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리만(Sally Mann 1951~ )의 애정이 담긴 가족사진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올해가 사진술이 세상에 공포되었는지 175년이 되는 해이다. 당시에 사진술을 발명한 주요 발명자들인 조세프 니세포르 니엡스, 루이 다게르, 윌리엄 헨리 폭스 탈보트, 이폴리트 바야르 등은 15세기 레오나르도 다 빈치 시절부터 사용되었던 카메라 옵스큐라에 의해서 생겨난 이미지를 영구히 정착 시킬 수 있는 물질을 발견했다. 이들은 회화보다 좀 더 손쉽고 간편하게 이미지를 생산하기 위해서 사진술을 발명 한 것이다. 회화의 역할이었던 기록을 대신 수행할 방법을 모색해서 성취한 결과물이 사진술Photography이다. 이처럼 실용적인 의도에 의해서 발명된 사진술은 초상화를 대신해서 초상사진을 남기는데 널리 이용되었다.
사진관산업이라는 새로운 산업이 생길정도로 초상사진은 빠르게 대중화됐다.
초상사진은 19세기 당시에 새로운 지배계층으로 부상한 부르주아들이 자신의 명예와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또 신분증에도 사진이 부착되었고, 범죄자를 통제하기 위해서도 사용됐다. 이외에도 가족사진도 사진관 초상사진형식을 빌려서 제작되었다.
그런데 가족사진은 사진관에서 제작된 초상사진처럼 정형화된 경우도 있지만, 사진 찍기를 취미로 선택한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자유롭게 찍은 사진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화가출신의 아마추어 사진가 앙리 라르띠끄의 가족 앨범이다. 작가는 프랑스 상류층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일을 한 초상화가였는데,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찍어서 앨범으로 정리했다. 그의 작품은 1960년대에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되어 재조명 받았다.
일상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모더니즘 이후의 사진미학과 만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건축학과 교수인 전몽각이 자신의 딸이 태어났을 때부터 결혼하는 날까지 찍은 사진을 정리하여 ‘윤미네 집’이라는 사진집을 발간하여 주목 받았는데, 최근에 재 발간되어 화제가 됐다. 이와 같은 가족사진에서는 작품 속 인물에 대한 찍은 이의 애정 어린시선이 느껴져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가족사진은 현대사진에서도 새롭게 조명 받았다. 가족사진과는 그 의미가 조금 다르지만 1980년대를 대표하는 사진가 중에 한 사람인 낸 골딘은 가족처럼 늘 함께 생활하고 삶을 공유한 주변인들과 자신의 사적인 일상을 일기처럼 기록해서 사진사에 기록되었다.
그리고 실제 가족을 찍어서 주목받았지만 논란이 된 사진가가 있는데, 그가 이번에 소개하는 셀리 만이다. 그는 1951년 미국 버지니아 렉싱턴에서 태어났다. 그의 초기 사진들은 <직계가족"Immediate Family">라는 이름의 시리즈로 그녀의 세 아이와 남편을 찍은 사진들 이었다. 그 시리즈 중에 특히 그녀의 세 아이를 피사체로 촬영한 사진은 8"x10" 대형 구식 카메라를 사용해 주변부가 어둡고 흐려진 효과(비네팅 효과)가 있다.
작가가 찍은 가족사진 중에서 자신의 아이들을 찍은 사진은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자유 분망하게 찍은 사진이지만 아이들이 훈련된 모델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또 어른의 표정이나 태도에서 느낄 수 있는 관능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경우도 있다.
대상의 표정 및 포즈 그리고 작가의 시선이 어우러져서 그러한 결과물이 생산 된 것이다.
아이들을 찍은 대부분의 사진들은 동심이 느껴지는 천진난만한 표정을 포즈와 표정을 포착한 것들이다. 자연스럽지도 못하고 획일적인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작가의 사진은 이러한 코드에서 벗어나 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성인을 찍은 사진 못지않게 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에 자신의 아이들을 성적인 학대했다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느껴질 뿐이다.
셀리 만은 촬영 시 “결코 두 번 포즈를 취하게 하지 않는다.”고 그의 작품집 ‘열두 살At Twelve’의 서문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즉, 미리 염두에 둔 포즈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작가의 작업이 자신의 아이들과 일정한 교감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자연스러움을 찍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번 작품은 자주 논란의 대상이 되었고, 그로인해 더욱 주목 받았다.
‘At Twelve’는 셀리 만의 공식적인 데뷔작에 속한다. 1977년에 워싱톤 D.C. 코오코란 미술관(Corcoran Gallery of Art)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이후 그녀의 가장 대표적인 사진들이라 할 수 있다. 그 후 시골인 남서부 버지니아를 배경으로 그녀의 세 자녀를 찍은 ‘구성적 다큐멘터리’인 ‘직계가족Immediate Family’ (1992) 연작으로 명성을 얻었으나 여기에는 ‘워싱톤 포스트’지를 비롯한 보수적인 언론매체들이 비평가들을 통해서, 맹비난한 것에 힘입은바 크다.
작가의 작품은 주로 일상에서 자녀들이 생활하고 있는 모습을 찍은 것들이다. 어떠한 미적인 형식을 염두에 두고서 찍은 것이 아니라, 직관에 의존해서 자유롭게 찍은 사진들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관능적이거나 묘한 분위기를 불러일으키는 작품도 있다. 하지만 의도 된 것이라기보다는 특정한 관습이나 사회적인 룰을 의식하지 않고 본능에 충실하게 찍은 결과물이다. 흑백사진의 톤이 만들어낸 아름다움과 대상의 분위기 등이 상호의미작용 하여 보는 이의 미적인 감각을 자극한다.
작가의 작품은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즐겁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기록한 결과물이다. 또한 사진의 사실주의적인 특성과 작가의 자유로운 사유세계, 아이들의 맑은 영혼이 효과적으로 만났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물이다. 그래서 작품 한 장 한장에서 우리의 상식적인 지각을 일탈한 새로운 시각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