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노벨문학상 수상국 되려면
임성욱
(시인/사회복지학박사)
“꽃이/피는 건 힘들어도/지는 건 잠깐이더군/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아주 잠깐이더군/그대가 처음/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잊는 것 또한 그렇게/순간이면 좋겠네/멀리서 웃는 그대여/산 넘어가는 그대여/꽃이/지는 건 쉬워도/잊는 건 한참이더군/영영 한참이더군”. 최영미 시인의 “선운사에서”란 시다. 좋은 시를 많이 발표했다. 하지만 가난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문인들의 서글픈 현실이다. 그래서 글만 써서는 생활할 수가 없다. 때문에 대부분의 문인들은 부업을 찾는다. 충분히 있는 것도 아니지만. 물론 예외인 극소수의 문인들이 있기는 하다. 그래서 문학의 발전을 기하기가 쉽지 않다. 매년 10월의 첫 번째 월요일을 기점으로 시작해 스톡홀름에서 네 번째 평일에 발표되는 노벨문학상. 우리는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아시아에서는 인도, 일본, 중국 등에서 받았다. 그동안 몇몇의 작가들이 거론되기는 했었지만 그 수준에서 끝났다. 한탄스럽다. 그럴 때마다 외신은 전한다. 한국의 실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올 상황이냐고. 그 원인의 첫 번째는 독서를 하지 않는 우리 국민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책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들은 힘들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토양에서 심도 있는 작품이 나오겠는가. 오죽했으면 인문학은 죽었다고 하겠는가. 두 번째는 번역의 문제다. 설령 글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문학적으로 번역을 하지 못하면 끝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사용 언어를 보면 영어가 가장 많았다. 뒤이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의 순이다. 언어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는 것이다. 1968년도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는 말했다. “노벨문학상의 절반은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의 것”이라고. 사이덴스티커는 “설국”을 영어로 소개한 번역가이자 작가다. 수많은 사람들은 말했다. 사이덴스티커의 “설국” 번역본이 가와바타의 원문보다 더 훌륭하다고. 번역의 중요성을 얘기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 위해서는 우선 글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다. 전업 작가로서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도록. 그러기 위해서는 생활고를 해결해 줘야 한다. 그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훌륭한 번역가 양성이다. 특히 한국문학을 전공하는 외국인들이나 외국어를 전공한 한국인들이면 더욱 좋다. 물론 그 기저에는 문학적 소양을 겸비해야 한다. 물론 엘리트 체육처럼 합숙까지 하면서 문인들을 길러내자는 뜻은 아니다. 광의적으로는 인문학을 살려보자는 것이다. 사실 인문학은 모든 학문의 바탕이라 할 수 있다. 사고의 깊이를 더해준다. 예의범절도 함양해준다. 발명을 비롯한 과학의 발전에도 기여한다. 무한한 창의력이 양질의 광고도 할 수 있게 한다. 가상의 공간을 마음껏 누비는 상상을 초월한 그 무엇을 창안해 낼 수도 있다. 경영도 인문학의 손길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인간의 마음을 고도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협상의 달인이 될 수도 있다. 무의식의 세계를 의식의 세계로 끌어낼 수도 있다. 그런 강한 힘을 가진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인문학을 귀중히 여겨야 한다고 본다. 소탐대실하지 말고.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쫓는 근시안은 죽음의 늪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없이 나래를 펼쳐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보자는 말이다. 지금 당장 말이다.
* 상기 글은 우리나라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되기 며칠전에 호남일보에 상기와 같이 칼럼을 썼었는데
막상 수상자로 빌표되어서 오만가지 감정의 물결이 쳤었답니다.