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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직장인 임서희씨(27)는 회사에서 대추야자 화분을 하나 기른다. 임씨는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며 "다소 분위기가 딱딱한 사무실 생활을 하다가 푸른빛을 보면 작은 활력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직장에서 키우다보니 자주 신경쓰기가 힘들어 키우기 까다롭지 않은 대추야자를 골랐다"고 덧붙였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바쁜 현대인들이 반려식물을 찾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미세먼지로 환경적 문제까지 더해 지면서 공기정화 효과가 있는 식물이 인기다. 반려식물은 반려동물에 비해 돌보기 쉬울 뿐만 아니라 동물과 마찬가지로 교감할 수도 있어 각광받고 있다.
5일 시장 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가 만 19~59세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6명(58%)이 현재 집이나 사무실 등에서 화초와 나무 등 식물을 키우고 있다. 남성보다 여성이, 청년층보다 40~50대 중장년층이 식물을 많이 키운다. 전체 답변자의 64.7%는 "내가 키우는 식물이 시들면 슬플 것 같다"고 답해 반려식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최근엔 식물(Plant)과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인 '플랜테리어'(Planterior)라는 말도 등장했다. 식물을 이용해 공간 전체와의 조화를 꾀하며 안정감을 주는 인테리어를 뜻한다.
반려식물을 기르는 사람들은 동물에 비해 식물을 선호하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관리하기 쉬운 점을 꼽았다. 배변이나 오물 등이 없어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기도 좋다. 반려식물을 기르는 안송이씨(27)는 "키우기 까다롭지 않은 다육식물을 선택했다"며 "동물은 신경을 쓸 일이 식물에 비해 많아 현실적으로 혼자 사는 사람이 키우기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공기정화 기능 때문에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도 있다. 뱅갈고무나무를 키우는 한모씨(25)는 "미세먼지가 심해져 식물을 키우게 됐다"며 "공기청정기보다 관리비용이 저렴할 뿐만아니라 식물은 미적 부분과 정서 함양 부분을 함께 충족시켜준다"고 말했다.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대부분 실용성을 중시하다 보니 선택하는 식물들은 대부분 군자란, 스투키 등 공기정화식물과 라일락, 선인장 등의 다육식물이 많다. 엠브레인에 따르면 응답자(중복응답)의 55%가 공기정화 식물을, 52.1%가 다육식물을 길렀다. 나무와 난, 허브, 넝쿨식물이 그 뒤를 이었다.
응답자 중 74.1%는 '주변인에게 식물 키우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며 만족감을 표했고, 식물을 키우고 나서 '밝아진 집안 분위기' '공기 정화' '정서 위안' '일상 속 작은 힐링' 등 좋은 점이 많다고 답했다.
하지만 '식물을 기르는 것에 어려운 점이 많다'고 대답한 사람도 53.9%였다. 안씨는 "키우는 식물 별로 물을 주는 주기나 양지와 음지 등 잘자라는 환경, 피해야 할 환경이 다르니 주의점을 각각 숙지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안씨는 "식물이 위안을 주기는 하지만 동물에 비하면 정서적으로 외로움을 달래주기엔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설문을 실시한 트렌드 모니터 측은 "응답자들이 반려식물이 반려동물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면서도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