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11전투비행단 작전차량중대
항공기 견인 터그 카(Tug Car)
웅장한 F-15K가 조종석보다 작은 터그 카에 이끌려 이글루 밖으로 나오고 있다.
5분간의 토잉작전은 유사시 즉각 출격태세의 기반이 된다.
공군11전투비행단 작전차량중대 터그 카 운전병 이현규 상병이 터그 카를 후진시키고 있다.
공군 활주로에 나가 보면 이글루 안 전투기들은 모두 기수를 출구 방향으로 하고 있다. 꼬리쪽이 보이는 것은 단 한 대도 없다. 유사시 신속한 출격을 위한 준비자세다. 그런데 전투기는 태생적으로 후진을 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수를 전방으로 향한 채 이글루 안에 들어간 걸까? 전투기 전용 견인차량, 터그 카(Tug Car·모델 TA-1)와 그 운전병들이 이번 주 지면의 주인공이다.
■ ‘토잉’을 아시나요?
길이 5m, 폭 2.4m, 높이 2.6m. 공군11전투비행단이 보유한 터그 카는 작지만 힘이 세다. 최대 63톤의 항공기를 끌 수 있다. 가격은 1억4000만 원. 공군 내에서는 11전비·17전비·19전비·20전비에만 있다. 다른 비행단에서는 이보다 작은 터그 카를 사용한다. 기체가 작은 F-5 기종은 직접 사람이 이글루로 밀어 넣기도 한다.
임무는 F-15K 전투기를 이글루 밖으로 빼고 넣거나 비상대기 항공기 교대, 항공직접지원장비를 견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 견인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토잉(towing)이라 불리는 이 임무는 비행의 마무리임과 동시에 다음 출격을 준비하는 첫 단계이기 때문이다.
■ F-15K 토잉 “국내에서 8명만 할 수 있어요”
터그 카와 항공기 사이는 바퀴 달린 7m(F-4 기종은 4m) 길이의 토우바로 연결해 조작한다. 조작기술은 운동방향과 각도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다. 2개의 물체로 연결된 트레일러 차량의 이동 장면을 떠올려보면 난이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될 듯.
1000억 원이 넘는 고가의 전투기를 옮기는데 아무에게나 핸들을 맡길 수 없는 일. 그래서 각 비행단에서는 수송대대에 토잉 임무만 전담하는 병사를 두고 있다.
공군11전비에서 터그 카로 F-15K를 꺼낼 수 있는 요원은 단 8명뿐이다. 이 기종을 보유한 비행단이 11전비뿐임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이들이 유일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기종 전환이 끝난 숙련급 조종사들을 제외하고 모두 이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전개 훈련이 있으면 이들도 항공기를 따라 간다. 그만큼 자부심과 책임감도 남다르다.
“휴가도 1명 이상 갈 수 없고, 비행 스케줄에 따라 일과도 불규칙적이지만 내 손으로 꺼낸 F-15K가 창공을 날아갈 때면 피곤이 싹 사라진다”는 것이 이현규(22) 상병의 말이다.
토잉 작업시간은 5분 이내. 신속·정확한 토잉은 곧 즉각 출격태세의 기반이 된다.
터그 카 운전을 위해서는 특기교육 5주와 자대배치 후 직무교육 6주 등 4~5개월간의 숙달훈련이 필요하다. 훈련은 일대일 도제식 교육으로 진행한다. 복잡한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토잉 진입도 등 나름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 비행기 드나드는 공간 채1m 안돼
토잉 순간에는 정비사 등 7명이 이글루 사방에서 엄호(?)한다.
현재 11전비 이글루는 F-4 항공기용으로 지어진 구모델들이라 F-15K가 들어오고 나갈 때 좌우 공간이 1m도 채 남지 않기 때문이다. F-15K는 날개길이가 13.5m로 F-4보다 1.8m가 더 길다.
32년 경력의 이운용(준위) 작전차량중대장은 “방향이 조금만 틀어져도 날개 부분이 이글루 벽에 부딪칠 수 있어 고도의 집중력과 섬세하고 정확한 운전실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무를 수행하면서 또 한 가지 필요한 것이 있다. 팀워크가 바로 그것.
부대정비대대 임은진(35) 중사는 “소속은 다르지만 비행 전후 함께 임무를 수행하다 보니 팀워크와 전우애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부대는 F-15K용 이글루를 순차적으로 건립하고 이동식 철재 가드레일을 깔아 오차 범위를 줄이는 한편 퇴역 항공기를 활용한 실습 기반을 조성, 임무수행 능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