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작 10분 전 포항 스틸야드. 어둠이 드리워진 하늘을 밝게 비추는 조명탑 아래 관중들이 선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윽고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K리그 앤섬과 함께 22명의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입장한다. 여기까지는 K리그의 경기 시작 전 풍경과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선수들의 얼굴이 낯설다. 바로 엊그제까지 스틸야드를 뛰어다니던 선수들에 비해 너무나 앳된 얼굴들이다. 지난 10일 오후 7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이 경기는 ‘2015 K리그 U18 챔피언십’ 전남 광양제철고와 울산 현대고의 결승전이었다.
지난 달 29일 경북 포항에서 첫 대회의 막을 올린 ‘2015 K리그 U18 챔피언십’에는 K리그 구단 산하 18세 이하 22개 팀 전원이 참가했다. 13일 동안의 레이스를 통해 전남 광양제철고와 울산 현대고가 결승에 진출했으며 1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결승전을 통해 전남 광양제철고가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전 경기 야간 개최, 48시간 이후 다음 경기 진행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기존 대회와 차별성을 보이며 유소년 축구대회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1. 전 경기 야간 경기로 진행
대회 기간 동안 포항에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개막일인 29일 폭염주의보가 내린 것을 시작으로 8월 7일까지 10일 연속 폭염 특보가 이어졌다. 7월 30일부터 8월 5일까지 일주일 동안은 최고 온도 37도에 가까운 무더위가 계속되었다.
하지만 대회 진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모든 경기가 저녁과 야간에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조별 리그 첫 번째 경기는 오후 5시 30분, 두 번째 경기는 오후 8시부터 시작되었다. 저녁에도 여전히 더위가 남아있다는 의견에 따라 토너먼트부터 조별 리그보다 30분 늦게 시작되었다. 토너먼트 첫 번째 경기는 오후 6시, 두 번째 경기는 오후 8시 30분에 시작되었으며 18시로 예정되었던 U-18 대회 결승전도 19시로 1시간 늦춰 진행되었다.
전 경기를 야간 경기로 진행한 것에 대해 현장의 지도자들은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울산 현대고의 박기욱 감독은 “축구에서는 기술적인 부분이 중요한데 무더운 여름에 낮 경기를 하면 기술적인 능력을 발휘해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기 좋은 환경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U-17 대회에 참가한 마츠모토 야마가의 히로타카 우스이 감독은 “일본에서는 유소년 팀들이 저녁 시간에 치러지는 대회를 경험할 수 없다. 시원한 저녁 시간에 경기를 하는 것은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2. 경기 종료 48시간 이후 다음 경기 진행
국제축구연맹(FIFA)에서는 선수 보호를 위해 경기에 출전한 선수에게 48시간 이내에 다음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부분의 유소년 축구대회에서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으로 인해 경기에 출전한 후 바로 다음 날 경기에 출전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U-18 대회는 물론 U-17 대회에서도 48시간 휴식 룰을 철저하게 지켰다. U-18대회는 7월 29일 시작해 7월 31일, 8월 2일(이상 조별리그), 8월 4일(16강전), 8월 6일(8강전), 8월 8일(4강전), 8월 10일(결승전)에 진행되었으며 U-18 대회보다 하루 앞서 시작된 U-17 대회는 7월 28일, 7월 30일, 8월 1일(이상 조별리그), 8월 5일(8강전), 8월 7일(4강전), 8월 9일(결승전)에 펼쳐졌다.
48시간의 휴식이 철저히 보장된 이번 대회에 대해 현장 지도자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인천 대건고의 임중용 감독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하루 휴식을 취함으로서 선수들이 회복 훈련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며 코칭스태프는 상대팀에 대한 전력 분석의 시간을 가졌다”고 평가했으며 전남 광양제철고의 김현수 감독은 “선수들이 매일 경기를 하게 되면 피로가 쌓이고 근력이 떨어져서 근육에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경기 다음 날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근육에 부상을 입은 선수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3. 저학년 대회 개최
이번 대회에는 18세 이하 선수들이 참가하는 본 대회와 함께 17세 이하 선수들이 참가하는 저학년 대회가 동시에 열렸다. ‘2015 K리그 U17 챔피언십’은 출전 기회가 많지 않은 저학년 선수들의 실력 향상과 경험 제공의 기회가 되었다.
또한 저학년 대회에는 K리그 구단 산하 10개 유소년 클럽과 J리그 쇼난 벨마레 U-17, 마츠모토 야마가 U-17이 참가해 한일 양국의 선수들이 실력을 겨뤘다. 쇼난은 준결승에, 마츠모토는 8강에 진출하며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서울 오산고의 김상문 감독은 “저학년 선수들에게 동기 유발의 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쌓은 것은 물론 상대팀 선수들의 기량도 파악할 수 있었다. 승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선수들과 다른 팀 선수들을 비교하면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며 저학년 대회에 참가한 것에 대해 평가했다.
4. 참가 선수들의 페어플레이
대회에 참가한 K리그 구단 산하 18세 이하 22개 팀 유소년 선수들의 페어플레이 또한 빛이 났다. 이번 대회에 펼쳐진 45경기 중 다이렉트 레드카드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경고 누적 퇴장은 총 3회) 또한 경기 당 평균 경고 카드 횟수는 2.11회로 같은 시기 전국에서 열린 고등학교 축구대회 중 가장 적은 경고 카드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