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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브론 ⓒ gettyimages/멀티비츠 |
투수도 MVP가 될 수 있다(저스틴 벌랜더). 그러나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면 MVP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자코비 엘스버리, 맷 켐프). 양 리그의 이번 리그 MVP 투표를 통해 드러난 결과다.
23일 발표된 내셔널리그 MVP 투표 결과에서, 라이언 브론(밀워키)은 1위표 10장과 총점 56점 차이로 맷 켐프(LA 다저스)를 제침으로써, 롤리 핑거스(1981)와 로빈 욘트(1982, 1989)에 이어 팀 역대 3번째 리그 MVP가 됐다.
내셔널리그 MVP 투표 결과
1. 라이언 브론 : 388점 (1위 20표)
2. 맷 켐프 : 332점 (1위 10표)
3. 프린스 필더 : 229점 (1위 1표)
4. 저스틴 업튼 : 214점 (1위 1표)
최고의 공격 성적을 낸 타자에게 주는 행크애런상을 수상한 켐프는 단연 올시즌 최고의 타자였다. 타율 타이틀을 얻지 못해(리그 3위) 44년 만의 트리플 크라운(1967년 칼 야스트렘스키가 마지막)이자 74년 만의 NL 첫 트리플 크라운(1937년 조 메드윅이 마지막)에 실패하고, 홈런 1개가 모자라 역대 5번째 40홈런-40도루를 아깝게 놓치는 등 개인 성적에서는 최고였지만, 자코비 엘스버리와 마찬가지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사실이 발목을 잡았다.
켐프 .324 .399 .586 .986 161G 195안타 39홈런(33D 4T) 126타점 40도루
브론 .332 .397 .597 .994 150G 187안타 33홈런(38D 6T) 111타점 33도루
WAR 순위(베이스볼 레퍼런스)
1. 맷 켐프 : 10.0
2. 라이언 브론 : 7.7
3. 조이 보토 : 6.5
4. 파블로 산도발 : 6.1
5. 트로이 툴로위츠키 : 5.8
5. 호세 레이에스 : 5.8
7. 마이크 스탠튼 : 5.7
홈 구장의 차이를 감안하면 켐프에게는 더 많은 가산점이 주어질 수도 있다. 많이 완화되긴 했지만 다저스타디움이 여전히 투수에게 유리한 구장인 반면(파크펙터 우타자 타율 97, 홈런 85) 밀워키 밀러파크는 타자에게 상당히 유리한 구장이다(우타자 타율 109, 홈런 111). 실제로 브론이 홈에서 .351 .423 .646, 원정에서 .315 .373 .553를 기록한 반면, 켐프는 홈에서 .329 .401 .580, 원정에서 .319 .397 .593를 기록, 홈구장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브론이 불리한 부분도 있었다. 켐프는 브론보다 15타점을 더 올렸는데, 이는 브론보다 더 많은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켐프는 올시즌 브론보다 87명의 주자를 더 많이 두고 타석에 임할 수 있었으며, 득점권 타석에도 24번이나 더 들어설 수 있었다.
비록 켐프에게 밀리긴 했지만 브론의 올시즌도 눈부셨다. 브론은 33홈런-33도루를 기록, 1970년 토미 하퍼(.296 31홈런 38도루)에 이어 팀 역대 2번째로 30-30 달성을 달성했으며, 팀 최초로 3할-30홈런-30도루를 만들어냈다. 100득점-100타점 역시 팀 최초의 기록.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30홈런-30도루, 100득점-100타점을 모두 달성한 타자는 브론, 켐프, 엘스버리 3명뿐이다.
또한 브론은 2007년 데뷔 후 4번째 30홈런, 4번째 100타점 시즌을 만들어냄으로써 척 클라인, 조 디마지오, 테드 윌리엄스, 랄프 카이너, 앨버트 푸홀스, 마크 테세이라에 이어 데뷔 후 첫 5시즌에서 4번의 30홈런과 100타점을 달성한 역대 7번째 선수가 됐다. 2007년 심각한 수비 문제 때문에 첫 두 달을 놓친 것(34홈런 97타점)과 지난해 잔부상에 시달리며 30홈런에 실패한 것(25홈런 103타점)만 아니었다면, 브론은 푸홀스에 이어 데뷔 후 5년 연속 30홈런-100타점을 달성한 역대 2번째 선수가 될 수도 있었다.
가장 아쉬운 것은 팀 최초의 타격왕을 아깝게 놓친 것이었다.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브론은 .335(559타수 187안타)를 기록, 타격 1위 호세 레이에스(.336 536타수 180안타)를 1리 차이로 쫓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에스가 마지막 경기 첫 타석에서 번트 안타를 성공시킨 후 경기에서 빠지고, 이 소식을 들은 브론이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면서 레이에스가 메츠 역사상 첫번째 타격왕이 됐다(메츠 1962년, 밀워키 1969년 창단). 한편 텍사스 C J 윌슨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레이에스가 비겁했다고 비난했고, 메츠 팬들은 윌슨에게 '포스트시즌에서 망하라'라는 저주를 내렸다. 그리고 윌슨은 포스트시즌에서 크게 부진했다.
1위 - OPS(.994) 장타율(.597) 장타(77)
2위 - 타율(.332) 총루타(336) 득점(109)
3위 - 득점권 타율(.351)
4위 - 타점(111) 2루타(38)
5위 - 안타(187) 출루율(397)
6위 - 홈런 (33)
7위 - 도루(33)
브론이 돋보이는 것은 정확성과 장타력의 완벽한 조화. 데뷔 후 연평균 32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브론은 홈런왕과는 거리가 있는 선수이지만 많은 2루타수, 통산 .312라는 고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덕분에 항상 리그 정상급의 장타율을 유지한다. 이에 2007년에는 .634를 기록함으로써 메이저리그 신인 신기록을 세웠으며, 올해도 .597로 리그 1위에 올랐다. 브론이 기록 중인 .563의 통산 장타율은 1000타석 이상 출장한 현역 선수 중 앨버트 푸홀스(.617)와 알렉스 로드리게스(.567) 다음으로 높다. 메이저리그는 2006년 이후 투고타저가 진행 중이다.
브론은 최악의 3루수에서 준수한 좌익수로의 변신에도 성공했다. 2007년 브론은 스프링캠프에서 팀 최고의 활약을 하고도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형편없는 3루수 수비력 때문이었다. 브론은 마이너에서 수비 집중 훈련을 받고 올라왔지만, 메이저리그 112경기에서 26개의 실책을 범해 수비율 .895를 기록했다. 누구보다도 답답했던 브론은 요가를 배우는 등 온갖 노력을 했지만 수비력이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2008년 밀워키는 브론을 좌익수로 전환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이는 대성공을 이뤘다. 올해 브론은 단 1개의 실책을 범함으로써 리그 외야수 중 수비율 3위(.996), 메이저리그 좌익수 중 전체 1위에 올랐다. 앞으로 떨어지는 타구에 특히 강점을 가지고 있는 브론은 세이버메트리션들의 투표에서 ML 좌익수 10위에 오르기도 했다(켐프는 중견수 15위 내 진입 실패).
올시즌에 올인을 했던 밀워키는 비록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에 패해 1982년 이후 처음이자 통산 2번째 월드시리즈 진출이 무산됐다. 그러나 브론은 포스트시즌에서도 밀워키 최고의 선수였다. 브론은 9경기 연속 1회 출루라는 포스트시즌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브론 : .405 .468 .714 / 11경기 42타수17안타 2홈런(2루타7) 10타점
필더 : .237 .370 .579 / 11경기 38타수9안타 3홈런(2루타4) 6타점
더 이상 같이 볼 수 없는 브론과 필더 ⓒ gettyimages/멀티비츠 |
밀워키도 브론에게 제대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 막 2년차 시즌이 시작됐던 2008년 5월, 밀워키와 브론은 8년간 4500만달러 계약에 합의했는데, 이는 밀워키에게도 큰 모험이었지만, 브론으로서도 더 큰 부를 포기한 결단이었다. 이 계약에 따르면 브론은 7년차에 850만달러, 8년차에 1000만달러, 9년차에 1200만달러라는, 최고 수준의 타자로서는 대단히 낮은 연봉을 받는다. 이후 프린스 필더(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연봉 협상에서 한치의 물러섬도 보이지 않자, 밀워키는 보란 듯이 브론과 5년간 1억500만달러의 추가 연장 계약을 맺어 버렸다. 이에 브론과 밀워키는 1억5000만달러짜리 13년 계약을 맺은 셈이 됐다. 7년차 이후만 따지면 8년간 1억3500만달러 계약이다.
팀과 장기 계약에 실패한 필더와 추가 계약까지 맺은 브론. 둘의 사이는 당연히 좋지 못해야 했다. 그러나 둘은 서로 한 번도 얼굴을 붉히지 않았으며 오히려 끈끈한 사이를 유지했다. 이를 위해 브론은 필더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모든 면에서 필더를 배려하고 자신의 위치를 뽐내지 않았다.
필더와의 이별을 통해 브론은 이제 확실한 밀워키의 간판 선수가 됐다. 올해 브론은 4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됐는데, 593만표를 얻어 내셔널리그 최다 득표자가 됐다. 팬 투표를 통해 4차례 선정된 것도 팀 최초다. 이쯤되면 제2의 로빈 욘트를 향해 완벽한 스타트를 끊은 셈이다.
한편 이스라엘은 2013년 WBC 참가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 이에 얼마전에는 현역에서 은퇴한 숀 그린, 브래드 아스무스, 게이브 케플러를 만나 팀 합류를 제안했고 이들은 수락했다(선수로 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만약 출전하게 된다면, 이스라엘 팀의 최고 선수는 '헤브루 파워'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브론이 될 것이다. 브론 외에도 케빈 유킬리스, 이안 킨슬러, 아이크 데이비스, 샘 풀드, 제이슨 마퀴, 스캇 펠드먼 등 만만치 않은 전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