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나무는 참 불쌍해. 오염된 대기에 그슬려, 고생하시는 우리 아빠 엄마처럼 나이보다 훨씬 더 늙어 뵈는 서울의 나무. 자꾸 높아가는 빌딩의 숲에 에워싸여, 꿈에도 그리운 갈매빛 산을 볼 수 없어 오죽 안타까울까. 진종일 두 손 높이 치켜들고 기도하며 기다려도 예쁜 새 한 마리 찾아주질 않아 오죽 쓸쓸할까. 끊이지 않는 차소리 때문에 귀가 멍멍해져, 쪽빛 물 건너온 마파람의 달콤한 속삭임도 알아먹지 못할 거야. 서울의 나무야, 서울의 나무야, 살기가 지겹더라도 부디 병들지 말고 오래오래 살아다오. 푸르른 잎을 단 네가 있기에 서울 사람들은 숨쉴 수 있단다.
- 황선하
<감상>
세상엔 천 명 만 명의 시인이 있지만 정말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시인은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세상엔 천 권 만 권의 시집이 있지만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시집은 그렇게 흔하지가 않습니다. 10여년 전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한 시집을 읽었습니다. 나는 대뜸 참 좋은 시란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그 후 나는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갔습니다. 그리고 엊그제 나는 갑자기 그 시인이 생각났습니다. 10여년 전에 읽었던 그 시인의 시집이 생각났습니다. 그래 어렵게 그 시집이 출판된 지 꼭 20년 만에, 그 시인이 작고한 지 7년 만에 나는 그 시집을 다시 구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소박한 시 한 편 같이 감상해보기로 하겠습니다.
*황선하(1931~2001) : 경북 월성 감포에서 출생. 196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1986년 경상남도 문화상 문학부문 본상수상. 창원 경남여상 교사 역임.
*최일화 : 인천 선인고 교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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