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가을호(창간호) {좋은시조}
<이경철이 읽어주는 시조>
꽃 또는 절벽/ 박시교
누군들 바라잖으리,
그 삶이
꽃이기를
더러는 눈부시게
활짝 핀
감탄사기를
아, 하고
가슴을 때리는
순간의
절벽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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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철이 읽어주는 시조>
떨고 있는 그리움/ 김영재
여름은 셀 수 없이
많은
햇살 묶음
가을은 한 사람의
마음이
마른 남자
겨울은
문밖에 서서
떨고 있는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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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앵두나무/ 김일연
휑한
남도 옛길
뙤약볕만
쨍쨍
주유소도 나가고
휴게소도 개점휴업
그래서 나도 잊었소?
그리워
붉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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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거기 있다- 부곡리/ 이우걸
쓰다 둔 수저가 아직도 거기 있다
내 꿈의 일기장이 아직도 거기 있다
어머니 반짇고리가 아직도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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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매(古梅)- 조운(曺雲) 생각/ 이지엽
남은 것 그마저도
꽃이라 부를 수 없어
터진 손등 성근 등짝
피해 가다 들킨 대명천지에
서해(曙海)의 가난보다 더 시리다
고매(古梅)처럼 여윈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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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2/ 이달균
벼랑에 익숙해질까 두려울 때가 있다
외줄이 식탁이며 침대처럼 느껴지면
난 이미 광기를 잃은 허랑한 어릿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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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박명숙
누군가 냇가에서 빨래를 하나 보다
주저앉아 몸 깊은 곳 소식을 씻나 보다
콸콸콸, 노을 쪽으로 여름날이 넘어가는데
그 여름날 살 속 깊이 칼집이 들어선 듯
쓰라린 소식들을 저물도록 치대나 보다
적막한 서천 물소리 대숲을 구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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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농/ 박성민
가슴 태운 그리움은
발목부터 굳어간다
허공에는 심지 못한
이번 생(生)의 꽃 한 송이
누군가 밝히기 위해
내 몸은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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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 눈/ 윤은주
보광사 목어 한 마리 한 천 년 바람을 먹고
메마른 입을 열어 텅 빈 속을 헹궈낸다
눈 뜨고 잠들어 있는 나, 용케 알고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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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속의 시 한 편>
자목련 산비탈/ 이정환
자목련 산비탈 저 자목련 산비탈 경주 남산 기슭
자목련 산비탈 내 사랑 산비탈 자목련 즈믄 봄을 피
고 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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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겨울호(제2호) {좋은시조}
<이경철이 읽어주는 좋은 시조>
천일염/ 윤금초
가 이를까, 이를까 몰라
살도 뼈도 다 삭은 후엔
우리 손깍지 끼었던 그 바닷가
물안개 저리 피어오르는데,
어느 날 절명시 쓰듯
천일염이 될까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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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아라/ 김제현
보이지 않아라
바라볼수록 보이지 않아라
하늘과 땅 아득하여
보이지 않아라
가까이 다가갈수록
사람들 보이지 않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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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 노중석
들짐승 울부짖음이
달빛으로 쏟아진다
사람의 발자국은
찍힌 적 없는 벌판
바람도
아득한 밤도
한데 엉켜 뒹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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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문무학
내 어느 날 그대 향한 바람이고 싶어라
울 넘어 물 넘어 뫼라도 불어 넘어
그 가슴 들이받고는 뼈 부러질 그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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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손영희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저 황금빛
시간은
야금야금
누가
갉아먹는가
이제는
색을 비우고
자서전을
써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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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수업을 마치고/ 노창수
월요일 시 수업 땐 가슴조차 찌릿하다
김칫국 내음 배인 시 원고를 옆에 끼고
펜 끝에 가필 견디는 예비 문사 예 있다
자존 부릴 모임조차 한 주일을 미루고
기우뚱한 책상머리에 뿌린 지엄 기름 담아
발상에 심지 돋우고 시인 램프 기둘린다
머리엔 파란 시가 흐벙글어 번져간다
논밭둑 강산 바람 가실 열매 당도하다
찌릿한 기절 혼미가 강의실로 삼켜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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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서연정
무심해지면 가리라 백계산 동백림에
붉은 꽃을 탓하며 눈물 훔쳐도 좋아
맴도는 낮달을 불러 점심을 나누리라
동박새 작은 몸이 꽃송이를 치며, 치며
해맑은 종소리를 길어 올리는 동안
깊푸른 그늘을 파고
빛을 밀어 넣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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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집을 지었네/ 오승희
사이버 열쇠로 나는 나를 방문한다
그물로 건진 일상 온라인 곳집에 들어
여태껏 인화되지 않은 채 늙어가는 사진 파일
누군가 오고 감이 남몰래 넉넉해도
한번 문 닫으면
아무도 못 여는 집
퇴적된 시간의 매듭은 메밀꽃 일며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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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문학지 속의 한 편
2015년 {좋은시조} / 가을호(창간호)~ 겨울호(2호)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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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1.1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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