글을 쓸 때 주의할 것은 많다. 물론 글을 쓸 때 항상 무슨 연구를 하듯이 쓸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적당히 넘어가는 것은 더욱 안 된다. 다소 괴롭더라도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학습이 있어야 한다. 한국인의 글에서 흔히 발견되는 주요 오류를 중심으로 자신의 글을 되돌아보고 주의하는 습관을 기른다면 일정 시기 후에는 글을 바르게 쓰는 일이 괴로운 작업으로 여겨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많은 사례를 보이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이 글에서 보인 대표적인 사례를 통하여 문장의 잘못을 이해함으로써 문장력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