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18일 오전. 현대자동차는 국내 자동차 업계로는 최초로 연간 100만 대를 수출하는 새로운 기록을 수립했다. 100만 번째로 수출된 차량은 「싼타페」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부두에서 선적됐다.
1976년 2월 한국 최초의 固有 모델인 「포니」를 생산·출고했던 현대는 그 해 7월 에콰도르에 포니 5대를 첫 수출한 뒤 처음으로 100만 대를 돌파한 것이다. 1976년 현대는 1019대의 포니를 수출해 257만 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그 후 28년. 산업자원부가 지난 2월 내놓은 수출입 실적 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산업의 수출액은 190억 달러(22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전체 수출액 중 9.8%를 차지했다. 이는 2002년보다 28.7% 증가한 것으로 255만6786대를 수출했다. 가장 큰 특징은 1대당 수출가격이 9069달러에서 9551달러로 5.3% 늘었다는 점이다. 올해 수출액은 약 210억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기아·GM대우·쌍용·르노삼성 등 국내 자동차 5개社가 지난해 판매한 자동차 대수는 내수 130만9995대와 수출을 합쳐 총 386만6781대. 이는 2002년에 비해 9.6% 증가한 것이다.
올 들어 지난 2월 한 달 자동차는 20억1000만 달러(2조4000만원)를 수출, 지난 1월의 14억8000만 달러를 가볍게 넘어서면서 60.5%나 신장, 사상 최대 액수를 기록했다. 지역적으로 보면 미국 시장에서 44.4%, 유럽 55.2%, 중국 36.3%의 신장세를 나타낸 것이다.
자동차 산업은 더 큰 의미도 지니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이제 「한국의 상징」이라는 점이다. 세계 웬만한 도시를 달리는 한국産 차는 바로 한국의 이미지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세계 수많은 국가 중 자동차 고유 모델을 생산해 낸 나라는 10개국에 불과하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중국·홍콩·싱가포르·인도에도 고유 모델은 없다. 조립이나 합작생산일 뿐이다. 포니에서 시작된 자동차는 바로 한국의 「프라이드」이기도 하다.
이제 한국 자동차 산업은 포니 이후 미국·일본 자동차 업체와 경쟁할 만큼 큰 발전을 이뤘다. 이제 한국은 세계 제6위 자동차 생산국(2002년 기준)이고, 국내 최대 업체인 현대자동차 그룹은 세계 8위 자동차 생산 업체로 성장했다. 한국은 엔진을 포함한 자동차 부품을 95% 이상 국산화한 몇 안 되는 나라 중의 하나로, 국산 固有차종을 개발한 지 불과 20년 만인 1996년 「1가구 1차량 시대」를 연 신흥 자동차 强國이다.
우리 자동차 산업은 수출과 경제성장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국가 核心산업이다. 1990년대 이후 경제성장을 주도해 온 한국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 생산 및 부가가치액의 9.4%, 총 고용의 7.0%(148만 명), 특히 국가 세수의 17.1%인 21조원이 자동차 관련 세금을 점하고 있어 국가 財源조달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현대 155만, 기아 92만, 대우 73만대 수출
국내 메이커의 올해 수출 목표는 총 323만6000대로, 이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255만6786대보다 26.6%나 증가한 것이다. 국내 메이커들은 1995년 연간 수출 100만 대를 돌파한 지 8년 만인 지난해 200만 대 고지에 오른 데 이어 1년 만에 300만 대의 벽을 뛰어넘게 됐다.
현대는 올해 완성차 105만 대와 해외생산分 38만1000대, 현지 半제품 조립(KD) 12만3000대 등 총 155만여 대를 수출할 예정이다. 기아는 완성차와 해외생산 74만6000대와 KD 17만6000대 등 총 92만2000대 수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 현대와 기아차의 이 같은 사업계획은 지난해 대비 각각 16.5%와 21.5%가 늘어난 수치이다.
GM대우도 올해 수출 목표를 완성차 45만 대, KD 28만 대 등 총 73만 대로 지난해보다 64.6%나 상향 조정했으며, 쌍용과 르노삼성도 각각 2만4000대와 2000대씩을 수출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지난해보다 12.3% 증가한 31조1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올해 자동차 판매 목표는 지난해보다 13.6% 증가한 214만5000대로 정했다. 현대차는 올해 연구개발(R&D 분야) 투자에 1조4130억원, 경상투자에 4770억원 등 모두 1조 89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기아는 지난해 89만 대를 생산한 데 이어 올해는 내수 41만 대, 수출 68만 대 등 109만 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기아는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23.1% 증가한 15조8061억원으로 잡았다.
대우자동차 판매도 올해 내수 판매 목표를 총 21만2450대로 확정했다.
쌍용자동차는 올해 18만4000대를 판매, 총 4조3000억원의 매출이 목표다. 판매대수는 작년대비 26%가 늘어난 것이며, 매출액은 34% 늘어난 것이다. 쌍용차는 올해 제3세대 디젤엔진(직접 분사식 커먼레일 엔진)을 장착한 9~11인승 미니밴 「로디우스(A100)」를 출시, 생산량이 적어도 20% 이상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싼 가격에 좋은 품질
지난해 각社가 밝힌 성적표를 보자.
현대는 지난해 매출 24조9673억원, 영업이익 2조2357억원, 경상이익 2조3474억원, 당기순이익 1조7494억원으로 創社 이래 최대 경영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현대차 「EF 쏘나타」로 9만2143대가 팔렸다.
기아차도 지난해 매출 12조8399억원, 영업이익 8124억원, 경상이익 8536억원,당기순이익 705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이다. 기아차 판매팀의 분석은 『대당 평균 가격은 내수가 2002년 1360만원에서 지난해 1510만원으로 올랐고, 수출 차량의 평균 단가도 2002년 9900달러에서 지난해 1만1200달러로 크게 상승했다』고 한다.
쌍용은 지난해 매출 3조2814억원, 영업이익 2895억원, 경상이익 3552억원, 당기순이익 589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고급 차종인 「뉴체어맨」과 「뉴렉스턴」의 판매증가를 흑자 요인으로 분석했다. 특히 「렉스턴」과 「코란도」, 「무쏘」가 국내 스포츠 유틸리티 비클(SUV)이 시장 점유율 1위(39.4%)를 유지한 것과, SUV 수출이 전년대비 48.5% 증가한 것이 고무적인 소식이었다.
지난해 도쿄 모터쇼에서 만난 GM대우의 닉 라일리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 자동차는 국제 경쟁력이 있다. 이 세계 어디에서도 현대·기아차처럼 싼 가격에 품질이 좋은 자동차를 만들 수 없다. 한국 자동차는 가격대비 품질, 가격대 성능 면에서 충분히 미국·일본 자동차와 경쟁할 수 있다』
한국은 準중형차 특히 「아반떼 XD」 부문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일본 도요타의 「카롤라」나 혼다의 「시빅」, 닛산의 「블루버드」 같은 경쟁 차종들은 아반떼와 성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총체적인 경쟁력은 「아반떼 XD」가 더 뛰어나다.
현대차 남양연구소에는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해외 경쟁회사들의 고위 임원들이 수시로 방문한다. 이들은 「아시아의 작은 자동차 회사가 만드는 제품이 별거 있겠는가」라는 표정으로 연구소에 들어서지만 현대가 만든 「아반떼 XD」를 보고 두 번 감탄사를 보낸다고 한다.
먼저 주행시험장에서 차를 타 본 직후 『이렇게 성능이 우수한 차를 현대가 만들었다니 놀랍다』는 반응을 나타낸다. 이어 가격이 1000만원대라는 것을 듣고 『어떻게 그처럼 저렴한 가격에 이런 차를 생산할 수 있느냐』며 입을 다물 줄 모른다고 한다.
세계 자동차 회사들은, 배기량 1.5~2.0ℓ급 중소형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성능 대비 가격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아반떼 XD」에는 크루즈 컨트롤(定速주행장치), 가죽 시트, 파워윈도, 듀얼 에어백, 에어컨 등 해외에서는 고급 승용차에만 들어가는 편의·안전장치가 기본으로 장착된다. 반면 가격(미국시장 기준)은 1만2899~1만5249달러(1548만~1829만원)로 폭스바겐의 「제타」, 도요타의 「카롤라」, 닷지의 「네온」 등 해외 경쟁차종에 비해 최고 500만원 이상 낮은 편이다.
자존심 강한 다임러크라이슬러가 현대차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이유도 중소형차를 만드는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한국産 자동차가 국제 경쟁력을 가진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한국 자동차를 一流 수준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여전히 현대·기아차는 세계 시장에서 「값싼」 자동차로 취급받는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GM, 포드, 도요타, 혼다, 닛산과 같은 세계 시장에 내세울 만한 브랜드도 없다. 한국은 300만 대가 넘는 자동차를 생산하면서 양적인 성장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차를 믿고 탈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시장 판매대수가 40만221대를 기록, 2002년(37만5119대)보다 6.7% 증가했다. 현대가 미국에 진출한 지 17년 만이다. 美 국내 판매 순위는 7위. 빅 3(GM·포드·크라이슬러)를 제외하고, 도요타와 혼다·닛산만이 현대차보다 미국에서 많이 팔았다. 독일 폭스바겐을 제친 게 의미가 있다. 기아차도 지난해 23만7471대를 판매해 1994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10년 연속 판매 신기록을 이어갔다.
미국 시장 판매량이 중요한 것은 단일 시장으로 세계 최대일 뿐만 아니라, 全세계 有名 자동차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도요타가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로 도약한 것도 1980년대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이 밑바탕이 됐다.
10년·10만 마일 공짜 수리 보증
현대차가 미국에서 성공한 동력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현대·기아차 품질 수준이 상당 부분 개선됐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10년, 10만 마일 무상수리 보증」제도의 성공이다.
1980년대 미국 시장에 처음 데뷔했던 「엑셀」은 大실패를 거뒀다. 한 해 10만 대 이상 판매하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잦은 고장으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나쁜 이미지만 심어 주고 물러서야 했다. 엑셀의 실패는 그 후 상당 기간 현대차의 미국 진출에 부담이 됐다. 여기다 캐나다에 건설한 브루몽 공장이 판매 부진으로 문을 닫은 것도 미국 소비자에게 「현대차는 싸고 고장이 잘 나는 차」라는 인식을 남겨 주었다. 현대차는 그 후 「쏘나타 3」을 수출했지만, 실적은 별로였다. 지지부진하던 미국 수출의 轉機(전기)를 바로 1998년 「EF쏘나타」가 마련했다.
이 차는 해외 시장에서 처음으로 『한국차의 성능이 일본차 수준으로 뛰어올랐다』는 평가를 받게 한 차종이다. 당시 현대차 남양연구소장을 맡아 「EF 쏘나타」의 개발을 주도한 현대·기아차 연구개발 총괄 金相權(58) 사장의 회고를 들어보자.
『1990년대 중반까지 미국 소비자들은 현대차가 경쟁 차종인 일본 도요타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고 불만이 많았다. 품질을 개선하지 않고는 절대로 수출을 늘릴 수 없다고 판단하고, 당시 개발진들과 연구소에서 먹고 자며 죽기살기로 매달렸다』
金사장은 「EF 쏘나타」 개발에 앞서 국내외 소비자 조사를 통해 당시 현대차의 품질문제 20가지를 찾아냈다. 그리고 20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EF 쏘나타」를 생산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현대차는 시속 100km만 넘으면 운전석 창 틈에서 바람 소리가 났다. 반면 경쟁 차종인 일본 도요타의 「캠리」는 바람 소리가 나지 않았다. 남양연구소의 박사급 연구진들이 수개월에 걸쳐 원인을 분석한 결과, 국산차는 시속 150km로 달릴 때 바람이 차체를 지나가면서 생기는 압력 때문에 윈도 프레임(창틀)이 3mm나 벌어져 바람 소리가 나는 반면, 도요타 「캠리」는 1.4mm 정도밖에 벌어지지 않아 바람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창틀의 강도가 약한 것이 바람 소리의 원인이었다. 이를 보강하자 바람 소리가 없어졌다. 연구진은 바람 소리 등 현대차의 품질문제 20가지를 개선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EF 쏘나타」는 미국에서 실시된 블라인드 테스트(차종을 알 수 없도록 한 상태에서 실시하는 시험)에서 「캠리」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품질에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은 현대차는 「10년, 10만 마일 無償수리 보증」이라는 마케팅 전략을 도입, 미국 시장 판매확대의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한다. 2000년 1월, 美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北美 국제 모터쇼」의 현대자동차 전시관에는 유난히 많은 관람객들이 몰렸다. 현대차가 전시관 상단에 큼지막하게 내건 「10년, 10만 마일 무상수리 보증」이라는 현수막 때문이었다.
관람객들은 『정말 10년, 10만 마일 운행기간에 무료로 수리를 해 주느냐』부터 『현대차가 10년을 타도 버틸 정도로 성능이 좋아진 거냐』 아니면 『돈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냐』, 『이거 소비자를 상대로 한 詐欺 아니냐. 정말 믿어도 좋으냐』 등 질문을 쏟아냈다.
전시장에 나온 현대차 美 판매법인(HMA) 직원들은 이들의 의심을 해소해 주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여러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10년,10만 마일 무상수리 보증」 마케팅 전략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突風을 일으켰다.
현지 생산으로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 「10년, 10만 마일 무상수리 보증」을 도입한 것은 1998년 하반기 무렵이었다. 현대차는 1999년 한 해 동안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자 2000년부터는 대대적인 광고를 시작했다. 2000년 7월부터 계열사인 기아도 미국 수출 차량에 대해 「10년, 10만 마일 무상수리 보증」을 도입했다.
이 전략은 일단 큰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 판매대수는 1998년까지만 해도 9만1217대에 불과했으나 1999년 16만4190대, 2000년 24만4391대, 2001년 34만7287대, 2002년 37만5119대, 2003년 40만221대로 크게 증가했다. 기아차 판매물량까지 합하면 2003년 한 해 동안 모두 57만1008대를 미국 시장에서 판매했다.
「뉴욕 타임스」 등 美 언론들이 잇따라 자동차 특집면을 통해 현대차의 성공을 대서특필했고, 자동차 전문 평가 기관들은 『현대차의 성능과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鄭夢九 회장은 2001년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올랐고, 美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위크」 아시아版의 표지인물로 등장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10년, 10만 마일 무상수리 보증」에 대해, 『현대차가 고급 차종 개발보다 판매확대에만 주력한다면 일시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환영받을 수는 있어도 영원히 「싸구려 차」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현대자동차 金東晉 부회장은 『이 보증 제도는 기본적으로 처음 차를 산 소비자에게만 적용되고, 엔진과 트랜스미션이 보상 대상』이라며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자동차 수출이 증가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해외 현지공장 설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수출 대수가 60만 대에 넘어서면서 한국에서 만든 차를 배로 수송해 미국에 판매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韓美 간 자동차 통상전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앨라배마州 몽고메리에 쏘나타와 싼타페 현지공장을 짓고 있다. 중국에는 北京 현대자동차와 둥펑위에다 기아자동차 등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 국내에서 판매 중인 자동차 모델을 중국 시장에 맞게 변형해 생산하고 있다. 기아차는 유럽 공장을 설립키로 결정하고 현재 폴란드와 슬로바키아 등 공장 후보지역에 대한 실사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는 러시아와 브라질에도 현지생산을 추진한다. 수출확대와 해외 현지생산에 맞춰 차량 개발과 디자인도 현지화하고 있다.
해외 공장은 꾸준한 수요가 없으면 실패하기 쉽다. 예컨대 현대차 터키 공장은 현지 불황으로 가동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공장 가동 때까지는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지만 건설기간 중 매출이 없다는 것도 큰 약점으로, 자금難에 시달릴 수 있다. 그동안 기아나 대우자동차가 모두 공격적으로 공장을 확대하다가 결국 무너졌다.
현대, 세계 5위 목표-生産性과 品質이 문제
현대차는 이제 세계 5위 자동차 회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현대차의 전반적인 생산성과 품질수준은 세계 5위를 넘보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품질 조사기관인 JD파워가 2003년 미국 시장에서 판매 중인 36개 자동차 브랜드를 대상으로 「차량 100대를 출고한 후 90일간 보고되는 결함수(초기 품질지수·IQS)」를 조사한 결과 현대차는 143건으로 23위를 기록했다. 기아차는 168건으로 34위를 기록, 바닥권에 머물렀다<표 1 참조>. 조사대상 업체의 평균치 133건에 비하면 결함수가 상당히 많은 셈이다. 이는 렉서스·인피니티·아큐라 등 일본 자동차들이 1위와 3·4위를 차지한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여 준다.
자동차 회사의 경쟁력을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1대당 매출액과 순이익이다<표2 참조>. 먼저 현대·기아차의 대당 매출액은 해외 경쟁업체에 비해 낮은 편이다. 현대는 2002년에 171만9000대를 판매해 26조3369억원의 매출액을 거둬, 대당 1532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기아차는 대당 매출액이 1358만원이었다.
자동차 1대를 팔아 얻는 순이익의 경우 2002년 현대차는 총 1조165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대당 84만원의 판매 순이익을 거뒀다. 기아차는 대당 62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현대·기아차의 대당 순이익은 高부가가치 차량을 생산하는 독일 BMW·다임러크라이슬러, 일본 도요타·닛산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美 조사기관 「하버 리포트」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대당 제조시간은 일본은 물론 미국 빅3에 비해서는 뒤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표3 참조>. 2002년 기준 현대차의 1대당 제조시간은 31.7시간, 기아차는 39.7시간으로, 다른 외국 경쟁사와 비해 오래 걸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97년 실질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국내 전체의 실질임금은 2000년 97.4, 2001년 98.1로 줄어든 반면, 현대차 직원들의 실질임금은 2000년 121.4, 2001년 131.7로 늘어났다. 2000년 기준으로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현대차의 인건비 비중은 11.5%인 데 비해, 도요타 8.7%, 혼다 10.6%, 닛산 9.5%였다.
해마다 반복되는 파업도 위험요소로 꼽힌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 기간 중 46일에 걸쳐 부분파업을 벌여, 국내 최강 노조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기아차 노조도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15일간 부분파업을 실시했다.
美 「빅3」와 日 도요타 無분규 지속
현대차 勞組는 지난 10년간 1994년과 1997년 단 2년을 빼면 매년 임단협 때마다 부분 또는 전면 파업을 했다. 임단협 교섭기간도 1994년에만 15일을 기록했을 뿐, 보통 40일을 넘겼고, 최고 180일 동안 끌었던 경우도 있다. 교섭횟수도 지난해 18차례에 걸쳐 교섭을 벌이는 등 10차례 이상이 기본이었다. 이는 미국 빅3 자동차 회사가 1998년 이후 5년째 無분규를 지속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 도요타는 2002년에 9446억 엔(약 10조원)의 사상 최대 純利益을 냈지만 勞組가 나서 지난해 기본급 인상을 동결하고, 이익의 7%를 성과급으로 받는 것에 합의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 2만 개는 자동차의 생명이다. 자동차를 잘 만든다고 해도 부품이 좋지 않으면 자주 고장이 날 수 밖에 없다.
이 점에서 르노삼성이 만든 「SM 5」는 연구가치가 있다. 똑같은 한국産 부품을 사용하지만 3년 넘게 차를 타도 고장이 확실히 적다. 즉 한국産 부품의 문제가 아니라 처음 부품을 설계할 때, 그리고 이 부품을 어떻게 조립하느냐에 따라 품질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한국 자동차의 초기 품질은 훌륭하지만 4년 후 급격히 품질이 떨어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부품의 품질을 올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부품 업체들이 품질을 개발하고, 불량률을 줄이도록 끊임없이 투자할 수 있도록 기운을 북돋워 주어야 한다.
소재 산업의 육성도 필요하다. 고무나 유리·철강 제품 등 1차 소재가 나쁘면 「죽었다 깨어나도」 세계 최고급 자동차를 만들 수 없다. 세계 최고의 페인트 없이는 처음 색상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없고, 좋은 가죽이 없으면 훌륭한 시트 커버가 나올 수 없다.
우리 자동차 산업의 長期과제 중 하나는, 만약 韓日 간 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되면 한국에 수입되는 일본 자동차 가격이 낮아져서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의 자동차 수입 관세는 8%, 일본은 0%이다. 따라서 관세가 없어지면 일본차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우리 시장이 크게 잠식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10년 뒤를 내다본 미래형 자동차의 개발과 보급도 관심거리다. 하이브리드 카와 연료전지 자동차 등 「親환경」 자동차와 관련된 핵심기술의 확보가 生存의 관건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