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 보조 그림 (11)

[천하태평]

* 오스카 코코슈카
(1886~1980 오스트리아) 1904년 빈 공예학교에서 수학하는 한편, 구스타프 클림트가 지도하는 ‘빈 아틀리에’에 들어가서 환상적인 작풍(作風)의 판화· 그림책· 플래카드 등을 제작하였다. 1910년 베를린으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표현주의 운동에 참가하였다. 이시기에는 초상화 제작이 많았고, 그 심리묘사에까지 육박하는 작풍은 대상으로 하는 인물의 운명을 예언한다는 평을 받아 ‘화필의 점술사’라 불리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종군하여 부상을 입었고, 전후에는 드레스덴 아카데미에서 교편을 잡았으나, 나치의 대두로 정치적 압박을 받아 1938년 런던으로 망명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그곳에서 침략주의에 대항하여 전란의 유럽을 비판하는 경세적(警世的)작품을 발표했다.

<Adolf Loos> 1909년 코코슈카作 캔버스에 유채 74×91cm 베를린 국립미술관
코코슈카는 1909년 근대 건축가이자 작가인 아돌프 루스를 만나면서 표현주의 예술 및 문학운동에 깊이 경도되었다. 그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왜곡된 형상을 제시했고, 불규칙하고 굴곡이 심한 선과 차갑고 어두운 색채 그리고 강하고 거친 붓 터치는 그의 작품의 특징이다. 특히 초상화를 그릴 때 외형적 생김새에 치중하기 보다는 심리적이며 정신적인 내면을 중시하여 이를 나타내려 애썼다.

<바람의 신부> 1914년 오스카 코코슈카作 캔버스에 유화 181×221cm 스위스 바젤 쿤스터 박물관
코코슈카는 1914년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미망인 알마 말러와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다. 미망인 알마와 사랑의 열병을 소재로 한 <바람의 신부>를 통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화가와 알마가 사납게 날뛰는 바다 한 가운데에 떠있는 거대한 조가비 안에 나란히 누워있는 복잡한 숨은 그림 찾기같은 이 그림은 당시 화단에 충격을 주었다. 사실상 단색조인 이 그림에서 모든 형태는 자유분방하고 유연한 붓놀림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붓놀림의 방향은 그림 전체가 소용돌이치며 빙글빙글 도는 듯한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1942년 코코슈카作 63×73cm 캔버스에 유채
배경으로 묘사된 불타는 도시는 코코슈카의 고향 비엔나이다. 그림의 오른쪽 하단에는 진실을 상징하는 앨리스가 벌거벗은 채로 철조망에 갇혀있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녀의 옆에는 3명의 남자가 영국군 헬멧, 독일군 헬멧, 프랑스군 헬멧을 쓰고 있는데 각자 눈을 가리고, 입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있다. 전경의 왼쪽에는 여자가 가스 마스크를 착용한 아기를 안고 곤경에 처한 알몸의 앨리스를 불안하게 쳐다보고 있다. 히틀러의 비엔나 합병을 상징한 그림이다.

<누드 자화상> 1910년 에곤 쉴레作 종이에 수채 31×45cm 비엔나 레오폴드 박물관

<지는 해>1913년 에곤 쉴레作 캔버스에 유채 90×90.5cm 레오폴트 미술관
여자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알려져 있는 쉴레가 풍경화도 잘 그리는 순수 풍경화가라는 사실을 아는 일반인은 그다지 많지 않다. 쉴레가 30년도 채 살지 못하고 마감한 28세의 미술가 인생동안 남긴 회화 작품들 가운데 반 수 가량이 풍경화이다.

<옷벗는 여자> 1914년 쉴레作 종이에 수채 46×30cm 개인소장
작가 특유의 강조된 윤곽선과 절제된 채색을 사용해 세밀하게 여성신체를 묘사한 작품중 하나로 외설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빨랫줄이 걸린 집들> 1914년 쉴레作 캔버스에 유채 100×120cm 개인소장

<죽음과 소녀> 1915년 에곤 쉴레作 캔버스에 유채 150×180cm 비엔나 벨베데레 궁전 미술관
쉴레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듯한 이 작품은 쉴레의 모델이었으며 4년간 동거했던 발리 노이칠과의 이별을 상징한다고 한다. 언뜻보면 죽음에 가까이 가 있는 남자를 여자가 끌어안고 있는 듯 하지만 자세히 보면 끌어안고 있는 여자의 손은 확고하지만 남자는 한 손으로 여자를 밀어내고 있다. 여자는 남자에게 매달리는데 밀쳐내는 남자의 손은 단호하다. 4년 동안 발리와 사랑을 나누었던 쉴레는 발리와 결혼하려 하지 않았다. 1915년 6월, 쉴레는 중산층 출신의 에디트 하름스와 결혼했다. 4년 동안 그의 모델이 되어 주었으며 그에게 헌신적이었던 발리와의 동거를 끝내면서 그렸던 그림이 ‘죽음과 소녀’이다.

<네그루 나무> 1917년 쉴레作 캔버스에 유채 110×140cm

<포옹> 1917년 쉴레作 캔버스에 유채, 98×169cm 비엔나 벨베데레 궁전 미술관
굵은 윤곽선과 뒤틀림을 특징으로 하는 작가의 사실적 화법으로 연인을 묘사한 작품으로 집착적인 인간애가 느껴진다. 1918년 화가로서 안정된 길에 접어든 쉴레에게 찾아든 것은 스페인 독감. 같은해 가을에 임신 6개월이었던 그의 아내가 먼저 세상을 뜨고 3일 후에 쉴레도 28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독감으로 죽어가는 아내를 스케치한 그림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었다.



☆마르크 샤갈(1887~1985)

러시아 제국 리오즈나(現 벨라루스)에서 가난한 유대인계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페테르스부르크 왕립미술학교를 졸업하고 1910년 파리에 유학을 하였고 파카소(입체파)의 영향을 받았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고국으로 돌아와 8년간 우울하게 보내다가, 1922년 베를린을 거쳐 파리로 돌아와서 프랑스에 귀화하였다. 1941년 제 2차 세계대전때 나치의 탄압을 피하여 미국으로 가게된다. 98세의 나이로 南프랑스 생 폴의 유대인 묘지에 묻혔다.

<나의 마을> 1911년 마르크 샤갈作 캔버스에 유채 192×151cm 뉴욕 현대미술관
이 그림은 네 개의 영역으로 분할되어 있는데, 上下에는 문명을 이룬 마을과 나뭇가지의 형상을 가진 자연이 있고 左右에는 동물인 소와 샤갈 자신인 인간이 존재한다. 자연과 문명, 동물과 인간이 서로 한 시대를 공존하면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샤갈은 이 작품에 대해 “나의 고향 마을은 암소의 얼굴로 상징된다. 인간에게 순종하는 듯한 암소의 눈과 나의 눈이 합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암소는 안정감을 주는 고국이자 다정한 연인이기도 하다.

<도시 위로> 1918년 샤갈作 캔버스에 유채 45×56cm 모스크바 트레챠코프 국립미술관
샤갈이 벨라와 결혼한 직후 그린 작품이다. 사랑에 빠진 연인이 꼭 껴안은 상태로 중력의 힘을 받지 않고 비테프스크(벨라의 고향) 하늘을 날아간다. 무중력은 이 신혼부부의 행복감과 자유로움을 표현하며 몽상적인 느낌을 준다. 이러한 무중력 상태와 부드러운 색채, 공간적인 표현은 벨라와의 결혼생활의 기대감과 행복감, 사랑을 잘 나타내주며, 세상의 어지러움(1차 세계대전中)에도 흔들리지 않는 벨라를 향한 마음을 나타내주고 있다.

<녹색 바이올리니스트> 1924년 샤갈作 캔버스에 유채 198×108cm 뉴욕 구게하임 미술관
유대교에서는 아기가 태어났을 때, 결혼식, 장례식 때에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전통이 있다. 샤갈의 그림에서 이러한 바이올린 연주자가 많이 등장하는데 그의 그림에서 바이올린 연주자는 수호천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

<에펠탑의 신랑 신부> 1938년 샤갈作 캔버스에 유채 150×137cm 파리 퐁피두센터
신랑신부는 즐거움과 진중함 사이에서 망설이는 듯하다. 뿐만아니라 전쟁(2차 세계대전)이 다가옴에 따라 유대교의 상징들이 점점 늘어난다. 한 천사는 꽃다발을 손에 든 채 뛰어오르고, 반면 다른 천사는 촟대를 들고 마을을 향해 내려오고 있다. 둥근 태양빛, 염소와 음악, 수탉 등은 연인을 전쟁의 위험으로부터 지켜주는 것같다. 이 그림에서 샤갈은 사랑과 생명의 찬가를 부르고 있다.

<시간- 둑없는 강> 1939년 샤갈作 캔버스에 유채 뉴욕 현대미술관
이 그림 속에는 추시계가 강을 따라 둥둥 떠다니고 날개 달린 거대한 물고기가 시계 위에 앉아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평생을 이 물고기처럼 산 샤갈의 인생을 빗댄 굉장히 적절한 은유가 아닐 수 없다. 샤갈은 놀랄만한 시간 감각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는 위험이 닥치기 직전 자리를 박차고 훌쩍 날아 떠나곤 했다. 이처럼 놀라운 직감 덕분에 샤갈은 유대인 학살과 나치 강제수용소, 스탈린의 대숙청을 피할 수 있었다. 샤갈은 거의 백 세까지 살며 전쟁과 잔학, 유혈로 가득 찬 한 세기를 보냈다.

<대형 서커스> 1968년 샤갈作 캔버스에 유채 개인소장
<대형 서커스>는 샤갈의 서커스 그림 중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작품으로 흰색과 검은색의 율동적인 패턴의 곡선들은 신비롭고도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샤갈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닭, 염소, 천사, 음악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카루스의 추락> 1975년 샤갈作 캔버스에 유채 213×198cm 파리 퐁피두센타
그리스 신화의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루스는 왕을 기만한 죄로 감옥에 갇히게 된다. 당시 뛰어난 장인이었던 다이달로스는 탈출하기 위해 깃털을 모아 밀랍을 녹여 붙인 날개를 아들에게 달아주면서 말한다. 너무 낮게 날면 바닷물의 습기 때문에 날개가 무거워지고, 너무 높게 날면 태양열 때문에 밀랍이 녹아 추락할 것이니 조심하라고. 막상 날아오르자 이카루스는 신이 된 듯 기뻐 태양에 더 가까이 날아오른다. 밀랍이 녹기시작하자 날개는 해체되기 시작했고 양력을 잃은 이카루스는 아버지가 말릴 수도 없이 바다에 추락하여 죽고만다. 샤갈은 이카루스가 추락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마을 사람들을 많이 등장시켰다. 아이를 안은 어머니, 아이들, 동네사람들이 나와 올려다 보고있는 이 장면은 사건이 갖고있는 비극성보다는 이를 목격하고 있는 이들의 일상성을 더 주목하게 한다.


* 만약 미술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자연에 대한 모방이 아니라 색채와 선을 선택해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표현주의의 이론이 옳다면 당연히 다음과 같은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주제를 모두 없애고 색조와 형태의 효과에만 의존하면 미술이 더욱 순수해지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그것이다. 그러나 말로만 그러한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과 알아볼 수 있는 대상이 전혀 그려져 있지 않은 그림을 전시회에 출품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이것을 처음 시도한 사람은 당시 뮌헨에 살았던 러시아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1866~1944)였다. 이로써 추상미술이라고 불리는 것이 처음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칸딘스키를 중심으로 하는 독일의 표현주의 작가들을 ‘청기사파’라 한다.

<건초 더미> 1889년 모네作
추상미술의 아버지, 칸딘스키는 이 작품 앞에서 화가가 될 결심을 했고, 추상에 눈을 떴다. “나는 건초더미를 그린 그림 앞에 서 있었는데 그것을 알아보지 못했다. 나는 당황스럽고 괴로웠다. 나는 ‘이 작품에는 주제가 없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작품은 경이롭고 기억 속에 강하게 새겨졌다. 분명한 것은 색채가 가지고 있는, 믿을 수 없는 미지의 힘이었다. 대상은 나에게서 중요성을 잃고 있었다.” -과거에의 회상, 1913년-
칸딘스키는 당시 30살, 모스크바 대학 법대 교수였다. 그는 이듬해인 1896년 교수직을 버리고 독일 뮌헨으로 가서 화가가 되었다.

<Colorful Life> 1907년 칸딘스키作 캔버스에 템페라 130×162cm 렌 바흐 하우스(뮌헨)
러시아인 칸딘스키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으로 인생의 희노애락을 표현하였다. 어두운 배경과 밝은 색채들이 눈부시게 멋지다.

<무제> 1910년 바실리 칸딘스키作 종이에 수채, 50×65cm 파리 퐁피두 국립현대미술관
최초의 추상 수채화. 칸딘스키는 자신의 저서 <과거에의 회상>에서 1908년 어느 날의 일화를 소개한다. “어느 저녁 무렵 화실 문을 열었을 때 갑자기 표현 불가능한 아름다움을 지닌 한 폭의 그림을 마주쳤다.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 화면은 다만 색채의 찬란한 얼룩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다가가 보니 그것은 이젤 옆에 비스듬히 세워놓은 나의 그림이었다.” 칸딘스키는 이 특별한 경험으로 그림의 내용과 상관없이 오직 색채만으로도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인상 Ⅲ> 1911년 칸딘스키作 캔버스에 유채, 77×100cm 뮌헨 렌 바흐 하우스
원색이 난무하는 '인상 Ⅲ(Impression Ⅲ)'에서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형상은 없다. 이 작품의 부제가 '콘서트'이고, 화가가 친구였던 작곡가 쇤베르크의 콘서트에 다녀온 직후에 스케치를 했다는 것을 알고 나면 비로소 검은 피아노 뚜껑과 객석에 앉은 청중이 보일 것이다. 피아노를 둘러싼 공간을 뒤덮고, 청중 사이로 스며들어 객석을 휘감고 있는 노란색은 그날 칸딘스키가 들었던 음악이다. 쇤베르크는 장조와 단조로 이루어지는 서양 고전 음악의 전통을 파괴하고, 무조(無調) 음악을 창시한 현대 음악의 거장이다. 처음 듣는 이들에게 그의 교향곡은 귀를 때리는 불협화음이나 다름없었다. 주위의 원색들과 강하게 충돌하며 마치 화면 밖으로 튕겨나올 것처럼 눈을 찌르는 칸딘스키의 노란색은 바로 그 소리의 '인상'인 것이다.

<구성 8> 1923년 칸딘스키作 캔버스에 유채, 140×201cm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이 작품은 구성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칸딘스키 예술 세계의 중심을 차지하는 중요한 작품이다. 서로 연관성있는 형태들이 자유롭게 떠돌아 다니며 율동감을 느끼게 하면서 마치 한 편의 교향곡을 들려주는 것 같다. 여러 색깔의 동그라미는 타악기 소리를 나타내는 파장 같아 보이고 크고 작은 악기들이 내는 음을 가늘고 날카로운 직선, 혹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표현해 음의 특성을 말해주고 있다.
칸딘스키는 '로엔그린'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아 “바그너의 음악에서 바이올린, 베이스, 관악기의 울림을 통해, 나의 마음 속에서 나의 모든 빛깔을 보았다. 야성적이며 미친 것 같은 선들이 내 앞에 그려졌다. 회화는 음악이 갖고 있는 것과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었다.” 라고 말했다.

<Contrasting Sounds> 1924년 칸딘스키作 카드보드에 유채 70×50cm

☆ 카지미르 세베리노비치 말레비치(1879~1935 러시아)
키예프에서 출생하였고, 초기에는 인상파 및 포비즘(야수파)에서 출발하였으나 1912년 파리로 나와 큐비즘(입체주의)을 접하여 결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1913년 백지白紙에 검은 정방형만 그린 작품을 발표하여 화제를 일으켰고, 이 작품을 계기로 하여 감각의 궁극을 탐구하는 쉬프레마티즘(절대주의)의 길을 개척해 나갔다. 1919년 모스크바 미술학교의 교수가 되었다. 1926년 그는 단기간 독일에 머물렀는데 귀국 후에 문화정책을 변경한 당국(스탈린 집권)에 의하여 공직에서 추방당하였고, 그 이후에는 실용미술(제도, 직물, 벽지)의 분야에만 종사하다가 1935년 레닌그라드에서 사망하였다.

<숲속의 강> 1908년 말레비치作 캔버스에 유채 53×42cm 상트 페테르부르그 러시아 박물관

<물통과 아이가 있는 농부여인> 1912년 말레비치作 캔버스에 유채 73×73cm 암스텔담 스테델릭 미술관

<스포츠 맨> 1931년 말레비치作 캔버스에 유채 142×164cm 상트 페테르부르크 러시아 박물관

<붉은 집> 1932년 말레비치作 캔버스에 유채 63×55cm 상트 페테르부르크 러시아 박물관

<불길한 예감> 1932년 말레비치作 캔버스에 유채 99×79cm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박물관
추상화를 그리던 절대주의자 말레비치도 결국 구상으로 돌아왔다. 1932년 그는 <불길한 예감>을 그렸다. 이 그림의 뒷면에 말레비치는 ‘1918년 쿤체보에서의 불길한 예감’이라고 썼다. 1932년에 그렸지만, 시점을 혁명 무렵인 1918년으로 기록한 것은 反사회주의 혐의를 받는 것을 피하려고 하였기 때문이다. 혁명이전의 사회에 대해서는 ‘불길하다’라는 표현이 얼마든지 허용되었지만, 1930년대에 이르자 어떤 비판도 허용되지 않았다.

절대주의(쉬프레마티즘) 시절을 연상시키는 추상적인 형태와 빨강, 노랑, 파랑이라는 고전적 원색의 조합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조화’와 거리가 멀다. 창백한 흰색과 화면을 횡단하는 검은색, 높은 곳으로 상스하며 깊어지는 하늘은 화면 전체의 긴장도를 높인다. 고립된 채 서 있는 남자는 사회주의를 연상시키는 붉은 집에서 이미 멀리 떨어져 나왔다. 그의 얼굴 표정은 알 수가 없다. 다만 목에 드리운 검은 음영이 그가 느끼는 실망과 소외감을 전할 뿐이다. 불행하게도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스탈린 시대의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그는 형식주의자라는 신랄한 비판을 받고, 1935년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


☆ 어피에트 몬드리안
(1872~1944 네델란드)은 어렸을 때부터 화가였던 숙부에게 그림을 배웠다. 20세에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하였고 주로 고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그림을 그렸다. 그러던 중 1911년 입체파의 그림을 접하면서 작품이 크게 변화한다. 풍경을 점차로 추상화한 그림으로 그렸다. 1914년 즈음부터 수직, 수평선만으로 그림을 구성해나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의 작품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몬드리안 스타일의 그림인데, 이렇게 자신의 작풍을 정립한 것이 그의 나이 무려 42세, 그야말로 대기만성 그 자체인 셈이다.

<Oostijdse Mill with at Dock of Farm> 1903년 몬드리안作 캔버스에 유채 61×77cm 개인소장

<회색 나무> 1912년 몬드리안作 캔버스에 유채 78×107cm 헤이그 시립박물관
몬드리안은 세상 만물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겉에 드러난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무의 본질을 가리는 꽃이나 무성한 이파리 등을 제거하고 계절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기본적인 구조와 형태만을 표현하였다.

<생강 단지가 있는 정물> 1912년 몬드리안作 캔버스에 유채 91×120cm 헤이그 시립미술관

<빨강, 검정, 파랑, 노랑, 회색의 구성> 1920년 몬드리안作 캔버스에 유채 53×60cm 암스테르담 시립 미술관
몬드리안의 특징을 간단히 요약하면 ‘수직, 수평, 삼원색(황,적,청), 무채색(흑,백,회)’이라고 할 수 있다. 몬드리안은 자신의 작품을 “우주의 진리, 근원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하였다.


☆ 파블로 피카소
(1881~1973)
스페인의 말라가에서 출생하였으며 주로 프랑스에서 활동하였다. 피카소는 스탈린을 익살스럽게 그린 그림이 스탈린에 대한 조롱으로 해석되어 1957년 제명되기까지 프랑스 공산당원으로 활동하였다. 프랑스 정부는 그를 사회주의자로 분류하여 프랑스 시민권을 주지 않았다.

<과학과 자비> 1897년 피카소作 캔버스에 유채 197×249cm 피카소 미술관(바르셀로나)
피카소가 15세 때 그린 것으로 피카소의 어린 동생 콘셉시온의 고통스런 임종의 순간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대각선에 환자와 침대를 배치하고 좌우로 수녀와 의사를 그려 넣은 다음 3개의 수직선으로 배경화면을 분할한 구도의 탄탄함은 말할 것도 없고 환자에게 물을 주는 수녀와 맥박으로 임종을 재는 의사의 시선 대비를 통해서 제목과 관련된 주제를 잘 전달하고 있다.

<인생> 1903년 청색시대 피카소作 캔버스에 유채 194×127cm 미국 클리블랜드 미술관
청색시대(1901~1904) 피카소는 그의 친구 카를로스 카시게마스의 자살(1901년2월)에 영향을 받아 엄숙한 색깔을 선택하여 매춘부, 거지, 알코올 중독자와 같이 음울한 소재를 대상으로 그림을 그렸다. 피카소는 훗날 “나는 카시게마스의 죽음을 알고부터 푸른색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라고 회고하였다. <인생>의 구성은 한쪽에는 한 쌍의 나체인물이 서있고, 맞은편에는 나이 들어 보이는 여인이 아이를 안은 모습이 있다. 이것은 마치 부부를 향해 삶에 대한 절망을 가리켜 주는 듯하다.

세탁선(洗濯船) 1900년대 초 파리에서는 집 값 때문에 시내에서는 살 수 없게 된 가난한 예술가들이 몽마르트로 몰려들었다. 몽마르트는 삼류가수, 목수, 약장수, 건달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특히 무질서하고 더럽고 멋대로이던 이곳 세탁선에는 많은 예술가들이 살거나 드나들었다. 센강을 오가는 세탁선을 닮았다는 뜻에서 시인인 막스 자코브가 이름 지었다. 피카소는 1904년 세탁선에 정착했다.

<공 굴리는 소녀> 1905년 장밋빛 시대 피카소作 캔버스에 유채 147×95cm 모스크바 푸시킨 미술관
장밋빛 시대(1904~1906) 파리에서 완전히 정착한 피카소는 첫 번째 애인 페르난드 올리비에르를 만남으로써 그의 좌절감은 사라졌다. 이 시기부터 그는 세련된 장밋빛과 갈색톤으로 어릿광대와 곡예사 같은 서커스 광대를 즐겨 그렸다. 공 굴리는 연습을 하는 소녀와 우락부락하고 황소같은 조련사의 몸매가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이 그림의 배경으로 백마가 먼 언덕에서 풀을 뜯고 있고 엄마와 아이가 한가롭게 서 있다. 이 시절에는 곡마단 그림과 함께 모성애를 자주 묘사했다. 그것은 막 떠난 고향 말라가의 부모생각이 자주 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에서 청색도 보이지만 핑크빛 기운도 감돌고 있다. 외롭고 슬픈 그의 청년시절에도 아침이 오고 있다.

<아비뇽의 여인들> 1907년 파블로 피카소作 캔버스에 유채 243×233cm 뉴욕 현대 미술관
입체주의 최초의 작품으로 평가된다. 그림을 살펴보면 5명의 벌거벗은 여인들이 기하학적으로 구성된 몸을 하고 있다. 대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고 조각을 나눈 뒤 한 화면에 종합하여 배열하였다. 가운데 두 여인은 그나마 제대로 된 형태를 유지한 편이나 양쪽의 여인 셋은 신체의 조각들이 섞여있는 모습이다. 등을 보이고 앉은 아프리카 가면을 쓴 것처럼 보이는 여인은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공간 배경은 푸른색과 흰색의 기하학적 윤곽만을 표현하여 입체적인 느낌을 강조하였다. 아프리카 민속 가면을 보고 영감을 얻어 그린 그림이란 의미로 원시주의 작품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이 그림은 당시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조차 잘 이해 되지 않았다. 피카소가 머리가 돌아서 그 그림 뒤에서 목을 매달 것이라고 말하는 자도 있었다. 다만 브라크만이 알지 못하면서도 그 그림을 이해하려고 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빵과 과일이 있는 풍경> 1909년 피카소作 캔버스에 유채 164×132cm 바젤 박물관
초기 입체파 시기의 작품들은 자연을 원기둥, 구, 원뿔과 같은 형태로 처리되어야 한다고 본 세잔의 영향에 따라 평면성을 피하면서도 사물을 단순하게 그리고 동시에 입체감과 깊이감을 유지하는 방법을 모색하였다. 원근법의 1점 투시가 아닌 복수의 시점을 화면에 표현하려고 하였다.

<만돌린을 켜는 소녀> 1910년 피카소作 캔버스에 유채 100×74cm 개인 소장

<바이올린과 포도> 1912년 피카소作 캔버스에 유채 61×51cm 뉴욕 근대 미술관
<아비뇽의 여인들>을 비롯한 초기 입체파 작품에서는 어떤 대상인지 직관적으로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으나, 분석적 입체파 단계에서는 본격적으로 대상을 기하학적인 단위로 해체하여 재구성하는 수준에 이른다. 색채 역시 배제되어 녹색, 황토색, 회색 등으로 한정되었다. 색채보다는 평면들 사이의 관계 및 구조의 문제에 강조점을 둔다.

<등나무 의자가 있는 정물> 1912년 피카소作 밧줄로 테를 두른 타원형 캔버스에 유채 그리고 등나무 의자의 이미지를 천에 프린트하여 그림에 붙임, 27×35cm 파리 피카소 미술관
종합적 입체파 단계에서는 형태의 해체가 극단적으로 진행되었고 이에 따라 원래 무슨 물체인지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실제 사물의 소재를 연상시키는 오브제(신문지, 벽지, 인쇄물, 판화 등등)를 붙이는 꼴라주(Collage)기법을 사용했다. 위 작품을 흔히 최초의 꼴라쥬라고 한다.
20세기 미술사가 전통을 전복시키는 끝없는 실험과 창조의 연속이라 할 때, 피카소야말로 그런 경향과 흐름을 한몸에 구현했던 인물일 것이다. 피카소는 하나의 화풍에 안주하기보다는 미술사의 흐름을 바꿔놓는 새로운 창조방식을 끊임없이 실험에 부쳤다. 20세기 전반의 미술사는 피카소와 더불어 진행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해변을 달리는 두 여인> 1922년 피카소作 캔버스에 유채 34×42cm 파리 피카소 미술관
입체주의자로 알려진 파블로 피카소이지만 그는 다양한 조형적 실험을 하며, 화풍을 변화시켜 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피카소가 1917년 로마를 여행하고 나서 이를 계기로 신고전주의적 경향을 띠는 신화적 소재에 몰입하여 그려낸 것이다. 그는 18세기의 신고전주의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새롭게 해석해 내는데, 과거 화려했던 로마의 유적들을 살펴보며 느낀 감정을 풍요로운 여성의 육체로 표현했다. 마치 거인을 그려놓은 것처럼 풍만하다 못해 과장스러운 두 등장인물은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원시시대의 여성상을 떠올리게 한다. 한편 피카소는 <해변을 달리는 두 여인>에서 ‘과슈’라 칭해지는 기법을 사용하여 유화처럼 그리면서도 수채화의 느낌을 구현하고 있다.

<게르니카> 1937년 피카소作 캔버스에 유채 349×777cm 마드리드 국립예술센터
스페인 내전 당시 나치군이 스페인 게르니카 지역 일대를 1937년 4월 26일 24대의 비행기로 폭격하는 참상을 보고 그린 그림이다. 독일군의 폭격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였고 또한 부상당하였다. 1937년 1월 스페인 내전 진행중이던 시기에 스페인 공화정부 사절단이 피카소를 직접 방문하여 그 해 열릴 파리 국제박람회 스페인관의 벽화 제작을 의뢰했고, 당시 공화당 지지자였던 피카소의 승낙으로 게르니카가 제작되었다. 피카소가 이 그림을 전시했을 때 한 독일군 장교가 "이 그림을 그린 화가가 당신이오?"라고 질문하자 피카소가 "아니오. 당신들이 그린 그림이지."라고 대꾸했다는 이야기가 매우 유명하다. 한편 이 그림에 대해 평론가들이 '황소는 전체주의, 말은 핍박받는 스페인을 상징한다.'는 해석을 내놓자 피카소가 ‘소는 소고, 말은 말이다.’라고 대답한 일화가 있다.

<우는 여자> 1937년 피카소作 캔버스에 유채 60×49cm 런던 테이트 갤러리
피카소는 “나에게 도라는 항상 우는 여인이었다. 수년 동안 그녀의 고통받는 모습을 그렸다. 괴롭히기 위해서도 즐기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다만 나의 마음에 전해지는 느낌에 충실하기 위해서 였다.” 그녀는 피카소를 만나 7년 동안(1936~1943) 울면서 세월을 보내다가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피카소의 연인들(7명)은 그의 그림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다른 사람들이 글로 자서전을 쓸 때 나는 그림으로 내 자서전을 쓴다”라고 했는데 그가 여인을 새로이 만날 때마다 그림이 크게 변한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검은 스카프를 쓴 자클린 로크의 초상> 1954년 피카소作 캔버스에 유채 92×73cm
자클린 로크는 학교도 다니지 못했고 집안 사정으로 18살에 결혼해서 딸까지 두고 있던 이혼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마른 하늘에서 날벼락처럼 어느날 파블로 피카소가 다가왔다. 그날 이후 20년이 넘도록 두 사람은 순정으로 사랑하였다. 피카소가 죽고 그의 가족들과 자식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어 피카소 유산 다툼이 한창일 무렵, 그녀는 뒷정리를 차분하게 마치고 13년 후 피카소를 따라가기 위해 권총으로 자살했다.

피카소가 남프랑스의 마두라 도자기 공방에서 자클린 로크를 그려넣은 도자기 옆에 있다. 그의 마지막 뮤즈 자클린은 이 도자기 공방에서 영업일을 하던 매장 직원이었다.

들라클루아의 <알제의 여인들>

<알제의 여인들> 1955년 피카소作 캔버스에 유채 114×146 카타르 개인소장
74살의 피카소가 드라클루아의 ‘알제의 여인들’ 원작을 재해석한 그림이다. 이 그림을 재해석한 계기가 있었다. 드라클루아의 그림 오른쪽에 등장하는 물담배를 피우는 여인이 피타소의 마지막 반려자인 자클린 로크를 놀라울 정도로 빼닮았던 것이다. 하지만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은 들라클루아의 그것과 완전히 달랐다. 이 작품에서는 풍만한 가슴과 노골적인 엉덩이에 모로 누워 두 다리를 꼰 여인이 있는가 하면, 가슴을 드러낸 채 성녀(聖女)처럼 무표정한 여인도 있다. 피카소는 들라클루아의 작품을 ‘성(聖)과 속(俗)’으로 완전히 재해석한 것이다. 2015년 1억 7930만달러에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