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문학가의 죽음
“저는 신문기자입니다.
작가의 자살이 예전부터 많이 있는 듯 한데
그들은 왜 죽음을 서두르는지요.
우리에게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왜 염세적으로 되고 마는지 가르쳐 주십시오.“
라는 질문이다.
하기야 최근에도, 대표적 작가인 미시마, 가와바다.
두사람의 자살이 잇달아, 문학 애호가들에게는,
슬픈 소식이 되어 있다.
작가를 죽음에 이르게하는 마음속까지는 알 수 없다.
존경하는 작가의 죽음은, 나의 마음까지도, 쓸쓸한 그늘을 던진다.
삶의 무상(無常)함이 엄습해 온다.
죽음이라는 결론은 같다 하더라도,
그 동기는, 사람마다의 입장. 환경, 사상에 따라 다르다.
자살은 인생으로부터의 도피이고,
자기보존의 극단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문인(文人)에 한한 일이 아니다.
인간은 누구든지, 천수를 다하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인생의 수행을 포기하는 것은,
비록 세상에 알려진 훌륭한 사람일지라도,
그리고 어떤 사정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올바른 이유가 되지 못한다.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스스로 원하여 부모로부터 부여받은 육체주(肉體舟)는,
그 생명이 존속되는 한, 신의 자식으로서,
이 인생항로에서 완수해야 할 수행을 계속해야 하는 것이다.
목숨이 있는 한,
이 육체주(肉體舟)를 소중히 다루는 것이,
신의 자식으로서의 지켜야 할 당연한 도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작가가 남긴 작품은,
많은 사람들의 눈을 통해서 그 마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신의 자식으로서의 책임은 더욱 무거운 것이다.
작품 가운데는,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겨,
그 마음을 산란하게 하는 저속한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독자의 마음에 평안을 주어,
지성을 넉넉하게 하여,
조화를 갖춘 마음에 평안을 주는 것도 있다.
그 내용은 가지각색이다.
신(神)의 자식으로서의 자각에 눈뜨고,
마음이 조화되어 있는 작가의 작품은,
독자에게 마음의 양식으로 되어,
인생을 살아가는 기쁨을 준다.
그러나 아무리 명성이 높은 작가의 작품이라 할지라도,
마음을 잃어버린 작품은,
마침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러한 작품이 과연 독자의 마음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가,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양심)없는 독자와,
마음(=양심)있는 독자에 따라서도,
작품을 받아들이는 태도도 다르다.
즉 작품의 내용은,
독자의 올바른 마음의 척도로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작품의 내용에 따라서는,
많은 독자에게 큰 영향을 주며,
그로 인한 현상도 또한 크다.
저속한 작품의 경우는 특히 그 영향력이 강하다.
부조화를 준 그 책임은,
작가 쪽에도 물론 있지만,
그 독을 먹은 독자에게도 있는 것이다.
독을 뿌린 죄의 대가는,
신(神)의 자식인 인간에게 부과된 법도인 것이다.
작가의 책임은 그런 의미에서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논픽션이건 픽션이건 간에,
그 이야기의 주인공의 마음으로 되어 붓을 움직이고 있는 사이에,
작가의 마음속에 만들어져 나가는 상념은,
각각의 작중 인물의 마음으로 매몰되고 마는 것이다.
이를테면 역사상의 남겨진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난세를 헤쳐나간 한 무장의 이야기를 쓴다고 하자.
이 경우, 작가의 마음속에는, 당시의 상황이 살아나온다.
이럴 때, 차원을 넘은 세계로부터,
그 작가의 지도령이 쓰게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결투의 장면을 쓰고 있을 때는, 작가의 마음까지 변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묘사하고 있는 장수가 악인(惡人)이라면,
작가의 마음도 같은 마음의 상태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즉 그것은, 창작하고 있는 작가의 마음이,
차원이 다른 그 세상으로 통하고 말기 때문이다.
조화된 마음의 상태라면 좋으나,
부조화한 상념을 만들어 내고 있을 때에는,
설사 그것이, 창작이라도,
스스로의 마음속에도 부조화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올바른 마음의 척도를 확고하게 깨닫고 생활하고 있는 작가들은,
비록 부조화한 주인공을 그린 창작이라도,
스스로의 올바른 마음의 판단으로,
그 속에 어두운 상념을 만들어 내는 일은 없다.
그러나 작가가, 올바른 마음의 척도를 잊고,
창작 중의 부조화한 인물에 도취되어 버리면,
작가의 마음은,
어느새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바꿔지고 마는 일이 많은 것이다.
이럴 경우, 불면부터 노이로제라고 하는,
불안정한 마음의 상태를 만들어 내고 마는 것이다.
상념은, 현상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보존에 빠져, 가정생활도 불안정하게 되고,
이름이 유명해짐에 따라, 오만해지는 작가도 있다.
겸허한 마음을 잃어버리고,
자기는 위대한 인간이라는 착각에 빠지는 작가들이 많은 것이다.
자신(自信)과잉과, 자신 상실은 표리(表裏)인데,
마음의 변화는, 그때의 상황에 따라 일어나는 기복(起伏)이다.
그 기복도, 스스로의 마음이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명작을 남긴 작가라도,
그 사람의 마음의 상태는,
항상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않으면 안 된다.
어느 사이엔가, 그 마음의 상태가,
창작 속에서 태아나는 부조화한 마음에 상응한 지옥령에게 빙의되어,
마침내는 올바른 판단을 잃고 마는 것이다.
창작의 작은 세계 속으로, 도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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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보고 공부하고 가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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