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w thyself!
- 너 자신을 알라! -
스스로를 안다는 건 힘들다. 난 내가 누군지 모른다. 내가 정녕 안다고 확신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앎」중 하나는 난 내가 누군지 모른다는 것. 날마다 수시로 변하는 나, 때와 장소에 맞춰 척척 바뀌는 나. 변덕스럽고 종잡을 수 없는 나.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주제에 나 외의 남이나 여러 잡사에 이러쿵저러쿵 불쑥불쑥 나대는 나. 스스로를 안다는 건 정녕 어려운 일.
골프는 우릴 겸허하게 만든다. 골프는 거대한 우주 속에 여여로이 놓인 자연(自然, 스스로 그대로인 것)속에 우릴 던져 놓고 우리가 살아가며 배워야 할 여러 가지 덕(德)을 속성으로 가르친다. 잡힐 듯 안 잡히는 골프. 차라리 잡힐 듯한 망상이나 애당초 주질 말든지. 예쓰할 듯 할 듯하며 애태우는 연인처럼 고혹스럽게 교교한 골프게임. 우리가 누군지 발가벗겨 보이겠다는 게임 골프. 그렇게 우린 삶과 골프에 길들여지며 차근히 배워간다.
꼬마 강아지가 자신의 꼬리를 뒤쫓고 있는 것을 본 어미 개가 강아지에게 묻는다. “얘야, 너 왜 그렇게 꼬리를 뒤쫓고 있니?” 꼬마 강아지가 말한다. “전 철학을 완전히 마스터했어요. 전 이제껏 어떠한 개도 해결하지 못한 삶의 온갖 문제들을 해결해 냈어요. 저는 개한테 가장 좋은 것은 행복이고 그 행복은 바로 제 꼬리에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제 꼬리를 뒤쫓고 있는 거예요. 제가 마침내 꼬리를 잡으면, 아 그땐 정말 행복해질 거예요.”
어미 개가 말한다. “얘야, 나도 나름의 방법으로 우주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고 그래서 어느 정도 견해를 갖게 되었단다. 나 역시 개에겐 행복이 가장 좋은 것이며 그 행복은 내 꼬리에 있다고 판단했었단다. 그러나 내가 자신의 일에 열중하면 그 꼬리는 자연히 나를 따라오기 때문에 구태여 뒤쫓을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단다.”
아, 진리란 얼마나 우렁찬가? 이 자그마한 우화 속에 그 얼마나 엄청난 진리가 포효하고 있는가? 탁 놔버린 삶. 탁 놔버린 골프. 그때 행복한 삶, 풀린 게임이 넌지시 찾아온다는데. 바로 다름 아닌 스스로 알아서 기기 때문에. Know thyself! 노우 다이세~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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