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님이편지7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의 얽힘으로 보자면 한량없이 긴 세월이었겠지요?
저와 선생님과의 만남도 말입니다.
뇌성병력이 일어남도 일순이요 , 있고 없음의 차이도 일순에 일어나고 그 일순들은 곧 영겁으로 맞걸리는 세월이라 하던가요.
망망대해에서 먼 간격으로 지나쳐 손 흔드는 것도 ,굽이를 돌아가는 여인의 치맛자락을 만나는 것도 3천년의 인연이라 합니다.
그 일순의 만남이 있기까지 전생천년 현생천년 후생천년 바쳐지는 것이라니....
전 얼마나 고운 인연으로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을까?......
제자와 스승의 인연은 형언키 어려운 곱디고운 인연이라 생각됩니다.
전 86년 11월 14일 금요일 1시 강화에서 결혼을 했습니다.
그때나이 26세
오남매의 장남인 남편은 강화에 사시는 큰언니와 저의 시어머니 소개로 만나게 되었죠.
허나 9남매의 장남 큰며느리 노릇을 해야 하는 형편이었어요.
시큰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4남매를 맡기고 가신 이후 어머님께선 시아버지의 버스기사월급으로 결국 9남매를 거두었다 합니다.
그래서 전 큰어머니의 큰아들인 저에겐 사촌시동생이고 남편과는 나이는 같고 생일이 조금늦은 동생과 합동결혼을 했답니다.
결혼은 영광 오빠의 반대로 1년을 미루다 한 것이었지만 역시 반대하며 엄마와 시골 작은언니 말고는 아무도 영광에선 오지 않았죠.
그때 강씨 집안에서 사촌오빠들이 나서서 예단이며 간단한 것들을 챙겨 친척구실을 해 주었어요.
전 영광에 모두 송금하고 살던 때라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고 오빤 형편이 어렵다 하여 내년후년 미루며 그렇게 서운케는 보낼 수 없으니 기다려 달라 하더군요.
시댁에선 그냥 식만 올려주면 되지 뭐 그리 그냥 안된다하냐?
하여 양가의 의견대립이 생기고 시댁에선 더 미루지 못 한다 강행한 결혼식....
전 나만 잘하고 또 잘하면 되지...
하는 마음 뿐으로 생활했지만 1년 동거후 결혼을 남의 일처럼 객관적으로 보며 나에게 그냥 없던 걸로 하고 도망가라고 말하고 싶은 결혼식이었어요.
지금생각해도 짜증나내요.
그후 영광집에도 수년동안 가질않았죠.
명절이면 가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9남매와 시부모와 종가일을 다 하시는 시댁은 식사때가 되면 교잣상을 3개나 펴도 모자라 여자들은 늘 남자들이 먹고 난 다음 식사를 했죠.
그러다 임신인 줄 알았던 나에게 '포상기태'라는 처음 들어보는 이상한 질병으로 판명받고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받았어요.
자주 서울로 병원을 다녀야 하고 남편의 직장도 서울이지만 맏며느리와 함께 살고 싶은 꿈을 여기서 접어주시고 저희는 강화에서 남편회사가 가까운 독산동으로 이사를 했어요.
그후 1년이상 임신을 해서는 안 된다했던 것인데 다시 그 전과 같은 증상인가 했더니 이번엔 제대로 된 임신이라곤 했으나 세심하게 관찰 신경써야 한다는 각별한 병원지시 아래 88년 1월10일 첫아이를 신촌 연대세브란스병원에서 낳았죠.
늘 조마조마하던 나에게 주치의께서 아기를 받아놓고 한말이 지금도 기쁘게 웃게해요.
아! 아이가 얼마나 튼튼하고 잘 생겼는지 내년에 학교보내도 되겠어요! 걱정 많이 하셨죠?
그때 휑한 뱃속의 허전함과 산고의 고통과 득남의 희열의 눈물이 나더군요.
아이를 키우며 저희 따라 서울로 취직해서 나온 시누이 시동생과 같이 살며 부대끼며 살다가 남편이 처음 삼보에서 나온 컴퓨터 XT를 할부로 샀어요.
그땐 코카콜라가 두산그룹이였고 삼보역시 계열 속에 있는 회사였으로 직원들 한테 판매하는 기회였는데 그때도 120만원이었어요.지금과 맞먹는 가격 !
그 바보상자가....
하드디스크도 내장돼 있지않아 5.25플로피 디스켓(부팅용)넣고 부팅하고 응용프로그램도 ....
그리 맹한 컴퓨터를 그나마 쓰지 못하고 잘 모셔놓기를 삼년 ....
할부금은 끝나고 컴퓨터는 그냥 무용지물로 버려지는 시대에 그래도 접하기는 빨리 접한거죠
도스를 조금씩 알게 되고 한글1.5버전을 접하며 수검용 2.1버전으로 워드 프로세서 3급시험을 봤어요.
이론은 그냥책을사서 보고 합격하고 멍텅구리 컴퓨터로 타자연습을 하기가 쉽지 않아 집 가까운 학원에 새벽에 일어나 타자연습 좀 하자고 갔더니 컴퓨터 시험이 무슨 운전 면허 같은 줄 아냐고 하데요,
그런데 운전면허는 모르고 컴퓨터는 좀 안다고 해서 아침에 한 시간씩 타자 연습을 하고 직장에 나가고 ....
학원 선생님께서 기특하게 여겨 286한대를 주더군요 연습하라고 학원에 컴퓨터 바꾸는 중이라고...
그래서 컴퓨터의 우리나라의 전래 역사처럼 저도 XT-AT-386-486-586----
다 거치게 되었네요.
결국 내손으로 컴퓨터를 산 것은 6년전 586을 한대 산 것인데 계속 업그래이드 해서 씁니다.
특별히 직업삼아 하는 일 없으니까.쓸만해요.
컴퓨터 얘긴지 시집살이 얘긴지 모르겠네요 그죠?
시어머님이나 친정어머님이나 여인들의 처절한 삶의 이야기도 소설을 써야 될 거예요.
다 하자면 길고 전 시대적 차이도 있지만 아무것도 아니다 그 말입니다.
지성미 넘치는 현숙한 귀부인처럼 보였다니 참으로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선생님께서 어여삐 여기시는 마음에서 그리 보였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가끔 저더러 부자 집 귀부인 같다거나 인상이 좋다거나 부자 집에서 손에 물도 적시지 않고 살았는 줄 알았다는 말을 합니다.
확실히 그렇게 보여지는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내면을 안 보이게 위장된 것인도....
전 선생님도 엘리트 코스로만 귀공자처럼 살아오신 줄 알았습니다.
전 귀부인도 부자도 아니지만 다만 열실히 살뿐이고 착히 살려고 노력하고 추호도 부끄럽 없게 살고자 할 뿐입니다만 가끔씩 세상의 유혹을 받기도 합니다.
메일로 그간의 삶을 일부나마 전달해서 그나마 만남이 자연스러웠을 것 같기도 하네요.
전 아마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잘 지내노라고만 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큰 폐라뇨?
선생님께서는 늘 무상으로 사랑을 주셨습니다.
어느 시인의 시귀처럼
빗물같은 정을 주십니다.
비는 뿌린 후에 거두지 않음이니
나도 스스로운 사랑으로 주고 달라진 않으리라.
아무것도....
무상으로 주는 정의 자욱마다에는 무슨 꽃이 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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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해 드린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제가 물질적으로 드린 건 계란 한줄 뿐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았던가요?
한없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이번에 3단계 한자쓰기를 어제 받았습니다.
한자 부수정리가 그렇게 알기 쉽게 정리 된 것은 아직 못 봤어요.
정말 대단히 감사하고 경의를 표합니다.
옛 스승님이자 현 스승님이십니다.
그전엔 저의 주변사람들이 저를 보면 게으름 피우다가도 벌떡 일어난다고 했는데 지금은
저도 늘어져 지내는게 익숙해져가고 있던 참인데 다시 선생님으로 인해 정신 차렷! 합니다.
습관이 중요하지요.
아 다시 읽어보고 오타라도 수정해서 보내야 하는데 그냥 보낸 적이 많아요.
오타가 있더래도 감이 가는대로 읽어주세요.
강 정 님 드림
k y s 답신
잊혀지지 않는 제장에게!
남북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눈시울이 뜨겁다 못해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못할 때가 많았다. 뻔히 짐작할 일인데도 그렇게 감동을받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분들은 그런 장면을 연습도안 했을 것이고, 어떤 누구의 탈렌트 모습을 흉내내는것도 아니건만 그렇게 진한 감동을 자아내게 하고 있는 그요소(비결)는 무엇일까? 그건 한마디로 너무 너무 진솔한 마음과 자세에서 뿜어나오는 분위기가 공감대의 눈과 귀를묶어 놓고 있다는 것일게다.
너의 지나간 시련사례가 이젠 끝이 나겠거니 하면 더욱밀도 높은 연속극처럼 펼쳐지고 있는 걸보면 고생한 일을 일일이 들추기 보단 즐거웠던일 몇가지만 제외하곤 전부어려웠던 일 뿐이라 하는 것이 더 쉬운 대답이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눈동자를 고정시키며 내가 당한 일처럼마음을 사로잡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조금도꾸밈없은 실록이요, 자서전이요, 옛추억의 감추어진일기장의 글발들이기에 그 누구의 대하소설보다도 더 진한감동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집 사모의 지난일도 할말이 많을 것으로 본다.남편(나)의 3형제중 막내에게 시집왔으나 집안 당숙벌되는집으로 양자간 몸인데도 백부모님 부친 3분의 장례식을치러내야 했으며 역시 13명의 식구 끼니 찾아주기가 항상3개의 겸상을 차려야만 한끼의 행사가 끝나는 것이었으니..... (너무나 닮은 형편이어서 여기서 생략함)
세상살아가는 데는 순서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이번 전개되는 너와의 관계에서 바로 깨닫게 되었다. 만일여느 호화로운 제자처럼 정님이도 처음엔 잘되다가 최근어려운 형편으로 치닫게 되었다면 역시 나에게도 옛날추억만 곱씹으며 회상으로 달랠 뿐 이렇게 내 앞에나타나진 안 했을 거라는 이야기이야. 다행이랄까? 감사할일일까? 정님이의 초년고생(젊어서)은 사서라도 한다는식으로 大器晩成의 program을 행하는 하나님께 감사하는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너의 한자한자 편지속에는 너의 숨결이 깃들어있고, 너의 체취도 그대로 풍기는 것같아 더욱 생동감을느끼게 한단다. 그건 막 장작 숯불에서 꺼내온 군고구마처럼 너의 체온을 듬뿍 끼게 하는구나. 그 위력은무엇일까? 그건 일사불란하게 문장력을 구사하면서도 알맞게 오자.탈자가 보일때 더욱 실감이 나곤 한단다.
각설하고 기초한자 4단계 연유를 피력코자한다.
제일권위있는 전통문화연구회 발간 기초한자를 접하고 보니과연 일상생활에 관련한 알맞은 편집구성이며지도자로서의 충분한 사전연구가 될 자료가 잘 갖추어져있기에 말미에 소개를 하고자한다.
바로 전화문의하여온라인 주문하면 어쩜 4단계 유인물 받은 시간과 대충맞아 떨어질 기일에 도착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한다.
받아보면 알겠지만 1단계 처음 단원을 약간 수정한것이 눈에 띄일 것이다. 한자의 일상수리와 필순지도때문인 것으로 이해하면 될것이다.
입추의 계절이라 하지만 아직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고있으니 너의 몸 조심하길 바라며 아울러 온가족의 균온을 멀리서 기원겠다. 잘 있거라.
2003. 8. 10 광주에서 엣 스승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