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섬 등대 아래서 무릎에 턱을 얹고
까치놀 붉게 깔린 수평선을 바라보며
날마다 눈물 글썽이는 소년이 있었답니다
파도소리
갈매기소리
바다는 또 저무는데
빈 병에
쪽지 띄워
바람결에 맘 설레며
저 혼자
해를 지우다가
눈썹이 희었답니다
작가는 시조문학 추천완료, 조선일보·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한국문협 회원, 부산외대·덕성여대 출강. 중앙일보 시조대상·노산문학상 수상. 시조집 ‘메아리가 떠난 마을’ 외 3권. 동시조집 11권.
첫째 수에서는 어린 날의 화자, 둘째 수에서는 늙은 날의 화자가 나타난다. ‘외딴섬/등대 아래서/무릎에 턱을 얹고// 까치놀/ 붉게 깔린/ 수평선을 바라보’던 막연한 그리움에 가슴을 적시기도 하고 눈물 글썽이기도 하던 어린 소년은 어느새 ‘빈 병에/ 쪽지 띄워/바람결에 맘 설레’던 어른의 과정도 지나 눈썹이 희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뒤돌아보는 인생은 조금은 허무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겠지만, 구체적인 표현은 없다. 다만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주인공처럼 소년은 자라 어른이 되고, 어른은 다시 노인이 되어, 자기에게 모든 것을 주었던 나무둥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듯, 화자는 바다를 바라보며 소년시절의 모습을 돌이켜보고 있다. <시풀이:김민정 -시인·문학박사> |
첫댓글 그렀지요. 인생이.. 공감으로 읽고 갑니다.
저 혼자 해를 지우다가 저도 이렇게 늙고 말았습니다 에고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