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Backcountry Camping
 
 
 
카페 게시글
산행/비박/백패킹 스크랩 서희와 길상이 만나는 곳
산비장이 추천 0 조회 1,232 10.03.03 20:43 댓글 28
게시글 본문내용

 

지난 주중은 모처럼 설렘이 많았습니다.

어머니의 병중으로 많은 것을 놓고 잊고 살았습니다.  날마다 꿈꾸는 악몽도 차차 나아져 비교적 잠자리도 편안해졌습니다.

기운이 허해져 몸이 마음을 따라 주지 않아서 밖에서 무엇을 한다는게 무서워 인터넷에 심하게 집착했던것 같습니다.

서서히 운동도 시작하고 산책도 즐기며 가족과 차생활도 시작했습니다.

늘 편안한 음악을 듣고 음악이 흐르는 듯 마는 듯 그렇게 지내다가 이제는 대편성음반도 꺼내 듣습니다.

주중에 오랜 지리산 산우가 연락을 했습니다.  토요일 남명길을 걷고 구례 토지 원규형집에서 모이자고 했습니다.

남명길이 있어? 하고 물으니 남명길이 있다고 했습니다.

남명조식선생과 연관이 있겠다 싶은 생각에 호기심은 급상승했고  곧바로검색을 했지만 남명길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물으니 덕산에서 수양산 가는 길에 누군가 그런 이름을 붙여놓았다고 했습니다.

지리산에 미친 사람중에서 누군가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고 해도  남명길이라는 이름만으로 정말 걷고 싶은 산길입니다.

팔자가 주말휴일이 없다보니 국시모의 만인보행사부터 남명길산행도 취소되고,하여 그냥 지리산이 가고 싶었습니다.

기회는 곧 있을거라 생각하고 지리산에 봄이 어디쯤 왔는지 섬진강으로 떠납니다.

 낙남정맥의 줄기가 남부능선으로 뻗어 그 끝에 닿는 형제봉과 섬진강에서 끊어진 능선이 다시 차고 올라 백운산에 이르는데,

두개의 큰 산 사이에 서희와 길상이 만나는 평사리, 그곳으로 갔습니다.

추억이 많은 곳입니다.

지리산 입산통제가 시작되면 봄 정취를 맘껏 느낄 수 있는 형제봉산행이 으뜸입니다.

19번 국도에서 평사리로 들어가는 초입 도로 왼쪽 좁은 농로길로 오르면 고소산성을 지나 형제봉까지 산행로가 이어집니다.

야생 고사리가 지천에 늘려있고 평사리의 넓은 들녘이 조망권에서 사라지지 않는 좁고 폭신한 산길입니다.

매화부터 시작되는 남도의 꽃소식은 산동의 산수유, 하동의 이화,달궁의 수달래, 그 후 철쭉으로 유명한 곳이 이곳 형제봉과

바래봉입니다.

저는 이곳이 숨겨둔 숙영지입니다.  곧잘 장소는 공개하지 않고 이곳에서 야영을 즐기는 사진을 보노라면 자연스레 입끝이 찢어집니다.

집떠나기 전, 차를 준비해서 가져갈까 했지만 그냥 마시고 떠나자 해서 말차한잔으로 짧고 굵게 끝냈습니다.

 

 

 

아내가 계속 무엇을 준비할까요? 하고 물었지만 내내 묵묵부답 하다가 마땅치 않으면 캠핑하자는 답변에 준비한것은

김치한통입니다.

하동읍내 터미널에서 재첩을 한통 구입하고 마트에 잠시 들러서 과일과 야채 소주를 구입했습니다.

소박한 밥상입니다.

뷔페가는 것 보다 소박한 밥상이 더 좋습니다.

살이 찌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ㅠㅠ

 

 

정월대보름  아이들과 집짓고 놀고 했지만 사진이 없습니다.

삼각대를 준비하지 않아서 재주껏 찍어봤습니다.

 

 

다이소에서 3천냥 수저통을 구입해서 만든 화로대입니다.

자작이긴해도 별다른게 없습니다.

아래 숨통만 좀 열었습니다. ^^

이날 주변에서 나무를 구해 화로대 불을 피웠는데 모두 비에 젖은 장작이였지만 정말 잘탔습니다.

티피텐트안에서 젖은장작으로 불을 피워 놀아도 눈이 따갑지 않습니다.

이건 화로대의 성능과 상관이 있습니다.

^^ 제가 만든 화로대가 성능이 좋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삼각대가 없어서 재주를 부렸습니다.

재주라고 해봐야 별거없습니다. ^^

사진학원을 다녔고, 사진을 업으로 일을 했지만, 디지털의 적응실패로 사진업을 포기했습니다.

제가 사진업을 할때 디지털 포토 시스템 인화기기가 3억이였습니다.

지금은 간단하게 10만원으로 사진 출력이 가능한 기기도 나옵니다.

 

 

 

 

보름달 아래서 소원을 빌었습니다.

가족의 행복과 어머니 아버지의 건강과 장인어른 장모님의 건강을 빌었습니다.

욕심이 없는 놈이라서 돈 많이 벌게 해달라는 소원은 빌지 않았습니다.

 

 

 

 

마눌과 커피한잔을 마시고......

남은 소주 안주가 없어서 라면을 끓였습니다.

소박한 밥상을 좋아하지만 몸에 해로운 음식은 싫어합니다.

하지만 술을 너무 좋아해서 술은 절대 포기못할 음식이고,

라면은 필요에 따라서 먹습니다.

 

 

남포등아래서 아내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사진엔 없지만 정말 행복하고 재미있는 캠핑이였습니다.

 

 

긴 밤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비가 많이 내렸고, 이웃없는 세상이 외롭지만 고요하고 적막한 세상이 좋았습니다.

시끌벅쩍한 세상에서 일탈은 속세에 사는 우리네 행복입니다.

캔버스원단의 취약점인 비, 비가 내려서 즐겁기도 걱정이기도 했습니다.

난로를 준비했지만 기름을 준비하지 않았고, 난방은 오직 침낭뿐이라서 아이들을 텐트 인 텐트를 설치해서 새벽에 탈이 없었습니다.

 

 

 

아침을 맞이해서 지난 밤에 한컷도 찍지 못한 아이들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사로운 추억모으기.

성장앨범은 비싼 스튜디오사진을 대신해서 열심히 찍어서 그 옛날 아빠의 앨범을 보면서 즐거워 하는 아이도 아빠와 똑같은

모닝글로리앨범에 차곡차곡 정리를 합니다.

벌써 몇백장의 사진이 모여 다섯권의 앨범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지난날 수많은 지리산의 사진중에서

유난히 기억에 남은 사진이 있다면 평사리 들녘의 소나무 두그루 하성목선생님의 사진입니다.

새벽녘에 중봉에서 반야봉을 향해서 작업하신 선생님을 자주 뵐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 장소를 가도 뵐수가 없습니다.

젊은 보이는 하선생님의 모습도, 중년의 모습도 기억이 생생한데, 다음에 만나면 이것을 물어봐야지 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접한

비보는 가슴을 싸늘하게 했습니다.

보리밭이 싹이 자라고 있지만 그때의 사진을 떠올리며 안개낀 평사리를 담았습니다.

 

 

 

 

하동포구

주먹만한 벚꿀이 철을 맞았습니다.

궂은날씨에 재첩을 캐는 사람도, 벚꿀을 따는 사람도 없었지만 물살이 빠르게 흐를 뿐 너무나 평온한 섬진강입니다.

 

 

 

 

 

 

광양 다압마을에 갔습니다.

유명한 홍할머니 농원입니다.

매화가 꽃망울이 곧 터질듯 합니다.

 

 

 

비록 꽃은 보지 못했지만 꽃망울과 물방울이 그렇게 이뻤습니다.

 

 

 

 

울산 하동 남해 거제 울산

기나긴 여정이였습니다.

눈물이 쌓이고 쌓여 이제 안녕했으면 좋겠습니다.

 

쓸쓸한 촌노로 살아가시는 아버지의 모습도

항암2차 진료를 마치고 머리카락이 다 빠진 어머니의 모습도

가슴아프지만 돌이킬 수 없는 상황입니다.

1년을 함께할지 10년을 함께할지 정해진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슬프지만 슬퍼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힘든 항암치료를 마치고 너무도 잘드시는 어머님의 모습을 보면서 역시 우리 엄마.

늘 저에겐 최고였습니다.

사랑합니다.

 

 
다음검색
댓글
  • 10.03.03 20:59

    첫댓글 하성목선생님의 평사리 소나무 사진을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아 놓았었는데...
    지리산 커뮤니티에서 하선생님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머님의 건강이 하루 빨리 나아지시길 기원합니다.
    사진이 정말 너무 멋지군요...^^

  • 작성자 10.03.04 07:32

    감사합니다. 왕성했던 젊은 모습에 비해 많이 수축했던 모습도 봤습니다만 안타깝고 많이 슬펐습니다.

  • 10.03.03 21:13

    마음이 아픈일이있네요~~하지만 힘!! 내시고 작가님의 좋은 사진들,즐감하구요. 매화 꽃망울의 접사도 넘좋은데요~~이렇게 좋은 사진들 자주 뵐수있음해요~~

  • 작성자 10.03.04 07:33

    하눌님 응원에 힘입어 머지않아 좋은 소식이 있을겁니다. 감사합니다.

  • 10.03.03 22:04

    오늘 입속에 주절주절 혼자 중얼거린 시가 빼앗긴들에도 봄은 오는가중에서 보리밭을 노래한 구절이었습니다.
    아마도 산비장이님 사진과 글을보려고 그랬었나봅니다. 멋진글과 사진이 깊은 눈망울에 잘 어울리시네요^^

  • 작성자 10.03.04 07:34

    ^^ 남도의 꽃소식을 빨리 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 누구보다 먼저 다녀왔네요.

  • 10.03.03 22:34

    산비장이님.. 멋진 사진들.. 눈이 호강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저 알라딘 난로 사려고 청계천 황학동을 수 없이 들락거렸는데요..

  • 작성자 10.03.04 07:36

    감사합니다. 집에 오래된 고가구며 옛물건들이 제법 있습니다. 지금도 차도구를 구입하는것을 좋아해서 아내에게 자주 혼이납니다. 오래전에 구입했던 물건인데 종종 사용하고 있습니다.

  • 10.03.04 02:58

    산비쟁이님의 사진과 글 잘 보았구요 어머님이 쾌차를 기원합니다.

  • 작성자 10.03.04 07:37

    반야님 응원감사합니다. 응원에 보답하겠습니다. ^^

  • 10.03.04 09:06

    재차 어르신 건강을 기원합니다. 사진에도 그 너머에도 곳곳 묻어나는 행복과 기쁨에 무한 공감하구요^^

  • 작성자 10.03.04 09:28

    팬다님 감사합니다. 행복팍팍 많이 밀어주세요. ^^

  • 10.03.04 09:25

    산비장이님 도 사진작가시네요 ~~전 가족과의 예쁜모습그리고 글에 또한번 놀라구요 어머니의 건강이 빨리 낫기를 바래요

  • 작성자 10.03.04 09:29

    채식주의님 감사합니다. 19번 국도변에 한옥으로 잘지으진 채식주의식당이 있어서 채식주의님 보면 웃겠다 했습니다. ^^

  • 10.03.04 10:04

    이제 정말 봄이 되려나 봅니다. 멋진 사진과 글 잘 보았습니다.
    어머니 병환으로 많이 힘드시겠습니다.
    그래도 행복과 용기를 주는 것은 역시 가족의 힘인 것 같습니다.
    힘 내십시요.

  • 작성자 10.03.04 11:03

    감사합니다. 힘든 속내를 꺼내서 글을 담았는데 응원에 화이팅하겠습니다.

  • 10.03.04 10:12

    부모님을 생각하시는 맘이 너무 애뜻하시네요..요즘 계절적 영향으로 인해 저역시 부모님에 대한 염려로.. 손자손녀를 보시면 너무 좋아 하시겠습니다~~ 어머님의 건강을 기원드립니다~~

  • 작성자 10.03.04 11:05

    건강이 정말 중요합니다. 효도는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어렵죠. 많이 기쁘게 해드리세요. 영상폰으로 전화만 드려도 정말 기뻐합니다.

  • 10.03.04 10:53

    어머님의 쾌차를 빌어드립니다. 화로대 사진 글 모두 즐겁게 보고갑니다..

  • 작성자 10.03.04 11:05

    감사합니다. 아담하게 잡가지로 불장난하기에 좋아서 제법 쓸만해요. ^^

  • 10.03.04 12:20

    지금 막 빗방울이 들기 시작 한..가슴 싸르르 잘보고갑니다..어머님의 쾌유를 빕니다..

  • 작성자 10.03.04 14:48

    감사합니다.

  • 10.03.04 13:24

    티피에 알라딘 그리고 은은한 호롱불 정말 멋스럽습니다.

  • 작성자 10.03.04 14:49

    요즘은 파라핀연료를 쉽게 구할 수 있어서 남포등이 분위기있고 쓸만하다는 생각입니다.

  • 10.03.04 19:26

    자작화롯대의 불빛이 따숩게 느껴 집니다~멋진 사진과 차분한 글에 한껏 매료되지만 어머님의 병환에 잠시....빠른 쾌유를 빌어 드립니다

  • 작성자 10.03.04 19:57

    솔향기님 감사드립니다. 얼른 쾌차하셔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더이상 바람이 없습니다.

  • 10.03.06 09:41

    사진도 글도....마음이 짜 - 안 하네요.

  • 작성자 10.03.07 11:31

    날씨도 한몫했을겁니다. 곧 햇살이 내리쬐겠죠. ^^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