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안전 위협하는 간호인력 개편안 철회하라.”, “보건복지부는 법정 간호인력 기준을 지켜라.”
지난 18일 오후 7시 전국에서 간호사와 간호대학생 4,000여명이 촛불을 들고 서울역 광장에 모였다.
2년제 실무간호인력 양성 및 경력상승체계를 골자로 하는 복지부의 간호인력 개편안을 전면 반대하기 위해서다.
국민건강권 수호를 위한 전국간호사모임(이하 건수간)의 주최로 진행된 이날 ‘복지부 간호인력 개편안 철회 촛불문화제’에는 새내기 간호대학생부터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 현장 간호사, 간호대학 교수까지 참여해 간호인력 개편안 반대를 주장했다.
이들은 ‘간호인력 개편안 철회하라’는 문구가 적힌 분홍색, 연두색 플랜카드를 머리에 두르거나 손으로 흔들며 “복지부 간호인력 개편 전면반대”를 연신 외쳤다.
건수간 공동대표인 세브란스병원 김소선 간호부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간호인력 개편안으로 인해 간호계 역사가 변하는 것을 볼 수 없어 이 자리에 섰다”며 “건수간은 미래 간호계가 위협 받을 수 있는 개편안이 철회될 때까지 대국민 활동을 계속할 테니 많은 지원과 참여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서울대 간호대학생을 대표해 단상에 오른 박소미 학생회장은 “4년제 간호대학에 입학해서 4~5시간 자면서 공부하고 실습과제를 수행해도 병원에 들어가면 시행착오를 겪는다고 한다”며 “그런데 2년제 교육과정을 통해 양성된 실무간호인력이 간호업무를 하고 간호사로 경력 상승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다. 때문에 간호인력 개편안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와 간호대학 교수들도 간호인력 개편안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다.
서울아산병원 6년차 이영은 간호사는 “환자에 대한 투약 등은 전문적 간호교육을 받아야 이뤄질 수 있다”며 “4년간 간호 관련 공부를 해도 버거운 간호 전문 지식을 1~2년 동안 벼락치기만으로는 절대 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간호사는 “전문적인 간호교육과 숙련된 실습이 융합돼야 간호를 할 수 있다”며 “간호인력 개편안이 과연 의료소비자인 환자에게 필요한지 복지부는 자문해봐야 한다”고 했다.
경희대 간호대학의 한 교수도 “간호인력 개편안은 간호의 질을 낮추고 환자 및 전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안(案)”이라며 “내용 없는 간호법 제정으로 이 문제를 유야무야 덮으려는 간협은 빨리 생각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서는 간호사 및 간호대학생들이 합창, 댄스 등 각종 퍼포먼스를 선보였으며 모든 프로그램이 끝난 뒤 4,000여명의 간호사, 간호대학생, 간호대학 교수 등은 풍등을 날리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건수간은 이번 촛불문화제 이후에도 간호인력 개편안에 대한 간협 및 복지부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대국민 토론회 개최, 단식 투쟁 등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건수간 회원인 현정희 서울대병원분회장은 “앞으로도 간협이 간호인력 개편안에 대해 전면반대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면 건수간은 별도로 대국민 활동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민주당 김용익 의원을 비롯해 보건복지위원 상당수가 간호인력 개편안을 반대하고 있다. 향후 국회의원을 비롯해 각 계 각 층의 인사를 대상으로 (간호인력 개편안에 대한) 대국민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 분회장은 이어 “이외에도 1인 시위, 신문 광고를 계속할 것이고, 이것도 안 되면 단식 투쟁 등 더 큰 투쟁도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