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소송 통해 선학원 바로 세우겠다”-법보신문

[천장암]

조계종 “소송 통해 선학원 바로 세우겠다”법등 스님, 8월25일 기자회견
‘정관변경 결의 효력정지 소송’
선학원 분원장들도 소송 동참
문제해결 위한 대화노력 지속

김현태 기자  |  meopit@beopbo.com

승인 2015.08.25  16:43:42

▲ 선학원정상화를위한추진위원장 법등 스님

조계종(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정관을 변경해 사실상 분종에 나선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회(이사장 법진 스님)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다. 특히 이 소송에는 선학원 소속 분원장들도 동참할 것으로 전해져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조계종 선학원정상화를위한추진위원장 법등 스님은 8월2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학원을 상대로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소송’을 제기한다”며 “소송은 선학원이 조계종에서 탈종하려는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가처분신청과 본안이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송은 선학원 이사회가 2013년 3월11일 정관에서 ‘대한불교조계종의 종지·종통을 봉대한다’와 ‘선학원의 임원은 대한불교조계종 승려로 한다’는 문구를 삭제한 결의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내용이다. 앞서 조계종 선학원정상화위는 8월19일 열린 제4차 회의에서 선학원의 분종 움직임을 제지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대해 법등 스님은 “선학원 이사회는 2013년 3월 회의에서 ‘조계종의 종지·종통을 봉대한다’는 내용과 ‘임원은 조계종 승려로 한다’는 문구를 정관에서 삭제해 선학원의 정체성을 훼손했고, 승려가 아닌 일반인 혹은 무속인마저 임원으로 임명이 가능해졌다”며 “이는 조계종에서 탈종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며 선학원 설립목적은 물론 선학원의 실질적 주인인 개별사찰 분원장들의 뜻에도 반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선학원 이사회는 2013년 정관을 개정한데 이어 지난해 6월 성명을 통해 “조계종 종헌·종법에 동의할 수 없으며, 더 이상 조계종에 몸담을 이유가 없다”면서 조계종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독자적인 승려증을 발급하고, 자체적인 구족계와 수계 등을 시행하기 시작했으며, 별도의 가사를 제작하고 독자적인 심볼과 로고를 확정해 사용하는 등 조계종에서 분종하는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법등 스님은 “선학원 이사들은 역사를 관리하는 소임자일뿐 선학원을 설립한 선대 스님들의 정신을 훼손할 어떠한 권한도 없다”며 “선학원정상화위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법진 스님을 비롯한 선학원 이사들은 대화마저 거부해 법적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계종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선학원 이사회의 권한을 침해하겠다는 것도, 선학원 사찰을 빼앗겠다는 것도 아니다”며 “삭제된 정관 문구를 복원해 재단법인 선학원이 조계종의 구성원으로서 본래 설립목적인 선원 지원과 수행, 교육, 포교라는 맡은바 임무를 수행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등 스님은 특히 이번 소송에 선학원 소속 분원장들도 동참한다는 사실을 전했다. 스님은 “소송에 동참하는 분원장들은 조계종에서 구족계를 받은 조계종 승적의 스님들로 선학원이 조계종의 일부라는 전제 하에 재단법인 선학원에 사찰을 출연해 등록하거나 사자상승의 방법으로 선학원 분원의 책임을 맡은 분들”이라며 “그러나 선학원 이사회가 분종을 시도하면서 조계종 승려로서의 지위가 불안해짐에 따라 이번 소송에 동참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조계종에서 추진하는 선학원 정상화 활동에 협조하거나 동참하는 분원에는 각종 권리제한의 유예와 함께 법인으로부터 제기되는 각종 불이익에 대한 공동대응을 약속했다.

스님은 “최근 소송이 진행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선학원은 분원장들에게 조계종에 협조하면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협박성 문자를 전송하는가 하면, 분원장 임명 및 창건주 승계 때 조계종 승적의 포기를 강요하는 것으로 전해 들었다”며 “종단은 선학원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동의하는 사찰에는 권리제한의 유예뿐 아니라 소송 대행과 필요하다면 호법단 파견 등 사찰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한 조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선학원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의 창구는 계속해 열어 두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스님은 “조계종과 선학원은 한 뿌리임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선학원 이사회가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테이블에 나선다면 소송에 앞서 대화로 해결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대화를 통해 문제해결을 거듭해 강조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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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news] 조계종-선학원
'사찰은 선학원, 승려는 조계종' 모순구조

승인 2014.08.04  (월)  17:09:44

박봉영 기자  |  budgate@hanmail.net

재단법인 선학원은 지난해 정관에서 조계종 종지종통을 봉대한다는 내용과 임원 조항의 조계종 승려 요건을 삭제했다.

조계종 중앙종회가 지난해 3월 제정한 법인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취한 조치였다. 이제 선학원은 조계종과는 관계없는 법인으로 변화했다.

선학원의 탈 조계종 움직임은 조계종과의 마찰 시기 때마다 반복됐다. 1978년 범행스님이 이사장으로 있을 당시 창립이사를 삭제했고, 1995년 조계종이 정관개정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며 마찰을 빚기도 했다.

2002년 합의는 '한 뿌리' 확인

오랜 마찰은 2002년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스님과 선학원 이사장 정일스님간 합의로 봉합됐다.

합의문은 6개 조항으로 이뤄졌다. 선학원은 조계종 종지종통을 봉대한다는 내용을 정관에 삽입하고 임원은 조계종 승려에서 선출하도록 정관에 명시했다. 또 조계종 종헌의 제규정을 존중하여 조계종 승려가 창건한 사찰을 신규등록하지 않기로 했고, 정관개정시 사전에 조계종과 합의하도록 했다.

조계종은 선학원의 인사권, 재산권, 운영관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총무원법에 삽입하고, 선학원 도제의 승적, 교육, 수계와 관련한 권리제한을 풀었다. 선학원은 교육분담금을 납부하도록 했다.

2002년 합의는 조계종과 선학원이 한 뿌리임을 확인한 것이라는 확인하는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하나의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후속조치는 이어지지 못했다. 지금의 마찰도 더 나아가지 못한데서 기인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조계종과 선학원간 2002년 합의는 조계종이 법인이사 추천 등의 조항을 담은 법인법을 제정하고 총무원법 선학원 권리보장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파기됐다. 합의 11년만의 일이다.

합의파기와 함께 취해지고 있는 양측의 조치는 매우 강경하다. 선학원은 정관에서 '조계종 종지종통 봉대'와 '조계종 승려' 임원조항을 즉각 삭제했다. 조계종에 의존했던 도제의 수계·교육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후속조치와 함께 선학원 이사회 임원진의 조계종 제적원 제출을 단행했다.

조계종의 조치도 한치의 양보가 없다. 선학원 이사회 임원진에 대한 징계절차에 돌입하는 한편, 선학원 이사회에 대해 사유화 의도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 과정에서 대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만큼 불신의 폭과 깊이가 넓고 깊음을 보여준다.

역대 이사장…만공-경봉-청담-향곡-진제

역대 선학원 이사장을 살펴보면 선학원이 조계종과 별개의 법인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조계종 종정이나 원로의원 등을 역임한 스님들이 선학원 이사장에 포함돼 있다.

일제 치하 한국불교의 맥을 잇고자했던 만공스님을 비롯해 경봉스님, 청담스님, 향곡스님 등 이름만으로도 선불교의 중심에 있던 이들이 이사장을 역임했다. 조계종 현 종정 진제스님도 이사장을 지낸 바 있다.

일제불교에 항거해 선불교의 전통을 계승하고자 했던 선사들의 유지를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 선학원의 모습은 차치하고라도 1962년 통합조계종이 출범하기까지 선학원은 비구들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이때는 조계종과 선학원은 역사적 동반자였다.

선학원은 만해 용운, 남전 한규, 도봉 본연, 석두 보택, 성월 일전, 만공 월면, 용성 진종, 초부 적음 등을 설립조사와 중흥조로 모시고 있다.

선학원의 설립조사와 중흥조, 역대 이사장의 면면을 보면 조계종과 선학원이 '한 뿌리'임을 서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갈등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사찰과 승려의 이중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승적-조계종, 사찰-선학원…불완전 구조

선학원 소속 사찰은 총 574개다. 분원이 361개, 포교원이 213개다. 이 사찰들은 선학원의 관리감독을 받되 조계종의 관할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사찰 창건주 또는 대표자는 조계종 승적을 가진 종도가 대부분이다. 모순은 여기에서 비롯됐다.

조계종은 1994년 종헌에 따라 선학원 창건주 또는 분원장인 조계종 승려에 대해 권리제한을 시행해왔다. 선거권 피선거권은 물론 도제의 수계 교육 등에 제한을 받는다. 도제의 수계 교육에 대한 부분은 2002년 합의로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제한받고 있다.

조계종 승려들이 조계종에 사찰을 등록하지 않고 선학원에 등록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조계종단 내부의 문제 때문이다. 비구니에 대한 차별과 사찰 뺏기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를 피해 선학원에 등록한 사례가 적지 않다.

지금은 조계종이 사찰법 등에 의해 사설사암에 대한 창건주 권한을 엄격히 보호하고 있지만,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사찰은 선학원, 승적은 조계종'이라는 모순을 조계종이 스스로 만든 셈이다.

조계종이 법인법을 제정해 선학원 창건주와 분원장에 대한 권리를 회복시킬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만들었지만, 선학원내 조계종 승려들이 반기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찰은 선학원, 승려는 조계종'이라는 모순된 구조를 풀지 않는 한 갈등은 불거질 소지를 안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