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을 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하지 않더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화장품 브랜드 맥(M.A.C). 유색인종을 위한 색조 화장품이 드물던 1980년대, 맥은 "모든 인종, 모든 성별, 모든 연령(All Races, All Sexes, All Ages)"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등장했다. 맥은 모토에 걸맞게 기존 화장품 업계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제품과 활동을 선보이며 현재 전 세계 90개국, 500여 곳에 매장을 둔 글로벌 브랜드로 우뚝 섰다.
지금은 맥이 미국 기업 에스티로더(Estée Lauder)의 소유가 됐지만, 맥의 시작은 캐나다다. 창업자 프랭크 토스칸(Frank Toskan)은 70년대 인기 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사진작가였다. 당시 그는 메이크업에 쓸 만한 도구와 사진에 예쁘게 담기는 색조 제품을 찾기 힘들어 매번 작업할 때마다 고생을 했다. 이때만 해도 대부분 화장품 브랜드가 스킨케어에 집중하고 있어 색조 화장품은 색상도 제한적이고 품질도 썩 좋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직접 천연 강모 브러시를 만들어 쓰곤 했는데 어느날 '메이크업 도구를 만들 듯, 화장품도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란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얘길 어릴 적부터 사업가 기질이 있던 연인 프랭크 안젤로(Frank Angelo)에게 전했다. 안젤로는 16살에 캐나다와 미국을 투어하는 음악 그룹을 직접 결성해본 적이 있고, 22살에는 이미 토론토에 'Hair Cutting Place'라는 유니섹스 헤어 살롱 체인의 운영주로 일하고 있었다.
둘은 토스칸의 예비 처남이었던 화학자 빅터 카살리(VIctor Casale)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리곤 안젤로의 미용실에 딸린 부엌에서 처음으로 화장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만든 화장품은 먼저 토스칸의 동료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모델, 포토그래퍼들에게 판매했다.
금세 업계에 입소문이 나면서 스타일리스트와 패션 에디터들이 미용실을 찾아왔다. 그 덕에 맥 제품으로 메이크업을 한 모델들이 하나둘씩 잡지 표지를 장식했다.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맥은 84년 3월, 토론토의 한 백화점에 첫 편집숍을 열게 됐다.
다양한 맥의 제품들
두 프랭크의 목표는 처음부터 모든 피부색에 적합하고, 카메라에도 색상이 잘 드러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들은 사명을 '메이크업 아트 화장품(Makeup Art Cosmetics)'로 정하고 '컬러 권위자'로서 시장에 발을 들였다. 그 결과 맥은 다른 브랜드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색조 제품들을 내놓으며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맥의 첫 제품은 핑크색 립스틱, 플라밍고(Flamingo)다. 크레용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제품이었는데, 토스칸은 "눈으로 봤을 때와 입으로 발랐을 때 색이 같은 최초의 립스틱"이라며 해당 제품에 크게 만족했다고 한다. 시장에서도 지속력과 발색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이들은 크레용 색을 본뜬 총 23가지 색의 립스틱을 출시했다. 또한 펜슬, 베이스, 파우더 등 다채로운 페이스 메이크업 제품들로 상품군을 확장했다.
전문가를 위한, 전문가에 의한 브랜드였다는 점은 맥의 또 다른 차별점이다. 맥은 타깃 고객을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설정하고, 이들을 응대할 매장 직원들 역시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키웠다. 업계 최초로 매장 직원들에게 메이크업 교육과 트레이닝을 실시했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면 직원이 직접 '컨설팅'을 해주는 지금의 화장품 업계 운영 방식을 만들었다.
또한 맥은 최고의 메이크업 전문가들만을 위한 '맥 프로' 제품 라인을 따로 선보이며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 팀인 M.A.C PRO 팀을 운영하고 있다. 맥 프로 팀은 뉴욕, LA, 토론토에 본사를 두고 패션, 영화, 연극, 기타 공연 예술 등 여러 관련 업계와 함께 일하며 예술적이고 전문적인 맥의 이미지를 만든다. 이들은 전 세계 200개 이상의 패션 위크 쇼의 백스테이지에서 꾸준히 일하며 프라발 구릉(Prabel Grung)에서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까지 아우르는 브랜드와의 협업을 이룬다.
전문가를 위한 브랜드로 시작한 맥은 팝의 여왕 마돈나(Madonna) 덕에 전 세계 소비자를 사로잡는 세계적 브랜드가 됐다. 마돈나는 90년 Blonde Ambition Tour를 앞두고 무대 콘셉트인 '뱀파이어'에 어울릴 립스틱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이 지금까지도 맥의 최고 인기 제품 중 하나인 인텐스 매트 레드 립스틱 라인의 '러시안 레드(Russian Red)'다.
이 립스틱은 당시 립스틱 최초로 의료용 실리콘 오일 디메치콘(dimethicone)을 넣어 뛰어난 발색력과 지속력을 자랑했다. 립스틱이 마음에 들었던 마돈나는 투어 내내 러시안 레드를 발랐고, 나중에는 맥의 티셔츠를 입은 사진이 찍히기도 했다. 이때부터 '세기의 아이콘'이었던 마돈나의 인기에 힘입어 맥의 인기도 같이 치솟기 시작했다.
투어의 여파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매장에 몰려들었고, 마이클 잭슨 등 유명 스타들도 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94년, 에스티로더 그룹은 빠르게 성장하는 맥을 알아보고 맥의 지분 절반가량을 인수한다. 3년 후 창업자인 안젤로가 수술 중 심정지로 사망하자 토스칸은 회사를 떠나며 에스티로더에 지분을 모두 넘겼다. 인수 당시 맥의 연 매출은 2500억이 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모든 인종, 모든 성별, 모든 연령 (All Races, All Sexes, All Ages)" 을 위한다는 독특한 브랜드 정체성은 맥을 한층 특별하게 만든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맥은 다양한 피부톤의 사람들에게 어울릴 다양한 색조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유색인종이 많은 나라에서 유독 인기가 높다. 에스티로더가 신흥 시장을 개척할 때 우선 맥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확보한 뒤 자사가 소유한 다른 브랜드인 크리니크(Clinique)나 아베다(Aveda)를 뒤이어 진출시키는 전략을 쓸 정도다.
맥은 성별에 대해서도 편견 없는 행보를 보였다. 1991년, 맥은 미국 첫 번째 공식 매장을 뉴욕의 게이 스트릿(Gay Street)에 열었다. 당시는 에이즈(AIDS)가 발병한지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인데다, 게이 스트릿은 미국 최초의 에이즈 발병지였다. 그런데 맥이 그곳에 매장을 열고, 당당히 자사 제품은 "어떤 성별이든 쓸 수 있는 제품"이라고 홍보한 것이다.
그러자 게이 스트릿에서 일하는 드랙퀸(여장남자)을 포함해 특이한 메이크업을 즐기던 많은 이들이 앞다투어 맥을 찾았다. 맥은 이들을 직접 매장 직원으로 고용하기도 했다. 드랙퀸 레이디 버니(Lady Bunny)가 매장 직원으로 일했으며, 후에 비바 글램(VIVA GLAM) 립스틱을 출시하면서는 드랙퀸 루폴(RuPaul)을 모델로 채용, 캠페인 전면에 내세웠다.
비바글램 캠페인
에스티로더의 인수 후에도 맥의 정체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1994년부터는 'HIV/AIDS' 조직을 만들고 에이즈 펀드를 신설, '비바 글램 캠페인'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는 맥의 비바 글램 립스틱을 구매하면 전액이 에이즈 질병 퇴치 기금으로 기부되는 캠페인이다.
올해로 캠페인 25년을 맞기까지 레이디 가가(Lady Gaga), 셜리 맨슨(Shirley Manson),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와 같은 수많은 스타가 캠페인을 이끌었다.맥 에이즈 펀드는 해당 분야에서 최대 규모의 비제약 업계 기업 기부자로, 지금까지 약 5억 달러(우리돈 약 5807억 원) 이상의 기금을 조성했다.
인터비즈 김아현 박은애
inter-biz@naver.com
첫댓글 그래 누구나 좋은 필요한 아이디어는 성공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